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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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주일보
  • 승인 2019.01.23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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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태어나 피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나이'다. 우리는 해가 바뀔 때마다 나무에 나이테가 늘어가듯 나이를 먹는다. 새해가 오고 나이를 한살 한살 먹을 때마다 새로운 다짐과 결심으로 한해를 설계한다.

머물러 있는 줄 알았던 청춘도 젊음도 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슬프고 서글픈 일만은 아니다. 경험이 쌓이고 관록이 더해지는만큼 사물과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깊어지고 경륜도 더해진다. 나이가 들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추해진다는 것이다.

사람이 나이를 먹듯 물도 나이를 먹는다. 물은 나이가 들수록 더 깨끗해지고 더 맛있어진다고 한다. 물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것은 호주 대찬정 분지의 지하수라고 한다. 이 물은 약 4만5천살이라고 한다.

그러나 극지방에 있는 빙하 시대 얼음물에 비하면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청춘이다. 물의 나이를 따질 때 지표에 막 떨어진 빗물의 경우를 0세로 친다. 이 빗물이 땅속에 스며들었다가 지하수가 되는데 10년이 걸렸다면 이 물의 나이는 10세, 50년이 걸렸다면 50세가 되는 셈이다.

빙하시대 얼음물이 수십만 살 나이를 먹은 것을 감안하면 비교가 되지 않는다. 물은 나이를 먹을수록 맑고 신선하다. 100년도 채 못 사는 사람이 수만년 나이를 먹은 물을 먹고 생존을 이어감을 생각하노라면 오묘한 자연의 이치가 놀라울 뿐이다. 이 흔한 물을 한평생 제대로 마셔보지 못하는 이들도 많다.

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이나 아시아의 오지, 모래와 사막 밖에 없는 중동에 사는 사람들이 단적인 예다. 이중 이스라엘과 아랍 간 오랜 분쟁 상태에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들도 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그리는 천국이 맑고 깨끗한 샘물이 넘쳐흐르는 곳인 것도 이같은 연유에서 비롯된다.

성경에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불린 팔레스타인에 물은 흐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들게 한다. 먹을 물조차 구하기 어려운 땅에서도 삶과 꿈은 이어진다. 설 연휴가 2주여 앞으로 다가왔다. 떡국 한 그릇 먹고 또 한 살 나이를 먹게 된다.

넓고 넓은 지구촌 동아시아 한반도에 자리한 땅에서 마실 물 넘쳐나고 목마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이보다 더한 행복이 어디 있을까 싶기도 한다. 하루 평균 2달러도 채 안되는 생계비로 세끼마저 제대로 챙겨먹지 못하고 1리터도 되지 않는 식수로 눈물겨운 삶을 사는 이들이 있다고 생각하면 가진 것 많지 않아도 넘침 없는 일상으로 살고 있으니 이또한 축복이다.

나이 한 살 더 먹고 우리가 마시는 물이 얼마나 맑고 소중한 것인지를 곱씹어 봐야 한다. 각자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도 나름의 의미와 가치가 있음을 되새기는 한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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