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생하는 봄인데...
소생하는 봄인데...
  • 전주일보
  • 승인 2019.03.03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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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편집고문

햇빛이 흐릿할 만큼 미세먼지가 우리가 사는 전북을 뒤덮고 있다. 밖으로 나서면 매캐한 먼지 냄새에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운신이 어렵다. 어쩌다 금수강산(錦繡江山)을 자랑하던 이 나라가 먼지 구덩이로 변했는지 마음도 현실도 모두 답답하다.

미세먼지 때문에 답답한 가슴에 지난달 북미회담마저 결렬되어 더욱 꽉 막힌 기분이다. 뭔가 합의점을 찾았기에 회담이 성사되었을 것이고 두 정상이 만났을 터인데, 갑작스럽게 잘 나가던 회담이 결실 없이 무산되었다. 왜 만들어놓은 합의서가 휴지로 변했을까? 금세 멋진 소식이 터져 나올 듯하던 회담장 분위기가 싸늘해졌을까?

생각해보면 그날 회담은 양쪽이 너무 다른 절실함의 차이 때문이었지 싶다. 북한은 하루빨리 제재를 풀어서 어려운 경제 형편을 풀어가고 싶은데 반해 미국은 제재를 풀어주는 이익이 별로 없고 북한과 중국, 한국이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는 결과를 아무런 이익 없이 내어주기 싫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재를 풀어서 남북 경협이 시작되고 철도 연결과 북한을 통과하는 육로가 열리면 한국이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더욱 가깝게 하여 서로 경제적 협력관계가 커지는 결과를 미국이 원치 않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미국의 동북아 최첨단 전진기지인 한국이 눈엣가시인 중국과 러시아와 가까워지는 결과는 한국이라는 만만하고 손쉬운 기지를 잃을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트럼프의 장삿속이 그동안 북한과 대화를 한 이유는 북한의 핵미사일을 제거하는 성과를 거두어 차기 대선에서 승리하겠다는 계산이었다. 그래서 자신을 공격하는 하원에서 전임 비서실장 ‘코언’이 자기에게 불리한 증언을 쏟아내는 날을 회담 예정일로 잡아 회담의 성과로 그 증언에 쏠린 관심을 덮어버리려는 생각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런데 회담에서 거둘 성과가 바라는 대로 나오지 않고 제재를 완화하는 당근만 주게 되면 되레 불리한 여론만 커질 것이므로 여운을 남긴 채 회담을 깨버렸다는 것이다. 완벽하게 다시 만나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서로 많은 성과가 있었고 언제든 문을 열어두고 있다는 애매한 뒤끝을 남긴 것이다.

이렇게 올봄의 소망이 허망하게 무너진 가운데 엊그제 3.1만세운동 100주년 행사가 치러졌다. 회담에서 좋은 결과가 나왔더라면 100년 전의 간절한 염원인 ‘대한독립만세’의 의미가 더욱 새로웠을 터이지만, 그저 우리끼리의 되새김으로 끝나고 말았다.

지금부터 1344년 전, 신라가 당나라에 대동강 이북의 고구려 땅을 바치고 당나라 군대를 끌어들여 백제를 망하게 한 이후, 우리는 제대로 자주독립 국가였던 적이 없다. 신라 김춘추가 좁은 소견으로 그저 백제에 당한 원한을 갚기 위해 당나라를 끌어들인 그 못난 짓을 일컬어 ‘삼국통일’이라는 이름을 붙인 역사기록도 바뀌어야 한다. ‘신라의 더러운 짓’ 쯤으로.

거대한 고구려와 백제, 신라의 땅덩어리를 그대로 간직한 삼국통일이었다면 지금 이 나라가 이런 모양이 되지 않았다. 온갖 계략을 다 써서 고구려를 망하게 하고 백제를 망하게 하려다 제힘으로 안 되니 당나라를 불러들인 죄는 어떤 명분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비겁한 짓이었다. 그 비겁함이 고려와 조선까지 이어오면서 패거리를 짓고 서로 모함하고 헐뜯어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일본이 조선을 쉽게 강점할 수 있던 것도 비겁한 자들이 그들에 동조하여 갖가지 계략을 만들어 준 덕분이다. 나라와 민족이 어찌 되든 나만 잘 먹고 잘살면 된다는 신라의 비겁한 정신은 일제에 협조하는 친일파로 탈바꿈했고, 그들은 해방 후 군정에 빌붙어 살아나서 새 정부의 요직을 차지하고 친일파 박정희의 쿠데타로 영화의 극치를 누렸다.

그리고 오늘 그들은 북미회담이 깨진 일을 일본의 아베와 함께 환호하며 정부의 한반도 평화정책을 폄훼하고 조롱한다. 일본의 진정한 사과를 요구하는 정부를 비난하며 반성 없는 그들을 옹호한다. 마치 일본이 종주국이거나 고국이라도 되는 것처럼 일본과 화해하고 복종해야 한다는 논리를 편다. 유력한 언론이라는 보수 신문사들의 논조가 한결같이 북미회담의 실패를 즐거워하고 있는 현실이다.

오늘의 우리 경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중국의 굴기(屈起)가 우리의 산업영역을 송두리째 잠식하여 모든 부분에서 밀리고 있다. 그나마 우위에 있던 첨단 전자기술까지 거의 따라와 전 품목의 매출이 줄어들어 고전한다. 거기에 미국의 장삿속까지 발동하여 사면초가에 놓인 우리 경제다.

나라 형편이 가장 어려운 시기에 신라의 후예들은 오늘도 오로지 권력탈환을 꿈꾸며 가짜뉴스를 양산하고 대책 없는 비방을 하느라 영일이 없다. 무조건 비난하며 반대만을 외치는 그들이 원하는 건 단 한 가지, 권력이다. 그들은 다시 세력을 결집하여 모양새를 가다듬어 현 정부의 틈새를 뚫어 세상을 다시 엉망진창의 시대로 돌리려는 준비에 골몰한다.

이미 국민은 촛불을 들었을 때 새로운 시대의 가치를 배워서 잘 알고 있다. 그들의 주장이나 지향하는 일이 시대를 거스르는 것이라는 사실도 여실하게 알고 있다. 터무니없는 가짜뉴스를 양산하는 무리와 함께 마음을 돌려 지금이라도 국민이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제대로 현실을 보고 나라의 어려움을 풀어가는데 진력하길 바란다. 소생하는 봄에 그들의 죽은 양심도 소생하기를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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