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그리워만 하자
그냥 그리워만 하자
  • 전주일보
  • 승인 2019.02.24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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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있는 것을 애써 잡으려고 하는 것이나
돌아선 사람에게 눈물로 애원하는 것이나
부질없는 일이다
사랑에 목숨을 거는 것은
더 부질없는 짓이다

모든 것은 때가 되면 왔다가 때가 되면 간다
바람도 왔다가 가고
욕망도 왔다가 가고
눈물도 왔다가 가고

못 견디게 그리운 날에는 그리워하자
두 눈을 감으면
떠난 것들이
돌아와 위로할 것이니
 
그냥 그리워만 하자


그리움은 물리적으로 정신적으로 멀리 있다는 의미다. 만날 수 있고 찾아갈 수 있다면 그것은 그리움의 범주 밖이다. 떠난 사람을 그리워하며 젖은 눈빛을 보낸다는 것은 가슴에 고인 슬픔을 퍼내고 비워내는 일이다. 그리움은 여전히 기억 속에 남아서 오장을 긁어댄다. 추억으로 간직하고 살아도 좋을 사랑을 잊지 못해 안타까운 것이다. 한생을 그리워 한다는 것은 노을 뒤편으로 가서 잠들 한 그림자를 생각하는 것이다. 시간이 흘러 다음 세상에서 만나는 인연이라 할지라도 이승의 사랑이 진짜 사랑이다. 어느 여름날 소낙비처럼 문득 찾아올지라도 그리움은 변함이 없어야 한다, 그리워 한다는 것은 아직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사람을 그리워 한다는 것은 빈 가슴을 한 서러움으로 채우는 일이다. 채워진 서러움을 눈물로 퍼내면서 가슴을 쥐어뜯는 일이다. 젖은 가슴을 파먹으며. 아픔을 사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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