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의 큰 그림(?)
아베의 큰 그림(?)
  • 전주일보
  • 승인 2019.01.27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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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편집고문
   

전남 무안의 산림연구원에 봄의 전령인 노란 복수초가 핀 사진이 뉴스에 올라왔다. 아직 입춘이 채 되지 않았는데 활짝 핀 복수초를 보며 자연의 순환은 어김이 없음을 실감한다. 복수초가 피면 뒤를 이어 노루귀, 얼레지 등도 피어 오는 봄을 재촉할 것이다. 이제 산골 계곡의 얼음 밑이 슬그머니 녹기 시작하여 땅밑을 촉촉이 적실 것이고, 겨우내 기다렸던 풀과 나무의 발가락들이 벋어가며 몸을 비틀어 부지런히 땅 위로 새싹을 밀어 올리기 시작할 것이다.

일주일 남짓이면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이고 다음날은 설날이다. 새봄으로 이어지는 멋진 계절이지만, 돌아가는 세상의 풍경은 마냥 즐길 수만은 없어 보인다. 갈수록 삭막해지는 인간관계 속에 ‘정’이라는 아름다운 사람 사이의 끈이 모두 잘려 철저한 개인주의가 만연하더니,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도 철저한 국익 우선주의로 흘러 사방을 둘러봐도 모두 적이거나 경쟁 관계뿐이다.

특히 미국의 트럼프가 취임하여 미국이 세계의 지도자 역할을 포기하고 오로지 나라의 이익만을 추구하기 시작하면서 국제관계는 우방과 적이 따로 있지 않다는 게 현실화했다. 미국이 부담되는 여러 국제기구에서 탈퇴하는 장사꾼 외교가 시발점이 되어 국익이라는 명제는 모든 상황을 넘는 최선으로 둔갑했다. 멕시코 장벽을 설치하고 관세를 올려 무역장벽까지 높이면서 국가주의는 세계의 트랜드가 되었다.

그런 미국의 행위에 머리를 조아려 알랑거리는 짓을 계속하던 일본의 아베가 최근에 연이어 한국의 군함을 위협하며 뭔가 분쟁의 꼬투리를 만들려 발싸심이다. 처음에는 어쩌다 그렇게 된 작은 문제로 생각되던 일본의 도발이 고도의 계산된 행동이고 여러 가지 복합적인 효과를 노리는 책략이라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벌써 여러 차례 고의로 그들의 초계기를 우리 군함에 위협이 되도록 근접시켜 우리의 자위수단이 발동하기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 동해에서 북한 어선을 구조하는 해군함정에 위협 비행을 해놓고 우리 군이 과잉 대응을 했다고 적반하장의 트집을 잡더니, 급기야는 서남해역까지 쫓아와 위협 비행을 하고서 그런 일이 없다고 시치미를 떼기까지 했다. 그렇게 자꾸만 깐족거려 우리의 비위를 건드리는 짓을 계속한다. 이런 일은 일본 초계기의 기장 정도가 판단하여 저지르는 행동이 아닐 것이다. 지극히 계산된 책략이 고위층에서 발령되어 저지르는 짓이라는 짐작이다.

그러면 왜 그들이 이런 도발을 하는지 생각해보자. 일본의 아베는 올해 그들의 헌법을 고쳐서 전쟁을 벌일 수 있는 나라로 돌아가고 싶어 애를 쓴다. 그런데 아베의 개인 인기도 시원치 않고 전쟁 가능 국가로 가는 걸 반대하는 여론 때문에 강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 함정을 건드려 자위수단이 발동하도록 깐족거려 일본기가 어떤 형태든 공격을 당하게 되면 경우가 달라진다. 자국 여론이 금세 들끓어 헌법을 고칠 수 있게 된다는 계산을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거기에 또 다른 이유를 들자면, 남북화해와 북미회담 진전으로 북이 핵을 폐기하는 수순을 거쳐 한반도 평화가 구축되는 일을 훼방 놓으려는 게 아닌가는 의심도 든다. 남북이 손을 잡아 공동 번영의 길로 들어서면 막대한 경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여 동북아에서 일본의 역할이나 지위가 희미하게 된다. 한반도 평화가 이루어지면, 중국의 영향력은 크게 늘고 일본은 동북아의 외톨이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

그뿐 아니라 한국이 대륙으로 이어지는 육로를 확보하면 일본은 한국과의 무역 경쟁에서 불리한 조건이 더 많아진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그동안 한국의 보수 친일정권을 통해 구축한 한국 내 일본의 영향력이 크게 줄어들고 자꾸만 일본의 지난 잘못을 들추는 일이 못마땅하다. 거기에 올해는 3.1 독립만세 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어서 반일 감정은 더욱 나빠질 요인이 늘었다.

일본이 노리는 또 하나의 효과는 한국 보수세력에 힘 보태기와 진보정권의 몰락이다. 박정희 시대부터 이어온 친일정권이 뭐든 일본에 의지하고 상의하면서 일본은 여러 면에서 한국을 이끌어주는 듯 이익을 취해왔지만,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남북문제도 보수 정권 시절에는 미국과 논의하고 반드시 일본에 들러서 설명을 해왔지만, 지금 정부는 일본에는 사후에 결과만 통보하거나 그마저도 언론을 통해 아는 수준이다.

소위 ‘저팬 패싱’이 이어지자 일본은 미국에 찰싹 들러붙어 영향력을 행사하려 해보았지만, 먹히지 않았다. 아베가 다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나름 전략으로 한일간 긴장 관계를 조성하여 제대로 무장도 하고 동북아의 군사 강국으로 일어서보려는 획책이 아닌가 싶다. 문 정부를 곤란하게 하여 여론을 나쁘게 하고 보수에 힘을 실어주어야 총선에서 보수세력이 득세하고 다음 대선에 보수가 집권해야 맘대로 한국을 요리할 수 있다는 무지개 꿈을 꾸는 거라는 염려도 보인다.

치사하고 사소한 듯한 도발 속에 감춘 일본의 저의를 필자 나름의 생각으로 짐작해보았다. 아베가 나름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이런 필자에게 일본을 너무 경계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일본의 정치인과 국민은 전혀 다른 듯 보이지만, 유사시에 국민은 지도층에 맹종한다. 이런 염려가 결코 지나친 것이 아니라는 근거는 우리 근세사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일본은 자세히 볼수록 더 알 수 없고, 완전히 마음을 열고 만날 상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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