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획
한 획
  • 전주일보
  • 승인 2019.03.2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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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 지난 봄산에서 고로쇠나무에 호수를 박고
수액을 빨고 있는데
까투리 한 마리 
개울물 흐르는 소리에 화들짝 날아오른다
허공에 그은 한 획이다
순간 새순을 내밀려던 나무들이
몸을 움츠린다
바위틈에서 봄날을 기다리던 산토끼가
용수철처럼 튀어나오더니 
산 너머로 사라진다 
또한 숲에 그은 한 획이다
빨다만 고무호수를 들고 산 아래를 내려다 봤다
언젠가 폭설이 내리던 밤
흰 몸에 붓을 들어 한 획을 그은 적이 있던 사람이 
이 봄이 가기 전에 
서로에게 골리수骨利水가 되자 한다 

/운장산 : 전북 완주군과 진안군 사이 동서로 연결되어 있는 산


겨울이 끝나면 조용히 찾아오는 계절이 봄이다. 태양의 고도가 점점 올라가면 긍정적인 생각이 새싹처럼 돋는다. 봄의 상징인 벚꽃이 볼 만한 시기다. 벚꽃놀이는 일본에서 들어온 문화이다. 그렇다고 일제강점기 이전에 꽃구경 자체가 없던 것은 아니다. 동국세시기에는 한양성 성곽을 돌면서 꽃구경을 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꽃놀이로 매화를 선호했다. 특히 매화는 벚꽃과는 달리 향기가 나기 때문에 봄이 왔다는 것을 실감나게 하기 때문이다. 절기로는 봄의 시작이라는 입춘立春을 필두로 눈이 녹아 비가 내린다는 우수雨水,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驚蟄, 주야晝夜 길이가 같아졌다는 춘분春分, 하늘이 차츰 맑아진다는 청명淸明, 봄비가 내려 곡식을 기름지게 한다는 곡우穀雨가 있다. 봄은 계절의 주기로 볼 때 시작이다. 그러나 겨울 동안 농사의 소출이 없기 때문에 식량 부족으로 시달렸다. 이때를 보릿고개인 춘궁기春窮期라고 하였다. 뿐만 아니라 봄을 ‘덧없다’는 뜻으로 일장춘몽一場春夢, 겨울 동안 움츠렸던 생리 현상을 활발하게 한다는 데서 춘정春情으로 말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도 봄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고, 화창함에서 오는 흥겨움과 풍류를 연상하는 계절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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