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생이 한 생에게
한 생이 한 생에게
  • 전주일보
  • 승인 2019.03.17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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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사 대웅보전 앞 
배롱나무가 
죽은 듯 살아서 가지마다 눈꽃을 피웠다

개똥지빠귀 한 마리 배롱 나뭇가지를 흔들고 있다

법당을 나서던 주지 스님
개똥지빠귀에게
이승에서 가장 깨끗한 첫 눈길을 보낸다

개똥지빠귀가 배롱나무를 흔드는 것이나
주지 스님이 
눈길을 보내는 것이나
한 생이 한 생에게 손을 뻗는 일이다

삼라만상이 인연의 끈으로 
서로를 묶는 동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수많은 겨울꽃들이 허공을 건너 와 배롱꽃으로 핀다

/금산사 : 전북 김제시 금산면 소재


백일홍(百日紅) 앞에서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열흘 이상 붉은 꽃은 없다)라는 말이 무색하다고 한다. 백일 동안 꽃이 핀다는 백일홍은 사실 작은 꽃들의 피고 지고 또 지고 피기 때문에 사람들의 눈에 계속피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꽃이 백일동안이나 핀다는 특징 말고도 껍질이 유별나다. 껍질은 붉은 기가 도는 갈색이고 얇은 조각으로 떨어지면서 흰 얼룩무늬가 생겨 반질반질하다. 일부지방에서는 백일홍은 간지럼을 태우면 잎이 흔들린다 하여 '간지럼나무'라고도 한다.

배롱나무는 아무 곳에나 둥지를 틀지 않는다. 고상하고 품위 있는 정자의 뒤뜰 같은 고아(高雅)한 길지(吉地)나 조용한 산사 앞마당쯤에 심어야 뿌리를 내린다. 이는 선비들의 청렴을 상징하고 스님들은 세속을 벗어나 수행에 용맹 정진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꽃잎이 붉고 향기가 좋다 하여 자(紫)=붉을 자), 미(薇)=향초이름 미), 화(花)(꽃 화)자를 써서 자미화(紫薇花)라고도 한다. 특히 당 현종은 자신이 업무를 보던 중서성에 배롱나무를 심고, 황제에 즉위한 해에 중서성 이름을 자미성으로 고쳤다고 한다.

지금도 중국과 대만에서는 시화(市花)로 지정받을 정도로 사랑 받고 있다. 국화과에 속하는 초본 백일홍과 배롱나무에 피는 백일홍은 전혀 다른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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