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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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주일보
  • 승인 2019.03.13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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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없이 건네주고 달아난 차가운 손/ 가슴 속 울려주는 눈물 젖은 편지/ 하얀 종이 위에 곱게 써내려간/너의 진실 알아내곤 난 그만 울어버렸네" 1974년 임창제와 이수영으로 구성된 어니언스가 발표한 듀엣곡 '편지'의 가사 중 일부다.

이 노래는 쉽고 진솔한 가사에 친숙한 멜로디로 지금까지 불리는 '명곡'이다. 편지는 전화 말고는 뚜렷한 통신수단이 없었던 1980년대까지 일상화된 소통의 도구였다. 말로 전하지 못한 마음과 속내를 글로 표현하는 편지만큼 진솔한 메시지를 전해주는 매개체도 없었다. 휴대폰과 이메일, SNS가 보편화된 오늘날에도 편지는 쓰는 이와 받는 이 모두의 심금을 울리는 표현방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군대 간 자녀들이 훈련소에 들어가 입고 온 옷과 물건들을 집에 보내고 함께 보내 온 편지는 자식과 형제를 떠나보낸 가족들의 가슴을 저미게 한다.

최근 광주학생독립운기념회관에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사연의 주인공은 경기 의왕시 모락고 3학년 임희정 양. 사연은 이렇다.임양이 소속된 모락고 자율동아리 회원들은 광주학생독립운동이 3대 민족운동으로 평가받고 있음에도 '학생독립운동'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실을 접하고 이를 널리 알리는 활동에 나서게 됐다.이들은'학생독립운동' 배지를 만들어 판매한 수익금 10만원을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사업회에 기부하기로 결정하고 지난 1일 직접 쓴 편지와 함께 보냈다.

학생들은 편지에서 "적은 금액이지만 학생독립운동기념 사업에 소중하게 쓰여 조금이나마 선배들에게 위안이 되고 감사하는 마음이 전달되길 바란다"고 적었다.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지난 5일 화답편지에서 "임양을 비롯한 학생들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읽고 또 읽었다"며 "역사를 바꾼 건 학생이었다. 

선배들이 지켜온 정의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도 가져주길 바란다. 감사하다"고 밝혔다.모락고 학생들이 보내온 편지는 사연을 접한 모든 이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주고 있다. 사람들은 편지쓰기를 어려워 하지만 생각만큼 힘들지 않다. 일본에서는 해마다 '일본에서 제일 짧은 편지 대회'가 열린다고 한다. 대회에는 평균 6만명 이상이 응모한다고 한다. 

올봄엔 조금만 짬을 내 그리운 이에게 마음 담은 손편지 하나 건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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