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오는데
봄은 오는데
  • 전주일보
  • 승인 2019.02.10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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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편집고문
   

설날 다음날인 6일, 연휴의 무료함을 달래겠다는 생각으로 순천만 국가정원을 찾아갔다. 제법 많은 가족 방문자와 쌍쌍이 보였다. 겨울 끝이어서 볼거리도 별로 없는데 성급하게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몰려나온 듯했다.

정원을 돌다가 매화가 아래로 가지를 늘어뜨린 매화길로 들어섰다. 벌써 푸른 빛이 감도는 청매가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이미 봄이 열린 것이다.

전주 효자동의 일요일 아침 기온이 영하 6도를 가리키는 추위가 몸을 움츠리게 했다. 오는 봄을 시기하는 봄추위가 제법 성깔을 내고 있다. 풀린 듯 포근하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매서운 추위와 칼바람이 휘몰아치는 변덕스러운 계절이 시작되었다. 아마 이런 변덕은 3월까지도 이어져 우리를 혼란스럽게 할 것이다.

오는 2월 27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했다. 그리고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6일부터 8일까지 사흘간 북한에 가서 실무협상을 진행했다. 비건 대표는 3일간 실무협상을 진행했으나 괄목할만한 결과를 도출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협상 결과를 두고 ‘생산적’이라는 표현을 쓴 걸 보면 교착상태는 벗어나 사태를 풀어가기 위해 서로 노력하고 있다는 짐작이다. 제발 좋게 풀리기를 바란다.

회담과 관련하여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일이 잘 안되기를 바라는 몽니로, 미국이 제재 완화에 대해선 한발도 물러나지 않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어서 회담의 성과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들의 바라는 바가 그렇다는 의미 이상은 아니길 바란다. 일본이나 자한당이나 남북평화가 싫은 자들의 코를 납작하게 하는 의미에서도 2차 북미회담은 성공해야 한다.

북한은 당장 경제제재라는 발등의 불을 조금이라도 꺼야 숨통이 트일 상황이므로 2차 회담까지 뭔가 미국이 좋아할 만한 조건을 제시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한다. 비건 대표가 우리 정부와 사전에 조율하고 평양서 돌아오자 다시 강경화 외교를 만나 결과를 말하고 우리 정부의 역할을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형편도 북한과 별반 다르지 않아서 한반도 평화야말로 가장 다급한 우리의 과제이지만, 우리의 생각보다는 미국과 북한의 손에 매인 일이니 답답하다.

남북문제를 생각하면 아슬아슬한 줄 위에 올라앉은 듯 불안하고 조심스럽다. 북한의 김영철이 미국을 방문하여 2차 정상회담의 전망이 나오더니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27일 북미회담을 열 것이라고 기대 높은 심경을 드러냈다. 그런데 비건 대표가 남북을 오가며 3일이나 실무회담을 하고서 ‘생산적’이라는 애매한 표현을 내놓고 있으니 우리는 또 걱정이다. 서로 뭔가 접점을 찾지 못한 것인지, 진정 생산적으로 잘 되어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아직 상당한 시간이 남아있으니 그 안에 뭔가 타협이 이루어지고 회담의 성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덧붙여 기대하는 마음은 깜짝 이벤트를 즐기는 트럼프이고 미국의 여론이 지극히 나쁜 상황에서 북핵 문제를 멋지게 풀어내야 하는 필요성에 따라 뭔가 획기적인 성과를 거둘 수도 있다는 점이다. 모든 결과는 시간이 만들어낼 것이므로 지나친 우려나 기대도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봄을 기다리는 마음처럼 남북문제가 풀리고 민족화합과 발전의 길이 활짝 열리기를 기대하며 자꾸만 좋은 꿈을 꾸고 싶은 것이다.

봄을 기대하는 마음은 잠든 것들이 깨어나고 죽었던 자리에서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는 소생을 기다리는 마음이다. 그저 단순히 지난봄이 다시 돌아오는 게 아니라, 조금 더 밝고 따듯한 시절을 이루어 전보다 나은 미래를 염원하는 마음인 것이다. 그렇게 세상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새롭게 열리면서 발전해왔다.

그런데 우리의 정치판은 계절이 거꾸로 흐르고 오래된 망령들이 잠에서, 죽음에서 부활하는 가장 나쁜 되풀이를 하고 있어서 걱정이다. 촛불혁명으로 새 정부가 들어서서 국민에게 희망을 주던 밀월의 시간은 잠시였다. 이러한 변화를 싫어하는 수구세력과 언론들이 죽어라 물어뜯은 성과가 나오고, 지난 50년간 각계에 뿌리박힌 수구세력이 발호하여 새 정부와 정치권을 마구 흔들어놓고 있다.

민생이나 민족이니 나라니 하는 목표가 아닌, 오로지 그들의 권력을 되찾겠다는 일념으로 되나 케나 물어뜯고 보는 수구 야당의 행태는 가히 목불인견의 경지에 이르렀다. 국회에서 5.18 규명을 위한 세미나를 한답시고 북한군이 5.18의 주역이었다고 주장하여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은 지만원을 데려다가 억지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리고 거기에서 자한당 국회의원이라는 인물들이 내뱉은 한심한 말들은 입에 담기도 부끄럽다.

또 하필 북미회담이 열리는 오는 27일 전당대회를 앞둔 자한당은 대회일정을 두고 내부에서 충돌이 나고, 당권 도전에 관한 일을 옥중에서 박근혜가 간섭한다는 뉴스가 있었다. 일부에서는 이명박과 박근혜 석방을 주장하는 소리가 나오고, 아직도 그 여자가 그들의 보스로 인식되는 현실을 보며 촛불을 들었던 많은 이들이 개탄했을 것이다.

지금도 오랜 꿈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그 여자나 거기에 목맨 자들을 보며 우리의 시간은 참으로 야릇하게 흐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6년 3월 10일 “피청구인 박근혜를 파면한다.”라는 선고는 대한민국 국민이 한목소리로 낸 선고였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직 2월인데 벌써 되잖은 봄 꿈을 꾸는 여자와 그 무리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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