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과 자주독립
북미회담과 자주독립
  • 전주일보
  • 승인 2019.02.24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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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편집고문

오늘은 100주년 3.1절을 목전에 둔 25일이고, 27일엔 북미회담이 있다. 특별히 올해는 독립이라는 단어에 마음이 쓰인다. 100년 전 3월 1일에 우리 선조들은 일제의 폭압에서 벗어나겠다는 일념으로 총칼 앞에 맞서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서울 파고다 공원의 독립선언서 낭독과 만세 행진으로 시작된 만세운동은 전국에 들불처럼 퍼져나가 방방곡곡에 메아리쳤다. 조선이 일제에 망한 까닭은 중국을 세상의 중심으로 믿고 오로지 공맹지도(孔孟之道)를 따르는 것이 최고의 미덕으로 알았던 조선의 이념 때문이었다.

중국은 세상의 중심이 아니었고 현실에 만족하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늙은 제국이었다. 묵어 터진 주자학에 목을 매고 나아갈 길을 모르던 사회 지도층은 서로 파당을 이루어 싸우며 알량한 제후국의 권력을 차지하는 놀음에 침잠해 있었다.

그렇게 나라가 망하고 늦게야 조선의 현실을 인식한 이들이 세계에 조선의 현실을 알리고자 일으킨 사건이 ‘3.1 만세’였다. 만세운동에서 일제는 7,500여 명을 죽인 것으로 초기에 집계하였으나 후에 그 숫자를 600명으로 줄였다고 한다. 2013년에 당시 정부가 650명의 희생자 명단을 만들었으나 나름으로 확인 가능한 남한 쪽의 숫자에 불과하여 실제 숫자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해 4월11일에는 중국 상하이에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되어 망명정부 활동이 시작되었다. 대한민국은 1919년 4월 11일에 건국되어 오늘에 이르렀으므로 올해는 건국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그동안 친일 보수세력이 대한민국 건국을 1948년으로 정하려는 노력을 계속한 것은 그들의 친일행위를 감추고 정당화하려는 의미였다.

친일 세력이 오늘까지 거대한 집단을 형성하고 유력 언론을 소유한 채 목소리를 내는 까닭은 해방 이후 미군정에 밀착한 친일 세력을 정리하지 못해서이다. 미국은 군정을 하는 동안 귀국한 임시정부 요인들을 인정하지 않고 일제에 협력하고 봉직한 친일파들을 군정에서 활용하고 정치적 기반까지 만들도록 허용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친일 세력을 정리하지 못했고 되레 그들이 군정 요직을 꿰차고 앉아 나라를 잃고 타국을 떠돌던 많은 망명 인사들이 귀국하지 못하는 부끄러운 역사를 만들었다. 정리되어야 할 세력이 되레 권력을 잡는 바람에 이 나라에는 정의라는 개념이 없어지고 무조건 ‘강한 편에 서야 잘 산다’라는 비겁한 행동 양식이 더욱 굳게 정립되었다.

원래 이 민족은 어딘가에 매달려 빌고, 힘센 세력에 굴종하는 일에 익숙하여 혼자 서지 못하고 큰 나라를 종주국을 모셔야 했다. 대륙의 고리타분한 사상에 매료되어 스스로 발전의 길을 모색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몇 번의 외세 침략을 받아 숱한 것을 잃으면서도 정신을 차리지 못해 끝내는 일본의 침략에 나라를 내주고 식민통치를 받는 수모를 당했다.

오늘도 태극기 부대와 보수세력들은 미국을 추앙하고 일본의 비위를 맞추며 외세의 힘으로 자신들이 권력을 쥐어보려 안간힘을 다한다. 침략을 정당화하고 사과하지 않는 일본과 화해해야 한다고 떠벌린다. 어쩌면 그들의 진정한 조국은 아직도 일본인지 모른다. 5.18 항쟁을 북한군의 책동으로 돌려 폄훼하는 일도 그런 맥락일 터이다.

1948년 군정 통치가 끝나 대한민국 정부가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아 수립되었지만, 1950년 시작된 한국전쟁과 휴전을 거치면서 우리 땅은 미국의 극동 전진기지에 불과했다. 전쟁이 멈추어 있을 뿐, 이 땅은 아직도 전쟁 중이다. 전쟁 당사국이 휴전하기로 서명할 때 우리 정부는 휴전을 반대한다며 협정에 서명조차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우리 땅에서 벌어진 전쟁에서 엉거주춤한 정전상태로 60년을 보냈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고 미국이 나서지 않으면 우리 국토에서 우리민족끼리 전쟁을 마무리할 수도 없는 이상한 처지이다. 트럼프가 주한미군 주둔비를 2억 달러로 올려도 그냥 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우리의 오늘과 내일을 오로지 미국에 의지하고 매달리는 오늘의 현실이나 중국에 매달려 지리멸렬한 조선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가 북미 회담이 잘되어 전쟁상태가 마무리되고 한반도 평화를 갈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러한 야릇한 현실에서 벗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전쟁 당사국으로 남아있는 한 우리는 미국의 51번째 주와 다를 게 없다. 대선이 끝날 때마다 대통령은 업무도 정리되기 전에 미국을 방문하여 머리를 조아려 왔다. 모든 외교적 문제에 미국의 눈치를 보며 승낙을 얻어야 일이 무사하게 진행됐다.

미국의 조야가 북미회담에서 한반도 평화협정에 이르는 일을 달가워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반도가 안정되어 미군이 필요 없게 되면 미국은 극동에서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고 오히려 주둔비를 내고 주둔해야 한다. 가장 골칫거리인 중국을 감시하고 견제할 힘이 크게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침 트럼프가 재선을 위해 북미회담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사정이 우리에게 어쩌면 행운이랄 수 있다. 김정은이 크게 되로 물러서서 비핵화의 큰 그림을 그려낸다면 오래 묵은 전쟁이 끝날 수 있다. 그리하여 한반도에 평화가 오고 우리의 물자가 육로로 유럽까지 가는 새로운 경제도약과 민족중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꿈에 그리던 자주독립으로 일본의 더러운 음모를 떨쳐내고 미국의 손에서 벗어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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