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패딩
겨울 패딩
  • 전주일보
  • 승인 2018.12.05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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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추위가 본격화되면서 '패딩'이 '생존템' 내지 '국민복'으로 자리잡고 있다.

아침 출근길에 등교하는 학생들을 보면 열에 아홉은 패딩을 입고 있을 정도다.

패딩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백화점 등 유통업계에서 겨울철 '완판' 기록을 세울 정도니 그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할 수 있다.

무릎 아래까지 길게 내려오는 롱패딩은 추위를 막아주는 것은 물론 일상에서 유용하게 입기 편하다는 장점에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아이템이 됐다.
 
길이가 짧은 숏패딩도 인기다. 특히 올해는 레트로(복고) 열풍으로 다양한 디자인과 색상의 숏패딩이 젊은층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숏패딩 전쟁'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패딩은 '패딩 웨어(padding wear)'의 줄임말이다.

패딩은 '채워넣기', '속을 넣음'이란 뜻으로 다운(깃털)이나 합성면 등을 채워 넣고 퀼팅으로 누빈 의료를 총칭한다. 비단 다운웨어 뿐만 아니라 각종 퀼팅 웨어를 포함하는 폭넓은 용어다.

맹렬한 추위를 막을 수 있는 최적의 보온성을 갖췄다는 면에서 활용도가 높지만 겨울 패딩 열풍에 드러나는 문제점은 상당하다.

겨울 패딩의 제품 가격이 수십만원 대부터 수백만원 대를 호가하면서 가방, 신발과 함께 부모의 등골을 휘게 하는 '등골브레이커 3종'세트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패딩 가격에 따라 '찌질이'부터 '대장' 등에 이르기까지 등교 패딩 서열까지 매기는 신풍속도가 만연돼 있을 정도다.

급기야 최근 영국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고가의 '등골 브레이커' 패딩 착용을 금지하는 사태가 벌어져 전세계적 이목을 집중시켰다. 해당 학교는 캐나다구스, 몽클레르, 피레넥스 등 값비싼 브랜드의 패딩을 입고 등교할 수 없도록 결정했다.

"부모가 사준 걸 왜 금지하는지 모르겠다", "학생들의 옷차림까지 학교가 개입하는 것은 과도한 간섭이다"는 논란도 적지 않았지만 학교측은 빈부격차로 인한 위화감 조성을 막기 위해 학생들에게 크리스마스 이후로는 고가 패딩을 입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국내에선 최근 인천의 중학생 추락사 사건 가해자가 피해자의 브랜드 패딩점퍼를 입고 포토라인에 서 논란이 일었다.

고가 패딩에 따른 사회적 부작용은 만만찮다. 고가 패딩 인기에 인터넷 쇼핑몰 등지에서는 고급 롱패딩을 절반도 안되는 가격에 판다는 글을 올려놓고 배송을 차일피일 미루다 잠적해 버리는 사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중·고교생들에게 아주 인기가 높은 40만원대의 유명 스포츠업체 롱패딩을 미끼로 이같은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 시대에 개인 형편에 따른 고가 패딩 구입 여부는 자유다. 하지만 고가 패딩 없이는 제대로 된 친구조차 사귈 수 없는 10대 청소년들이 물질 만능주의에 젖은 기성세대의 풍토를 답습하는 것은 아닌지 씁쓸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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