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유통이 답이다
해수유통이 답이다
  • 전주일보
  • 승인 2019.01.16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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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영배 대표

지난 휴일 저녁에 우연찮게 줄포에서 지역 주민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지역의 현안을 비롯한 잡다한 이야기꽃을 피우던 중 자연스럽게 새만금 개발에 대한 토론이 이뤄졌다.

내용 또한 새로웠다. 흥미롭기도 했다. 그동안 들어왔던 정부와 전북도의 일방적인 이야기가 아닌, 그야말로 현지 주민의 입장을 가감 없이 들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주장은 한마디로 기존의 새만금 개발 계획을 즉각 중단하고 해수를 유통하자는 것이었다.

근거는 간단했다. 새만금 주변에서 더 이상 매립토를 구할 수 없으며 양호한 수질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자리에서 ‘새만금 도민회의’(도민회의)에서 새만금 재생에너지 사업추진과 관련된 기자회견 소식을 듣었다. 그리고 지난 월요일 도청에서 진행된 도민회의 기자회견장을 찾았다.

기자회견에서 도민회의는 새만금 재생에너지 사업추진에 관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들은 “해수유통으로 갯벌을 포함한 하구해역 생태환경을 최대한 보존하거나 복원해서 현재 씨가 말라가는 전북의 수산업을 복원하자는 것이었다.

또한 새만금 지역 관광을 활성화시켜 전북의 새로운 발전 방향을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특히 도민회의가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에 대해 제시한 의견은 첫 번째 ‘수상 태양광 설치가 어족자원 복원에 문제를 발생시켜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수상 태양광 예정부지는 해수면 상태여서, 해수유통을 하게 되면 ‘어족자원의 산란장이나 갯펄의 어족 서식처로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도민회의는 “기존의 방수제와 동서 및 남북도로 교량 아래 터널을 설치해 물이 유통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어업 및 관광업에 활용할 수 있는 부지는 제외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매립지 가운데 활용 가능한 부지는 제외하고 태양광 발전시설을 하라는 것이다. 또 태양광 사업은 2020년 해수유통 여부가 결정된 후에 추진해야 혼선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태양광 사업 예정부지는 현재 새만금 방조제 내측에서 어업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옮겨서 어민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도민회의는 대안책으로 현 태양광 사업 예정지 대신 방조제 옆 수변 부지와 육상 유휴지 등을 최대한 활용할 것을 제시했다.

세 번째는 ‘도민수익형과 기업유치형 비중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사업 이익은 도민에게 최대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사업 시작 후 28년이 흘렀지만, 그동안 도민들은 피해만 당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새만금 주변의 지자체 경제는 되레 어려워졌다. 그런 이유로 정부는 재생에너지 계획이 도민에게 어떤 이익이 되는지 확실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네 번째는 ‘도민과 소통하고 협의를 만들어내는 민관협의회가 구성되어야 한다’는 제안이다. 도민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면 지금처럼 진척도 안 되고 도민들의 피해만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옳은 지적이다. 또한 좋은 제안으로 생각된다.

필자는 부안군 출신이다. 방조제 공사 이후에 주민들의 호주머니가 얼마나 피폐해졌는지 누구보다도 절실히 체감하고 있다. 특히 새만금 방조제 바깥쪽, 즉 외해는 방조제 공사 후 갯펄이 사라져서 허옇게 돌바닥이 드러나 죽음의 바다로 변했었다.

여기다가 유기물이 풍부한 갯펄을 새만금 내부 매립토로 사용하는 바람에 새만금 사업의 성공 여부를 떠나 환경단체와 어민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들어서 갯펄답지는 않지만, 조금씩 갯펄이 형성돼 해삼을 비롯한 각종 어류들이 서식하고 있다.

도민회의 주장대로 해수가 다시 유통되면 내수면의 흐려진 물이 맑아지고 펄이 조성된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즉 새만금 호수는 다시 생명이 꿈틀거리는 훌륭한 어장으로 변모할 것이다. 현재도 가을철이면 “집나간 며느리가 돌아온다”는 전어들이 양질의 유기물을 따라 새만금 내부로 몰려온다.

해수를 유통하면 새만금 호수는 우리가 기대하는 그 이상의 어족자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정부가 새만금 내부에 태양광 사업을 추구하는 일에 대해 왈가왈부 하고 싶지 않다. 다만 어족자원을 되살려야 할 내수면과 유용하게 쓰일 매립지 위에 태양광 시설을 할 이유는 없다는 사실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태양광 발전의 적지는 바람과 햇빛만 잘 들면 어디든 문제 되지 않는다. 도민회의 제안처럼 수면위에 설치하는 부력식을 도입하면 새만금 내부 수면 어디에도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수 있다.

필자는 지난 10월 말에 ‘새만금에 태양광이라니...’라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 그때의 주장도 하필이면 요지만 골라서 태양광 시설을 한다는 계획을 반대 했었다. 차라리 해수를 유통하고 현재 상태로 가만히 두자고 했다.

솔직히 새만금 방조제 공사가 한창 진행 될 때에는 해수유통 주장은 어불성설이었다. 오히려 미친놈 소리를 들었다. 정부와 전라북도가 ‘새만금은 전북의 미래’라고 우리를 세뇌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난 세월에서 교훈을 얻었다. 그리고 감히 해수유통을 주장한다.

새만금이 살아야 ‘새만금 국제공항’도, 기업유치도 성공할 수 있다. 새만금 사업은 해수유통이 답이다라는 사실을 당국과 관계자들이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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