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불개미
붉은 불개미
  • 전주일보
  • 승인 2018.12.13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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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학자들에 따르면 우리 나라에는 적어도 120종 이상의 개미들이 산다. 숲에 사는 꽤 큰 개미에서부터 아파트 벽사이로 기어 다니는 종까지 다양하다. 코스타리카 같은 열대 지방에서는 한 나무에 40종이 산다니 놀랄 일이 아니다.

그 중 골치 아프면서도 흥미로운 종이'애집 개미'다. 이 개미의 고향은 원래 아프리카였다. 애집 개미는 아주 특이한 집단이다. 거의 모든 개미 종은 처녀 여왕개미가 혼인비행을 해서 다른 군락의 수개미들과 교미를 마친 뒤 새로운 군락을 만든다. 반면 애집개미 종의 여왕은 혼인비행 없이 군락 내에서 남자 형제나 사촌들과 교미해서 종을 번식시킨다.

한 군락에 2천여마리의 여왕개미가 살기도 해 입이 떡 벌어진다. 애집 개미가 우리나라로 잠입(?)해 들어와 도시 아파트에 자리를 잡아 골치다. 개미 없애겠다고 온갖 수단을 동원하지만 별로 소득이 없다. 혹시 아파트에 살면서 보일락 말락한 개미가 기어 다니거든 '애집 개미'려니 하고 같이 사는 쪽을 택하는 것이 맘 편할 듯 하다. 이 녀석들이 우리와 함께 살게 된 것은 워낙 작은 체구를 활용한 덕분이다. 여행용 가방이나 컨테이너에 들어가 이동을 한게 한국 땅이었다. 그러니 따지고 보면 애집개미는 억울하게 고향을 등진 이주 곤충인 셈이다.

최근에는 또다른 이주 개미가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바로 '붉은 불개미'다. 물리면 죽는다 해서 '살인 개미'라는 악명을 얻었다. 이 개미의 침은 토종 말 벌의 5분의1 독성으로 북미 대륙에서 가끔 노약자가 쏘여 사망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리 호들갑 떨일이 아니다. 사실 붉은 불개미도 본의 아니게 한국으로 강제 이주당해 공공의 적이 된 억울한 곤충이다. 지난해 9월 부산항에 입항해 인천, 평택에 나타났다. 지난달에는 대구에서 2천여마리, 안산에서 5천900마리가 발견됐다가 날씨가 추워져 활동이 잠잠해졌다.

이제 우리나라 같은 무역대국에서 붉은 개미 같은 외래종 침입은 막을 수 없다. 붉은 개미보다 독성이 훨씬 강하다는 '서부과부거미'도 발견됐다. 시도 때도 없는 외래 곤충 습격이 일상적인 시대로 접어들었다. 전 세계 물건이 들고 나는 한국에서 언제든 외래곤충이 출몰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아마 내년 봄이면 붉은 불개미가 다시 기지개를 켤 것이다. 그러면 또 한바탕 소동이 날게 뻔하다. 생태계 망나니 황소 개구리가 어느날 사라지듯 우리 토종 천적들도 가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개미 귀신이나 개구리, 참새, 박새까지 붉은 불개미 천적들이 우글대는 곳이 우리 땅이다. 자연은 스스로 질서를 잡아간다. 붉은 불개미에게 '살인 개미'라는 이름을 붙인 이상 주의는 하되, 지나친 공포는 금물이다. 내년 봄 우리 토종의 반격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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