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사업자를 돕는 방법
소규모 사업자를 돕는 방법
  • 전주일보
  • 승인 2019.01.06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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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 편집고문

어제가 ‘대한大寒이 소한小寒이 집에 놀러 왔다가 얼어 죽었다.’던 소한이었다. 낮 기온이 영상 3℃로 포근해서 소한 추위를 실감하기 어려웠다. 대신 초미세먼지(2.5㎛이하)는 계속 나쁨수준이다가 오늘은 ‘매우나쁨’으로 전망하고 있다. 추위보다 더 무서운 미세먼지의 횡포가 또 얼마나 우리를 어렵게 할지 걱정이다.

가장 춥다는 소한이 포근한 날씨를 보이는 가운데 정부는 자영업자를 위하여 2조5천억 원의 금융지원을 한다는 소식이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들의 반발을 무마하겠다는 뜻인지 모르지만, 과연 이런 ‘빚 더하기’ 시책의 약발이 들을지는 ‘글쎄요’이다. 지금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최저임금으로 표출되었을 뿐, 최저임금이 오르지 않았어도 어쩔 수 없는 형편이었다. 더구나 빚을 더해주어서 과연 자영업 경기가 살아날 수 있다는 건지 답답하다.

시골 영감이 경제에 대해서 뭘 알까마는 살아오면서 세상의 변화를 겪다 보니, 세상은 이번 소한이 포근한 것처럼 변화난측이라는 건 짐작한다. 판매업, 소규모 제조업 등이 사양길로 접어든 까닭은 인터넷을 활용한 온라인 판매와 로붓 자동화가 급증하면서 필연적으로 닥친 변화의 과정이다. 필자가 얼마 전에 모 유명 기업의 의자를 사려고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10만원 정도였다. 유명 제품이지만, 제품 중에 가격이 낮은 것이어서 어느 정도 수준인지 보려고 전주 시내 대리점을 찾아갔다. 제품의 수준을 확인하고 가격을 물어보니 34만 원이란다. 대리점 가격이 무려 3곱절이 넘는 가격 차이에 기가 막혀 ‘인터넷에서 10만2천 원이더라. 너무 많이 붙이는 거 아니냐’했더니 ‘그럼 거기서 사시라’하고 불쾌한 표정으로 가게 사무실로 들어가 버렸다.

이처럼 심한 가격 차이에 소비자들은 점점 온라인 구매에 몰려 2017년말 거래액이 61조 2,410억원에 이르렀다고 한다.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 시대가 열리면서 언제나, 어디서나 스마트폰으로 뭐든지 살 수 있는 시대이다. 온라인 가격 비교도 가능하여 어디에서 가장 싸게 살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또, 구매자들의 제품 평가를 찬찬히 살펴보아 배송이나 제품에 문제가 없을 것인지도 파악한다. 그리고 주문하면 이튿날에 집까지 배달해주는 편리하고 싼 구매를 두고 비싼 매장을 찾는 사람은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

더구나 해외 온라인 시장을 뒤져보면 한국 제품을 국내 온라인보다 싸게 살 수 있는 곳도 있다. 해외명품을 들여와 높은 마진을 붙여 팔던 소매업자들은 인터넷과 면세점에 고객을 내주고 속속 문을 닫거나 마진을 크게 줄여 팔고 있지만, 현상 유지가 어렵다고 한다.

소비자들은 점점 영악해지는데, 자영업자들이 소비자의 성향을 따라가지 못해 문을 닫게 되고, 운영이 어렵게 되는 게 현실이다. 지금 온라인 매장 외에 TV 통신판매와 대형매장의 박리다매 판매, 백화점의 고급상품 전략은 어느 정도 규모를 유지하고 있으나 이들 역시 변화하는 시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업체는 고전이라고 한다.

이런 가운데 자영업자에게 돈을 빌려주어 돕는 취지는 좋으나, 나라에서 빚을 더 늘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가계부채가 GDP와 같은 수준까지 이른 빚쟁이 나라에서 자영업자에게 또 빚을 더 지게 하면 결국 가계부채가 더 늘 것인데 이런 조치가 나라 경제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조마조마하다.

필자의 아둔한 생각으로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대책으로 이런 ‘빚 늘리기’ 보다, 들어가는 재원으로 자영업자와 소규모 기업에서 부담을 느낀다는 최저임금 인상분을 정부가 보조해주는 방법이 더 현명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부담이 느는 만큼을 지원해주면 사용자가 부담을 느낄 일이 없어서 직원이나 알바를 줄일 이유가 없어질 것 아닌가? 그렇게 되면 자영업자와 소규모 사업자도 살고 근로자들도 해고당하지 않아 일자리 늘리기도 성공하는 일거양득이다.

지금 정부가 일자리와 경기부양을 위해 쓰는 돈을 일정 기간 소규모 사업자와 자영업자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인건비 지원과 향후 사업 전망 등을 컨설팅하는 비용으로 쓰는 것이 훨씬 실효 있고 경제기반을 튼실하게 하는 방법이라는 말이다. 이들 소규모 기업이나 자영업자가 튼튼해야 나라 경제가 흔들리지 않는다.

소규모 사업자들은 이 급변하는 기술과 경제의 흐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앞으로 어떤 업종이 잘 풀려나갈지, 내가 하는 사업의 내일이 어떤지 전혀 알지 못하고 그저 해오던 대로 하는 것이 최상이라고 안다. 지금 정부나 자치단체가 할 일은 바로 이러한 현실을 여과 없이 그들에게 일러주고 대응하는 방법을 안내하는 일이다.

하긴 지금 정부의 중요 구성원들이나 정치권도 이러한 변화를 이해하고 적응하려는 노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걸 보면 아직 한밤중이 아닌가는 생각도 든다. 아직도 우리 정치는 80년대 사고와 2002년쯤의 생각이 충돌하는 형국이다. 2019년을 사는데 필요한 스피드와 다양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정치판이다. 어리둥절한 국민은 이렇다면 어런가? 저렇다면 저런가? 하며 우왕좌왕 정신을 가누지 못한다.

청와대가 곧 비서실장과 일부 수석을 교체하여 2기 체제를 구축한다는 소식이다. 들리는 하마평은 다시 측근 세력을 불러들여 대통령의 철학을 확실하게 펼 모양이다. 대통령의 철학을 펴는 건 좋으나, 제발 묵은 사고에서 벗어난 안목을 가진 인물을 찾아 시대에 적응하는 국정을 펼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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