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지자체 가축사육 제한, 축산업 위축시킨다
지나친 지자체 가축사육 제한, 축산업 위축시킨다
  • 김도우
  • 승인 2019.02.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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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도 우/정치팀장

황금돼지의 해가 밝았지만, 축산업은 설 땅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조례로 가축사육을 지나치게 규제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이 문제와 관련 전주일보는 몇 번 기사화 했다. 지자체들이 환경부의 권한 위임을 근거로 가축사육을 제한하는 조례를 제정하면서 실제로는 환경부 권고안보다 훨씬 강력한 조치를 담아 규제에 나서고 있다. 

환경부의 권고안에 따르면 3,000마리 이상을 사육하는 양돈농가에 한해 1,000m 거리제한을 설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권고안을 지키는 지자체는 전북 14개 시·군 중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실제 농림축산식품부가 2018년 10월 164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권고안 준수 여부를 조사한 결과, 43.9%만 권고안을 지켰다.

농협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충남지역은 돼지사육 제한거리가 평균 1,092.9m였고, 전북은 1,785.7m에 달해 환경부의 권고안을 무색하게 했다. 

전북은 다른 지역보다 제한거리를 더 두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환경부 권고안은 주거밀집지역을 민가가 5~10가구 이상 모여 있는 곳으로 규정해 현장에서는 농림지역까지 주거밀집지역에 포함되는 실정이다.

축산농가 사이에서는 지자체들이 거의 모든 지역을 가축사육제한 지역으로 묶어 축산업을 몰아내려 한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최근 농촌지역에서도 삶의 질이 강조되면서 축산농장이나 시설을 꺼리는 주민들이 늘고, 이에 맞춰 지자체들도 환경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축산업이 어느 정도 환경문제를 일으켜 주민들의 민원을 유발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지자체들이 강력한 조례를 만들어 무차별적으로 가축사육 규제를 밀어붙여서는 곤란하다. 이런 규제는 오히려 국민 식량공급을 담당하는 축산업의 기반을 흔들고, 축산농가의 생계를 위협하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지역주민 민원을 앞세우지만 지역사회 갈등의 진원지가 될 소지도 크다.

축산농가들은 환경부의 권고안을 지자체가 지킬 수 있도록 법제화해달라고 요구한다. 지자체들은 규제보다 지역 내 축산업과 주민들이 공존하도록 관련 대책을 강화하는 게 먼저 할 일이다. 축산농가들도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악취나 축산분뇨 관리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여러 학자들은 악취저감이 법 제정의 목적이라면 농가의 악취저감 노력 여부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또 축산 선진국들도 축사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정주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축사 이격 거리와 관련된 기준을 설정해 활용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축사 이격 거리를 ‘적정거리’라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으며, 아일랜드의 경우 ‘최소 권고거리’라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축산 선진국들은 가축사육두수 및 사육단계, 축사구조 및 분뇨 저장형태, 사료성분, 축사 인근 주거단지 규모 및 형태 등의 요소들을 바탕으로 축사이격거리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농장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가축사육 제한거리를 설정하고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택건설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가 근처 축사 설치를 규제하는 것처럼 기존 축사 밀집지역 인근에도 주택건설허가를 내주지 않는 등의 조치가 있어야 형평성에 맞다는 논리다. 틀린 말은 아니다. 

독일의 경우 1,000두 규모 양돈농가의 이격 거리는 분뇨관리 및 환기 방법, 사료 유형 등에 따라 최소 240m에서 최대 390m로 설정돼 있으며, 네덜란드는 축사 인근 부지활용 형태(농업지역, 주거단지, 병원, 공원 등) 및 사육규모를 바탕으로 2,000두 규모 양돈농가의 이격 거리를 최소 100m에서 최대 350m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부에서 권고한 우리나라의  1,000두~3,000두 규모의 양돈농장의 사육 제한거리는 일률적으로 700m로 설정돼 있어 독일이나 네덜란드에 비해 비 합리적인 기준이다. 

독일이나 네덜란드의 사례를 참고해 축사구조 및 분뇨 저장형태, 축사 인근 주거단지 규모 및 형태 등의 요소들을 고려할 경우 축산 농가는 수긍할 것이다.

보완된 가축사육 제한거리는 축산농가로 하여금 능동적으로 악취관리 노력을 기하도록 유도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 축산악취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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