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 당선을 축하하며
조합장 당선을 축하하며
  • 신영배
  • 승인 2019.03.13 15: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영배/발행인
신영배/발행인

먼저 2.6대 1이라는 경쟁률을 극복하고 당선된 전북의 각 조합 당선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축하를 드린다. 그리고 짧은 선거기간과 제약이 많은 깜깜이 선거를 치르며 낙선하신 후보들께 위로와 격려를 드린다.

재선 조합장이나 새롭게 당선된 조합장 여러분께 당부 드리고 싶은 말은 “선거 때에 조합원들에게 약속한 것을 반드시 지켜 달라.”는 것이다. 후보자마다 약속한 내용이 같지는 않아도 조합과 조합원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의 선거문화는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는 무슨 짓을 하든지 간에 법에 저촉되지 않고 당선만 되면 끝이다. 하물며 전전임 대통령은 당선된 뒤에 미국에 가는 비행기 안에서 수행인과 대화를 하면서 “선거 때에 무슨 말인들 못 하겠냐?”라는 말을 했을 정도다.

필자의 걱정은 바로 이런 생각을 혹시라도 조합장 당선자들이 마음속에 지니고 있지 않은가 해서다. 협동조합의 본래 의미는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조합의 운영은 당연히 조합원의 이익과 행복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제도적으로는 조합원 모두가 항상 머리를 맞댈 수 없으므로 대의원과 이사회를 통해 조합운영에 간여하게 했다. 그런데 상당수 조합은 그러한 본래의 목적을 젖혀두고 조합장과 임원들의 이익을 위해서만 조합이 운영된 일이 허다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합원들이 조합장을 직접 선출해 조합원의 뜻이 최대한 반영하도록 한 것이 조합장 직선제도다. 조합원들이 직접 선출한 조합장은 조합원들의 뜻을 절대적으로 따라야 함은 불문가지다.

그러나 상당수 조합에서는 조합장이 일은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도, 많은 연봉을 받으며 보장된 예산을 다 긁어 쓰는가 하면 편법으로 경비를 만들어 사적으로 사용한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조합원에게 돌아가는 배당금은 쥐꼬리 만큼이어도 조합장의 연봉은 줄지 않는 현행 제도는 마땅히 고쳐져야 한다. 일정 배당액 이상을 달성할 때에만 규정된 연봉을 지급하도록 제한하는 등의 법이 조합운영에 반영돼야 한다.

그래야 조합장들이 이익을 내기 위하여 소모성 경비를 줄이고 사업예산을 확대하며 조합원 배당에 온 신경을 집중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안의 A협동조합에서는 조합이 직영하는 점포 임대료를 주변의 시세에 비해 저렴한 보증금과 월 임대료를 책정해 특정인사와 임대계약을 체결한 사례도 있다.

더욱이 이 조합은 특정인과의 계약이 완료된 시점에 수억 원의 권리금을 준 것으로 알려져 이번 선거과정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해당조합에서는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 결정한 사안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결국 이러한 일은 조합장 선거제도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뤄지는 현상으로 판단된다. 당선 후 연임을 위해 특정인들에게 특혜를 주고, 특혜를 받은 조합원은 조합장에게 연임할 수 있도록 충성을 다하는 일이 다람쥐 체바퀴 돌 듯, 반복해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지난달 28일자 칼럼에서 지적했듯이 현행 농수축협장 선거제도는 지극히 비민주적이다. 마치 현직 조합장들을 연임시키기 위한 선거제도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조합장 선거에 나서는 사람이 자기의 경륜이나 조합운영의 방안을 유인물로만 설명하는 불공정 선거는 마땅히 고쳐져야 한다.

적어도 출마한 전체 후보자가 조합원들과 공개된 장소에서 토론할 기회는 주어져야 옳다. 그래야 조합원들이 현직 조합장이 조합운영을 제대로 했는지, 더 잘할 사람이 나왔는지 판단할 수 있다. 조합원 각자에게 투표할 기회만 주면 민주 선거가 되는 게 아니다.

누구나 출마자에 대한 모든 정보를 알 권리가 있고 후보자의 자질을 충분하게 검증할 기회가 주어지는 게 민주 선거다. 현직 조합장은 임기 내내 조합원들과 접촉하면서 친밀도를 높이고 가능한 지원을 해주면서 차곡차곡 표를 모아두었다가 선거에 나선다. 조합에 근무하는 직원들도 조합장과의 관계 때문에 현직 조합장의 선거를 은근히 도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다른 후보들은 가족조차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묶어놓고 개별 방문도 할 수 없다. 공공장소에서 조합원의 얼굴을 다 알지 못하므로 인사조차 나눌 수 없다고 출마자들은 하소연했다. 오로지 인쇄물만 보고 투표하라는 자체가 비민주적이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법안에 이러한 문제점이 얼마나 개선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우선 선거제도가 공정하게 만들어지지 않고는 협동조합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조합장들은 이런 깜깜이 선거제도 덕분에 연임이 얼마든지 가능하므로 조합원을 위한 경영보다는 개인의 치부를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직업이 조합장이라는 말이 나왔을까. 새로 당선된 조합장에게 당선 축하를 드리겠다고 시작한 글이 선거제도를 성토하는 내용으로 흘렀다. 왜냐면 축하하기 전에 이런 선거제도가 고쳐져야 조합이 발전하고 조합원들이 행복할 것이라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해서다.

이제 당선자들은 오는 21일자로 4년 임기를 시작한다. 어쩌면 임기 동안에 선거법이 바뀌어 현직 프리미엄이 줄어들거나 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선거법이 어떻게 바뀌더라도 조합원을 위해 성실하게 일한 조합장은 재선이 가능할 것이다.

그렇지만 조합운영에 대한 무한정한 권한과 조합장 연봉(임금) 맛에 취해 방만한 조합운영을 하면 결과는 불문가지(不問可知)임을 새 조합장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