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가진 북한 독재자, 우리는 어떻게 대해야하나"
"핵 가진 북한 독재자, 우리는 어떻게 대해야하나"
  • 전주일보
  • 승인 2018.12.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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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전 공사 3층 서기실의 암호 에서 "북한은 현대판 노예사회" 주장

병무청에서 연락이 왔다. 군대를 가야한다고 했다. 11사단 1124 박격포 주특기로 병장 만기 제대를 했다고 설명했지만, 막무가내였다. 직원은 무표정하게 다시 군대를 가야한다고 설명했고, 다시 군 생활을 시작했다. 군 제대 후 한 동안 악몽에 시달렸다.

 내 나라를 내가 지킨다는 자부심을 압도하는 부조리와 자유에 대한 억압의 공포가 악몽의 근원이었다. 군대의 본질적 특성은 집단생활에 의한 규율, 서열, 억압이다. 병영생활로 기본적인 신체 자유의 박탈은 물론, 주적 북한에 대한 정신교육, 상명하복과 이에 더해 병사들 사이의 서열 놀이였다. 그렇게 억압된 상태의 언어와 신체적 폭행은 대물림됐다.

2018년 남북한 정상이 손을 잡은 광경. 누군가는 감동의 순간이었을지 모르지만, 깃발을 흔들며 도열한 수많은 군중. 매스 게임. 미소와 감격한 표정. 북한의 주민들을 보며 마음이 불편해졌다. 내가 그 무리의 일원이라면. 저절로 군대가 생각이 났다.
자유의 박탈과 억압.

필자는 지인에게 그 불편함을 이야기했다. 남북한 정상회담과 평화에 대해 환호하고 있지만, 만약 북한에도 반독재, 반체제 민주화 세력이 있다면, 지금 우리가 북한 정권과 손을 잡고, 지지하고, 협력하는 것은 북한의 민주화 세력에게 죄를 짓는 것은 아니냐고 물었다.

지인은 북한은 억압 사회이고, 경제적으로 뒤쳐졌고, 반체제가 아직 자라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체제를 뒤집기는 어렵지 않겠냐며 북한과 협력을 통해 북한이 경제적으로 발전하는 것이 북한의 민주화를 앞당기고 실질적으로 북한 주민에게 이롭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그럼 경제적 발전이 더디면 독재도, 인권 탄압도 허용된다는 의미인가?’, ‘박정희 전두환 군부 독재 시절, 한국은 미개하고, 저개발 국가이니 독재가 용인할 수 있다.’는 논리와 같은 것 아닌가 의문이 들었다.

자유의 박탈과 억압, 국가라는 권력을 사유화한 독재에 맞서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 선배는 독재와 싸워왔다. 총과 칼로 국민을 이길 수 없다고 했고, 그 결과 우리는 대통령을 직접 선출하며, 평화롭게 정권을 교체하고 있다.

남한의 독재를 타도하고, 자유와 인권에 헌신한 그 민주화 세력이 다시 한반도 평화를 외치며, 삼대 세습, 인권 탄압, 핵 보유를 전제로 한 불량 국가를 응원, 지지하고 있다. ‘모순의 한국사’가 다시 되풀이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했다.

2016년 북한의 태영호 영국 공사가 귀순을 했고, 올해 5월 ‘3층 서기실의 암호’라는 책을 냈다.

책 제목 중 ‘3층 서기실’은 3층으로 된 건물을 사용하기에 붙여진 이름으로, 서기실은 김씨 일가의 비서실 역할을 하는 조직으로 북한의 대통령 비서실 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태영호는 북한의 성공한 외교 관료였지만, 2015년 ‘3층 서기실’로부터 처음으로 암호문을 받아보았다고 한다. 김정철이 영국에 에릭 클랩튼의 공연장을 찾았고, 그의 수행을 위해 3층 서기실로부터 암호문을 받게 됐다.

김정은의 직접 지시를 받아 김씨 일가를 수행한 태영호는 아이들이 아버지를 대단하게 볼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은 “일반 주민에게는 썩어빠진 자본주의 음악은 들으면 안 된다고 하고, 외국 노래를 들으면 대학에서 추방까지 시킨다. 인민들에게는 고난의 행군을 강요하면서 김씨 가문은 하고 싶은 일이란 일은 다 하다. 런던에서 하루 저녁에 몇 천 달러를 탕진하면서 퇴폐적인 서방 음악을 감상한다니 이게 말이 되는가.” 라고 답을 했다고 한다.

태영호는 국가가 의식주, 의료, 복지 문제를 해결한 사회주의 국가 기능이 작동하던 북한의 황금기를 보냈지만, 아이들은 고난의 행군 시기에 출생하고 성장했으며, 국가가 개인의 자존심과 애국심을 손상시키는 사례를 경험한 세대로 세대가 바뀌면 북한도 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태영호의 메시지는 단호하다. ‘단언컨대 북한은 현대판 노예사회’라는 것이다. 그리고 남북 정상의 대화는 불가피하지만, 김정은을 ‘천사’나 ‘평화의 사도’로 묘사하는 것은 평화를 위해서라면 북한 주민은 어찌돼도 상관없는 것이란 의미가 아니냐고 묻고 있다.

한반도 평화에 딴지를 걸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다. 다만 독재와 자유를 쟁취하고자 한 우리의 보편적 인권에 대한 투쟁이 북한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 어떠한 태도를 취해야 하는 것일까 라는 불편한 의문이 들었다.

핵을 가진 북한의 독재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나라는 질문에 스스로 모순의 한국사를 떠올리며 불편함에 우물쭈물하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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