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가축사육 제한거리” 축산업 위축시켜
“과도한 가축사육 제한거리” 축산업 위축시켜
  • 김도우
  • 승인 2019.01.10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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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특성 고려없이 제한거리 일률 설정... 축사농가 악취 저감 노력 유인 해야

과도한 가축사육 제한거리 규제 정책으로 축산업이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축산농가들은 ‘지자체 축산업 규제의 합리적 적용을 위한 정책 토론회’을 연달아 개최하고 조례를 상위 법령으로 제한하는 등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축산농가들의 이런 움직임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조례를 통해 가축 사육거리를 제한하는 규제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지자체들은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가축분뇨법)’ 제8조를 근거로 지역주민의 생활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조례를 제정, 가축 사육제한거리를 정할 수 있다.

문제는 환경부의 권고안보다 훨씬 과도하게 가축 사육제한거리를 설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북이 대표적이다.

축산업계에 따르면 전북의 돼지 사육제한거리는 평균 1785.7m에 이른다. 이는 2015년 3월 환경부가 내놓은 돼지 사육의 최대 제한거리인 1000m보다 78% 이상 과하게 설정된 것이다.

조진현 대한한돈협회 농가지원부장은 전주일보와 통화에서 “환경부 권고안이나 실제 지자체들이 적용하고 있는 거리제한(돼지 기준 전국 평균 878m)을 적용하면 대부분의 축산농가가 가축 사육제한구역에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조 부장은 “사실상 거의 모든 지역을 가축 사육제한구역으로 묶어 축산업을 위축시키는 심각한 수준의 규제”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양돈농가들은 지자체가 조례로 정할 수 있는 사육제한의 최대 범위를 시행령·시행규칙 등으로 제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환경부의 권고안을 무시한 채 상위법령의 위임범위를 넘는 조례 제정을 막아달란 얘기다. 또 현재 사육마릿수에 따라 거리제한을 설정하게 돼 있는 규정도 손을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육마릿수가 많아도 악취저감 시설을 충분히 설치한다면 악취 발생량이 적은 만큼 마릿수를 기준으로 한 일괄 적용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전형률 축산환경관리원 사무국장은 “환경친화농장으로 지정을 받거나 축산환경 개선 효과 및 악취저감 성과가 뛰어난 농가에 대한 제한은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인호 전북대 동물자원학과 교수는 “악취저감이 법 제정의 목적이라면 농가의 악취저감 노력 여부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황 교수는 “축산 선진국들도 축사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정주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축사 이격 거리와 관련된 기준을 설정해 활용하고 있다”며 “미국의 경우 축사 이격 거리를 ‘적정거리’라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으며, 아일랜드의 경우 ‘최소 권고거리’라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황 교수는 이어 “대부분의 축산 선진국들은 가축사육두수 및 사육단계, 축사구조 및 분뇨 저장형태, 사료성분, 축사 인근 주거단지 규모 및 형태 등의 요소들을 바탕으로 축사이격거리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농장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가축사육 제한거리를 설정하고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주택건설 허가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가 근처 축사 설치를 규제하는 것처럼 기존 축사 밀집지역 인근에도 주택건설 허가를 내주지 않는 등의 조치가 있어야 형평성에 맞다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 1000두 규모 양돈농가의 이격 거리는 분뇨관리 및 환기 방법, 사료 유형 등에 따라 최소 240m에서 최대 390m로 설정돼 있으며, 네덜란드는 축사 인근 부지활용 형태(농업지역, 주거단지, 병원, 공원 등) 및 사육규모를 바탕으로 2000두 규모 양돈농가의 이격 거리를 최소 100m에서 최대 350m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부에서 권고한 우리나라의 1000두~3000두 규모의 양돈농장의 사육 제한거리는 일률적으로 700m로 설정돼 있어 독일이나 네덜란드에 비해 비 합리적인 기준이다.

이에 대해 김종회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민주평화당 김제·부안)은 “독일이나 네덜란드의 사례를 참고해 축사구조 및 분뇨 저장형태, 축사 인근 주거단지 규모 및 형태 등의 요소들을 고려할 경우 축산 농가는 수긍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어 “보완된 가축사육 제한거리는 축산농가로 하여금 능동적으로 악취관리 노력을 기하도록 유도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 축산악취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전북지역 축사현황은 한우 9,546개, 젖소 531개, 돼지 959개, 말 44개, 닭·오리 1,996개, 양·사슴 754개, 기타 357개 등이다./김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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