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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반미(反美)를 부추기고 있다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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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1.09  14:4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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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제/언론인

차곡차곡 쌓인 순식간이 역사가 된다. 과거는 현재가 포개져서 이뤄진 시간이다. 옛날과 지금과 미래는 맞물려 돌아간다. 옛것이 귀한 것은 그때의 지금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눈앞의 오늘은 가장 중요하다. 가버린 어제에 집착해 오늘을 탕진하고, 오지 않은 내일을 꿈꾸느라 오늘을 흘려보낸다면 어떻게 될까. 기해년에 생각해보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상념이다.

올해도 여러 사람이 내게 새해 소망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지극히 평범한, 인사치레 불과한 질문이다. 하지만 예년처럼 쉽게 웃으면서 대답할 수가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변덕과 고집에 따라 시시각각 명암을 달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가장 중요한, 그리고 우리 민족의 미래가 걸려있는 ‘한반도의 자유’가 도널드 트럼프 등 소위 강대국의 지도자들에 의해 위험선을 넘나들고 있다. 남에게 구속받거나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뜻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것이 ‘자유’이건만, 인류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인 그 자유는 우리 민족에게만은 자유롭지 못하다.

마음대로 오고 갈 수 없고 끊겼던 길을 이어서 넓히고, 철도를 새로 놓으려 해도 남의 나라 허락을 받아야 한다. 유라시아를 횡단하며 민족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길, 힘을 모아 번영과 평화를 모색하는 행보마저 남의 나라 허락을 받아야 하는 국가가 이 세상에 한반도 말고 또 어디에 있을까.

한 핏줄 한 민족이면서도 스스로 운명을 결정할 수 없는 신세. 가슴 터지는 이 서글픈 현실을 절감하면서도 어찌 가족건강과 부처님, 예수님의 고향을 순례하고픈 게 소망이라고 쉽게 얘기할 수 있을 것인가.

물론 트럼프가 우리나라만을 타깃으로 삼는 건 아니다. 그는 취임 후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을 깨고,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한-미 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을 관철하였다. 중국에 무역 전쟁을 걸어 대규모 보복관세를 물리고, 이슬람 세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겼다.

이란과의 핵 협정을 일방적으로 깨버리더니 최근엔 시리아 철군을 전격 결정했다. 뿐인가. 그는 지금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설치할 예산을 요구하며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까지 감수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동맹국이든 아니든 자국의 이익에 반하는 일이라고 판단하면 기어코 고집을 부려 일을 저지르고 있다. 그런 코앞의 이익 챙기기가 나중에 어떤 부메랑으로 되돌아 갈 지는 생각지 않는다.

그 트럼프가 요즘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대폭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제9차 특별협정에 따라 현재 주한미군 주둔비용 중 한국이 분담하는 몫은 약 9602억 원으로 전체 주둔비의 절반 정도다. 트럼프는 한국의 한·미 방위비 분담 분을 현재의 약 2배로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 정부는 현재보다 50% 인상된 연간 12억 달러(약 1조3000억 원) 수준의 분담금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이 같은 요구는 한마디로 생떼다. 주한미군 주둔비용은 원래 미국이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지금 예외적으로 한국이 분담하고 있지만, 2013년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의 보고서는 “한국이 부담하는 방위비 분담금은 공돈(free money)처럼 취급되고 있다”고 했다. 주한미군의 역할 역시 ‘한반도 붙박이군’에서 ‘동북아 신속기동군’으로 변화해 미국의 이익을 위해 한국 땅을 빌려 주둔하고 있다.

분담금 부담도 억울한 판에, 분담금을 증액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말이다. 오죽했으면 며칠 전 국회 송영길 의원이 “한국은 평택 미군기지 이전비용 11조 원, 기반시설비용 17조 원 등 28조 원의 거액을 들여 지구상에서 가장 좋은 미군 기지를 조성해줬고, 지난 5년간 연간 4조 원이 넘는 총 21조 4,899억 원의 미국산 무기를 구매했다.

이보다 더 좋은 동맹국이 어디 또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건강한 동맹은 ‘맹종’하거나, 일방의 ‘굴복’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고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가치에 기어코 값을 매기려는 트럼프를 향해 점잖게 충고도 했다.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는 트럼프. 그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거쳐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가 굴러가기 시작하면 주한미군 철수의 논리를 더욱 강화할 것이다.

하지만 “미군이 짐을 싸면 그 돈으로 유라시아 횡단 철도와 고속도로를 건설해서 민족이 다 같이 잘살면 되지 않느냐”며 “북한에 농업기술을 전하고 현대화 사업을 도와주면 젊은이들의 일자리도 자연적으로 생기고 지구촌과의 활발한 교역으로 경제문제는 물론 인구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한국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트럼프는 알아야 한다.

생각해보면 트럼프가 반미(反美)성향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미국은 지금부터라도 옛날 로마제국처럼 ‘승리를 통한 평화’보다는 ‘정의를 위한 평화’구현에 나서야 한다. 세간의 ‘팍스 아메리카나’라는 용어를 고의적으로 외면한다고 문제가 해결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평화라는 의미의 ‘팍스 아메리카나. 소위 추상적 목표 뒤에 은폐된 자본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미국의 대규모 폭력과 억압을 상징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이제 거의 없다는 점에서도 더욱 그렇다. /김갑제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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