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 제대로 하자.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 제대로 하자.
  • 김규원
  • 승인 2019.04.09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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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농민혁명은 고부 조병갑의 학정에서 발단하여 급변하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낡은 시대를 청산하고자 하는 몸부림이었다. 지금도 나이든 일부 계층에서는 동학난이라는 이름으로 기억하고 있는 이 혁명의 의미와 가치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전북의 자랑이며 영원히 기억하고 보존되어야 할 유산이다.

동학혁명에 참여했던 동학 접주와 대접주 등 9명이 3.1 독립선언에서 민족 대표 33인으로 기록되어 있는 사실만 보아도 농민혁명의 정신이 스러지지 않고 이어져 26년 후에 다시 온 국민의 가슴에 뜨거운 불을 놓는 마중물이 되었음을 증명한다.

동학농민혁명은 시대의 변화를 감지하는 전북인의 탁월한 의식세계에서 출발한 몸부림이었다.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고 있는데, 책상다리를 꼬고 앉아 공맹지도를 뇌이며 가난한 백성을 수탈하는 양반을 향한 깨우침이었고 시범이었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순수 농민들의 자발적인 국정개혁안 발표, 짧은 기간이지만 스스로 집강소를 차려 지방행정을 수행한 자랑스러운 역사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전북에서 그 위대한 가치를 스스로 깎아내리고, 국가 기념일까지 지정해 국가적 기념사업을 할 수 있는 길을 터놓았는데도 기념사업은 관련 지역별로 쪼개고 나누어 의미를 축소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다.

425일엔 동학농민혁명 무장기포 기념제 추진위원회‘()고창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가 공동 주관하고 고창군이 후원하여 동학농민혁명 125주년 기념행사 및 무장기포 기념제를 고창군 공음면 기포지와 무장읍성 일원에서 진행한다고 한다. 이 행사는 정읍시에 소재한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회가 주관하거나 간여하는 행사가 아니고 앞에 명시한 두 단체(이름이 비슷하고 같은 고창군의 단체)가 주관하는 행사이다.

그 후에 새로 국가 기념일로 지정된 511일을 전후하여 전야제와 본 행사, 뒤풀이까지 정읍의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회가 주관하여 진행한다는 소식이다. 315일에도 ‘125주년 고부봉기 재현행사를 한다는 예고가 있었지만, 행사가 어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413일 정읍에서 김개남 장군 순국 추모제가 열린다는 뉴스가 있지만, 끼리끼리 하는 행사인지 보도자료조차 없다.

적어도 올해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은 정부 단위에서 사업을 후원하고 전라북도가 주관하여 전국규모의 대형축제로 치러야 옳다. 전 국민이 함께하는 정신운동이 되어야 한다. 여기저기 민간단체에서 찔끔찔끔 치르는 행사라니, 정말 기가 막히는 일이다. 전북인과 나라와 민족의 긍지를 드높일 기회를 우리는 스스로 발로 차버리고 있다. 이제라도 서둘러 올해 첫 국가지정 기념일을 우습게 치르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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