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제철을 맞은 미세먼지.
다시 제철을 맞은 미세먼지.
  • 전주일보
  • 승인 2019.01.13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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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편집고문

지난 금요일부터 시작된 미세먼지 ‘매우 나쁨’이 4일째 이어지고 있다. 갈수록 농도가 짙어지는 먼지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미세먼지 지도를 보면 14일 자정쯤에 전북 지역의 초미세먼지가 절정을 이루어 150㎛/㎥ 이상을 기록할 것이라는 예보다. 먼지 농도가 심해서 햇빛조차 밝음을 잃는 전북 지역이다. 조금 먼 산은 아예 보이지 않고 가까운 산도 희미하게 겨우 보이는 정도인데, 시민들은 마스크조차 쓰지 않고 태연하다.

미세먼지에는 각종 바이러스와 황산염, 질산염, 중금속 등 건강에 크게 해를 끼치는 성분이 들어 있다. 미세먼지는 코털이나 비점막에 걸리지 않고 폐 깊숙이 들어와 폐포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고, 기관지염이나 천식 같은 호흡기 질환과 안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기관지 손상이나 알레르기 질환만 일으키는 게 아니라, 혈관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 급성 심근경색, 심장마비 또는 뇌졸중 같은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크게 높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우리나라의 사망자 통계에서 1만2000여 명이 미세먼지의 영향으로 사망했는데, 급성 심근경색 등 심혈관 질환이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인 것도 미세먼지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얼마 전에 JTBC 뉴스에서 미세먼지 측정 통계를 검토한 결과 총측정량은 약간 줄었으나, 전보다 독해져서 먼지로 인한 건강 피해를 조심해야 한다고 보도했었다. 이를 두고 인하대학의 모 교수는 ‘언론이 미세먼지의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는 보도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1980~90년대에는 서울서 아침에 와이셔츠를 입고 나가면 저녁에 새까맣게 될 정도로 먼지가 많았는데 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크게 향상된 대기 상태라는 주장을 폈다. 연탄을 주 연료로 사용하고 자동차의 매연이 시커멓게 뿜어지던 시절보다 지금이 훨씬 좋아졌는데 언론이 호들갑을 떤다는 내용이었다.

미세먼지 전문가의 주장이니 그럴싸하게 보이지만, 그의 말대로 언론이 상황을 부풀리고 침소봉대하여 국민에게 공포감을 심어준다는 주장에 공감하지 않는다. 필자는 기관지가 약한 편이어서 대기질에 대단히 민감하고 밤에 자다가 목이 매캐한 느낌이 나서 깨어 확인해보면 틀림없이 미세먼지 ‘나쁨’ 이상의 수준이 확인된다. 개인적인 민감수준에서 걱정하는 게 아니라 실제 미세먼지는 인체의 호흡기와 심혈관에 문제를 일으킨다. 건강에 절대적인 악영향을 끼치는 성분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당연히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대개 시민들은 미세먼지에 대단히 둔감하다. 그 가운데 일부는 마스크를 쓰고는 있지만, 미세먼지에 전혀 효과가 없는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리는 정도여서 거의 효과가 없는 대응을 하고 있음을 본다. 여태 먼지 마시고 잘 살았는데, 먼지 걱정은 약한 사람이나 하는 것 쯤으로 인식하는 시민의식을 고치는 일은 시급하다. 그렇게 무관심한 결과로 치명적인 질병을 얻어 병원 치료를 받게 되면 건강을 잃고 삶이 황폐해진다. 결국은 국가에 커다란 손실을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언론이 건강문제나 기본질서, 사회 부조리를 과하다 싶게 파헤치고 드러내는 의미는, 그렇게 해서 경각심을 주어 조심하게 함으로써, 국가가 건강하고 들이지 않아도 될 비용을 줄이게 하는 데 목적을 둔다. 선정적인 보도나 특정 목적을 가지고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언론이야 지탄받아 마땅하지만, 미세먼지에 관한 경각심을 돋우는 보도는 얼마든지 필요하다. 그렇게 강조해도 앞에서 말한 것처럼 시민들은 미세먼지의 해독에 무관심하지 않던가?

우리가 어려운 시대를 살아오면서 온갖 험난한 생활을 견디어 왔기 때문에 웬만한 문제나 장애 따위는 코웃음 치는 경향을 보이지만, 갈수록 고령사회로 치닫는 현실에서 건강문제는 무엇보다 중요한 사회 이슈이다. 사람들은 무엇을 먹으면 어디에 좋으네 하면 너도나도 돈을 들여 사 먹지만, 미세먼지처럼 치명적일 수 있는 문제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여태 살아오면서 겪었으니 별것 아니겠지 생각한다. 바로 이런 경우에 언론이 필요하다. 그리고 국가와 자치단체의 행정도 시민의 건강은 무엇보다 큰 국가의 자산이므로 자꾸 설명하고 설득하여 예방조치를 하게 해야 한다.

초미세먼지를 걸러낼 수 있는 마스크는 kf94 이상으로 식약처 허가를 받은 제품이어야 한다. kf는 Korea Filter의 약자로 제품의 입자 차단 성능을 식약처가 승인해준 수치 단위이다. 국내에는 kf85, kf94, kf99 등의 제품이 출시되어 있다. kf94는 미국의 n95 마스크와 같은 성능이다.

미세먼지 마스크 선택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시민이 대부분이다. 도내 자치단체 가운데에는 시민들에게 미세먼지 마스크를 나눠주기도 하고 계도하여 조심하도록 안내하는 시군이 있는가 하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방관하는 곳도 있다. 본지가 여러 차례 강조했던 것처럼, 많은 예산을 들이지 않아도 어린이와 노약자들에게 마스크를 나눠줄 수 있다.

어떻게든 대체 에너지 발전을 늘려서 가장 먼저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 아울러 자동차 운행을 줄이는 운행제한 등도 실시하고 미세먼지를 줄이는 방안에 진력해야 한다. 이렇게 봄, 여름을 다 보내고 가을이 깊어야 잠시 하늘이 맑아지는 그때만 기다릴 수는 없다. 우선 가장 쉬운 길은 자치단체가 예산으로 마스크를 사서 나눠주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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