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고치러 갔다가 병들어 올 듯'
'병 고치러 갔다가 병들어 올 듯'
  • 김도우
  • 승인 2018.12.09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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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평(5㎡). 기자가 취재한 전주시내 한 요양병원 401호 입원실의 환자 1명당 공간이다. 법적 기준인 1.3평(4.5㎡)을 겨우 넘겨 침대 하나만 놓아도 빠듯하다. 무려 20인실인 이곳은 전북지역에서 가장 밀도가 높은 병실이다.

감옥 독방이 0.75평인걸 감안하면, 거의 독방수준이다.

침대 간 간격이 60㎝에 불과해 통로로 똑바로 나가기 힘들어 게걸음으로 다녔다고 한다. 몸도 불편한 고령자와 환자들이 화재 때 제대로 대피할 수 있었을 리 만무하다. 환자가 기침을 하면 바로 옆 환자에게 피해가 오는 것이 현실이다. 또 서로의 사생활이 침해되고, 모르는 병원균에 노출되어 있다.

환자는 인격체이지, 돈벌이 수단이 아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당장 침대간격을 늘리고 이들의 병원 생활권을 보장해야 한다.

의료계에선 “이 정도면 병원이 아니라 수용소”라는 개탄이 나온다. 하지만 요양병원들은 수익을 내기 위해 최대한 저렴하게, 주먹구구식으로 병원을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전주의 한 요양병원 의사는 “박리다매로 수익을 내기 때문에 의료시설에 투자할 여력도, 의료진에게 환자 돌보기 교육을 할 의지도 없다”고 했다.

요양병원 관계자는 “침대 간격 1m 이상 유지해 병상을 설치하려면 수억원을 들여야 한다 병원 문 닫으라는 소리냐”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제도적 허점과 병원의 안일함이 환자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내년부터는 침대 간격을 1m 이상 유지하도록 법으로 규정했다. 입원환자가 치료하는 공간이 넓어질수록 더 쾌적하고 안전해지는 것은 분명하다. 바람직한 의료정책이고 사전에 고지했기에 행정 절차상으로는 아무런 하자가 없다.

실제로 2016년 7월 의료법시행규칙 개정안이 공포됐고, 신설 요양병원에 대해 2017년 2월3일자로 시행하도록 했으며, 기존 요양병원은 2018년 12월31일까지 유예기간을 두도록 했다. 많은 도민들은 설마설마 하면서 요양병원을 찾는다. 총체적인 문제다. 이젠 이런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안전과 의료시설, 거리제한을 당당히 요구하는 환자들의 의식전환과 병원 측의 선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전북도 또한 필요하면 재정 지원을 해야 한다. 병 고치러 병원에 갔다가 병 얻어서 오는 역설적 비극은 더는 없어야 한다. /김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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