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길이 열렸다?
하늘길이 열렸다?
  • 전주일보
  • 승인 2019.01.3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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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영배 대표

온통 잔칫집 분위기다. ‘새만금국제공항’과 ‘상용차 산업 혁신성장 및 미래형 산업생태계 구축’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필자 또한 지면을 통해서나마 축하의 인사를 전한다.

사실 새만금공항의 꿈은 새만금 물막이 공사가 시작되던 때부터 꾸었다. 당시 정부는 농사를 짓기 위해 간척사업을 한다고 했지만 전북도와 전북인들은 농사를 짓는 것 보다는 산업단지와 공항을 건설해 새만금을 동북아 경제 허브로의 육성을 희망했다.

이후 28년이 흘렀다. 여태 세월만 허비하고 있다가, 우여곡절 끝에 이제야 비로소 공항을 만들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송하진 전북지사는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50년 숙원을 이뤄냈다. 세계를 향한 전북의 하늘길이 열렸다”라고 들뜬 마음을 표현했다.

그동안 터덕거리기만 하던 새만금 사업에 8000억 원이 투입될 가시적인 희망이 생기자 그동안 답답했던 마음이 풀려 성급한 표현이 등장했지 싶다. 예비타당성조사가 면제 됐다 해서 당장 공항건설이 시작되는 게 아니다. 현재 진행 중인 기초조사가 끝나야 어디에 어느 정도 규모의 공항을 세울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토지문제와 환경 영향도 검토해서 걸림돌이 없어야 설계가 시작된다. 공항 설계는 일반 건축과 달라서 적어도 1년 이상 시일이 소요된다고 한다. 그리고 매립지의 경우는 지반이 안정되어야 하는 문제까지 있어서 정부가 차질 없이 예산을 지원을 한다 해도 적게 잡아도 10년 정도 걸려야 하늘 길이 열릴 수 있는 셈이다.

그동안 오죽 답답했으면 이제 겨우 가능성이 열린 일을 두고 ‘하늘길이 열렸다’라고 했겠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새만금 공항이 완성된다 해도 솔직히 우리 전북에 엄청난 도움이 되리라는 보장이나 기대도, 명확한 근거도 없다. 다만 공항이라는 인프라가 가세함으로써 외부투자가 늘 수 있고 인근 군산, 부안 김제, 익산, 전주의 경제 · 사회적 여건이 향상될 수 있다는 기대치는 있다.

한편으로는 국제공항이라는 게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교통 시설일 뿐, 인근 지역에는 소음이 그치지 않고 비산 먼지를 비롯해 교통 혼잡 등의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반작용도 만만치 않다. 공항의 부정적 반작용 사례는 제주공항을 비롯한 기존의 공항에서 엿볼 수 있다.

워낙 기뻐할 일이 없던 전북지역에 공항이 들어설 희망이 생겼으니 이렇게라도 기쁨을 표시하고 도민들과 나누고 싶은 송하진 지사의 심경을 미루어 아우르면서 퍽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앞으로 전북도가 많이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필자는 지난주에도 답답한 전북도 행정을 몇 가지 지적했었다. 그러지 않아도 수동적이고 마음을 안으로 갈무리하는 습성을 가진 도민들인데, 도정마저 수동적인데 대한 불만이어서였다. 솔직히 필자는 송 지사가 마치 조선시대에 점잖은 사대부의 생각으로 도정에 임하고 있는 게 아닌지 염려한다.

양반 체면에 머리를 조아려 어려운 전북을 살려주십사 동분서주하는 일이 내키지 않을 수도 있지만, 우리 현실은 그런 체면을 살필 여유가 없다. 지금의 전북은 어떤 모습인가? 조선 때 전북과 전남, 제주를 통솔하던 힘있는 관찰사도 아니다. 그나마 쓸만한 건 모두 광주.전남에 내주고 쭉정이만 남은 전북이다.

오늘의 열세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오래지 않아 닥칠 인구 감소시대에 전북이라는 이름이나마 간직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그런 지경을 당하지 않으려면 좀 더 적극적이고 전향된 자세로 도정(道政)이 이뤄져야 한다. 지난주에도 언급했지만, 전북도는 산하 자치단체를 이끌어가는 선도 역할과 모두를 아울러 끌어당겨 하나로 뭉치는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

현재 기초자치단체마다 각자도생의 길을 가고 있는 가운데 전북도는 냉정한 시각으로 이들에게 방향을 제시하고 서로 방향이 엇갈려 상충하는 일은 제때 조정해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이뤄내야 한다.

어떤 정책이 잘 될 경우 우르르 몰려 시.군마다 경쟁을 해 효과를 갉아버리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도 전북도정의 몫이다. 상당한 예산권과 감사권한을 손에 쥐고 있으면서도 산하 자치단체를 확실하게 장악하지 못하는 건, 의지가 아닌 기술적 문제가 아닌가 싶다.

이제 새만금국제공항 예타면제를 통해 작은 희망이나마 생겼으니, 그 희망에 물주고 북돋우어 잘 가꿔야 결실을 볼 수 있다. 우주가 끊임없이 변하듯이 세상일도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시의적절하게 대비하고 적응하지 않으면 잘 되던 일도 비틀어지고, 결정되었다던 일도 얼마든지 취소될 수 있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김칫국부터 마시는 일은 퍽 위험한 발상이다. 좋은 일에 초를 치느라 중언부언하는 건 아니다. 다만, 필자의 경험으로 이런 일들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고 달라질 수 있다. 아울러 우리 전북에서 추진되는 일은 뻔 한 일도 터덕거리고 흔들려 제대로 끝을 맺기가 퍽 어렵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이 아니라, 너무 자주 중앙정부에 배척 당하고 배신을 당해왔기에 노파심에서 비롯된 생각이라고 해두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덧붙여 규모가 미천한 지역 언론의 발행인이 감히 전북 도정에 맞서려는 생각도 아니다.

어제가 없는 오늘과 오늘이 없는 내일은 없다. 지난 시절 우리는 너무나도 오랜 세월을 '새만금 찬가'를 부르며 아무런 득도 얻지 못한 채 허비했다. 그래서 지금은 '꿩 잡는 매'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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