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정치, 무엇을 노리는가?
막말 정치, 무엇을 노리는가?
  • 김규원
  • 승인 2019.03.17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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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편집고문
김 규 원/편집고문

북미 회담이 결렬되어 우울한 가운데 국회에서는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국회 대표연설에서 문 대통령을 두고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운운하는 막말을 던져 국회를 다시 파국으로 몰고 갔다. 아마 이 말로 자한당에서 나 대표의 위치가 한 등급 더 올라가(?) 부동의 2인자로 등극하지 않았나 싶다.

어찌 된 일인지 그 당에서는 최악의 막말을 쏟아내는 자가 칭송을 받고 투사로 인정받아 위치가 상승한다. 그런 재미(?)로 너도나도 기회가 닿을 때마다 막말을 퍼질러 댄다. 지난 3.27 전당대회에서 5.18. 폄훼 발언으로 국민의 공분을 산 여자가 최고위원에 당선되어 막말의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그 한 가지 사례만 보아도 자한당의 의식 수준과 구성원들의 지향점이 어디인지 짐작이 간다.

그렇게 어처구니없는 일이 이어지더니 다시 히트 발언이 등장했다. 나경원 대표가 이번에는 해방 후 친일 청산을 위해 설립한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이 분열을 초래했다는 의미가 담긴 발언 내놓아 또 한 번 막말의 극치를 보였다. 이쯤으로 나경원 원내대표는 당 대표 황교안을 능가하는 위치를 확보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나 대표는 그 후 방송 인터뷰에서 최근에 좌익 경력의 인물들이 독립유공자로 추대되는 일이 걱정된다는 뜻으로 한 말이라고 변명했다. 그러면서 손혜원 의원의 부친(한 때 좌익에 가담했으나 후에 전향)을 독립유공자로 추서하는 일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여기서 반민특위에 대해서 잠깐 짚어보아야 그 조직이 국론분열을 조장하는 단체였는지 알 수 있다. 1948922일 법이 공포되고 1022일 정식으로 발족한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는 특별 검찰부와 특별 재판부를 설치하고 특별경찰을 두어 반민족행위자를 체포하여 기소하고 재판하여 처벌하기로 했다.

반민특위는 반민족행위자로 7,000명 명단을 작성하고 일단 그들을 체포하는 활동을 시작했다. 특위는 달아나려던 박흥식을 비롯하여 방의석, 이광수, 최린, 최남선 등과 전북의 김연수 등을 체포했다. 김연수는 동아일보를 만든 김성수의 동생으로 식민지 기구인 중추원 칙임관 대우 참의를 지낸 반민족행위자 가운데서도 열렬히 일제에 협조하여 삼양사를 창업하여 부를 이룬 인물이다.

이런 가운데 이승만은 반민특위를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시원하게 친일세력을 청산하면 시선이 그쪽에 쏠리는 것은 물론, 그에게 아부하여 수족처럼 부리던 친일 인사들이 제거되어 정치적 기반에 손상을 입을 것이 자명하였기에 여러 차례 반민특위를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동안 반민특위의 위세에 눌려 도망치거나 숨을 죽이던 친일세력들은 이승만의 성명에 힘을 얻어 반민특위 사무실 앞에 몰려가 반대 시위를 하거나 특위 위원을 암살하려는 시도도 했다. 거기에 더하여 이승만 수하에서 요직을 차지하고 충성하던 수하들이 연이어 반민특위를 반대하고 이승만에게 특위 활동을 막아달라고 하소연했다.

그리고 194966, 경찰이 반민특위를 습격하여 특위 위원들을 끌어내고 난장판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해 10월 끝내 반민특위의 특별검찰과 특별재판소가 해체되고 기소된 재판은 이듬해 한국전쟁으로 어물어물 종결되고 말았다. 경찰의 손에 친일청산 단체가 무너졌다.

민족이 어려울 때, 민족을 배신하고 일제에 충성한 자들을 반민특위가 처단하지 못하는 바람에 이 나라는 기회주의자의 땅이 되고 남을 죽이든 말든 나만 잘먹고 잘 살면 그만인 땅이 되었다. 그 친일 잔재들이 재벌로, 거대 언론으로, 유력 정치가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집단을 형성하여 그들의 세력이 온 나라의 중요부서에 완전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

지난 시절 노무현 정부가 많은 것을 고쳐보려 애만 쓰다가 보수 정권에 무너진 배경에도 그들 친일세력이 강고하게 기반을 형성하고 있었던 때문인 것을 알 사람은 다 안다. 보수 언론이 죽어라 물어뜯으면 국민은 그들의 말을 더 믿었다. 그리고 끝내 아까운 인물이 더러운 역풍을 이기지 못하고 스러졌다.

촛불의 뜨거운 힘으로 출범하여 막강한 지지를 받았던 문재인 정부도 거의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답습할 가능성이 있다. 보수 언론과 친일 종편방송까지 지난 1년 반 동안 죽어라 물어뜯은 성과가 최근의 여론 조사에서 자한당 지지율 30%와 대통령 지지율 46%로 나타나고 있다.

각계각층에 깊이 뿌리 내린 친일의 잔당 세력이 은밀하게 정부 여당의 흠을 들추고, 재벌들은 돕는 척하면서 이 정권의 실패를 기다리고 있다. 그들이 더 많은 돈을 벌고 멋대로 쓰기 위해서는 아무렇게나 서로 짬짜미가 가능한 정권이 편하고 좋기 때문이다. 세상이 밝아지고 돈의 위력이 줄어드는 건 그들이 가장 싫어하는 세상이다.

최근의 5.18 폄훼 발언과 문 대통령 비난, 반민특위 분열 따위의 발언을 종합하고, 박근혜 탄핵 때 총리를 지낸 황 아무개가 당 대표 경선에서 절대 지지를 받은 자한당은 나름 자신을 얻은 듯하다. 촛불에 놀라 당을 쪼개고 탄핵에 찬성하며 숨을 죽이던 그들이 다시 고개를 빳빳하게 드는 배경은 아마도 대구 경북과 부울경의 지지 회복에 있는 듯하다.

그러나 그들은 제대로 모르는 게 있다. 아무리 장난질을 해도 이제는 지난날처럼 속아 넘어갈 국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지난날의 마구잡이 정부를 다시 만들어줄 것이라는 환상은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을 오래지 않아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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