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공화국
사기 공화국
  • 전주일보
  • 승인 2018.11.28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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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입니다. 김××님을 좀 도와 주십시오"

뜬금 없이 이런 문자를 받았다면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하겠는가? 대통령이 이런 문자도 보내나. 아마도 "어처구니 없다" 며 무시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도 않다. 실제 이런 문자를 받은 지방의 한 유력인사가 깜빡 속아 넘어 갔다고 한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한 사기 전과자가 문 대통령 명의로 지방 유력 인사들에게 "도와 주라"는 밑도 끝도 없는 문자 메시지를 발송했는데 그 인사가 수억원을 냉큼 보냈다.

더 한심한 일도 있다. "싱가포르 자산가 박××씨가 재단 설립을 위해 6조원을 국내에 입금했다. 자금 인출 승인을 도와줄 청와대 이정도 총무비서관을 움직일 접대비와 활동비가 필요하다"는 속임말에 넘어가 무려 1억원을 덜컥 보낸 사람도 있었다니 놀랍지 않은가. 이른바 '청와대 빽'이면 다 된다고 생각하는 한심한 사람들이 아직 우리 주위에 많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보고를 받은 문 대통령도 깜짝 놀라 특별 지시를 내렸다. 청와대 사칭 사기 피해가 얼마나 극성인지 알 만하다. 권력을 빙자해 한탕해보려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사기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오죽하면 '사기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실제 숫자로도 입증된다. 1973년 2만5천여건이던 사기 범죄는 지난 2016년 25만건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그 중에는 보이스 피싱이나 인터넷 구매 등이 늘면서 디지털로 사기가 진화한 요인도 있지만 사회 구조적 요인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해외직구 선급금에다 어려운 처지에 놓인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한탕을 노리는 사람, 성형 수술 사기까지 가세해 사기 왕국의 오명을 굳히고 있다.

범죄 전문가들은 사기를 당하지 않는 사람들의 유형은 따로 있다고 한다. 사기꾼들은 "왜 나인가?"라며 따지고 드는 사람을 싫어한다. 그들은 감언에도 넘어가지 않고 꼬치 꼬치 캐묻는 사람이다. 고수익 투자를 제의 해오면 " 그렇게 좋으면 당신이 직접 투자 할 일이지 왜 하필 나한테 투자하라고 하느냐"며 따지고 든다. 사기꾼에게는 거의 장사(?)가 안되는 이들이다.

골치 아프게 따지고 드는 것보다 더 싫어하는 유형도 있다. 자기 분수를 지키며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이다. "나이들어 왠 일확천금인가. 이 정도 사는 것도 고맙다"는 사람에게 사기가 끼어들 구석은 없다. 백세 시대다. 오래 살다보면 사기 왕국에서 누구나 한번쯤 사기꾼을 만날수 있다. 만나 거든 "더 벌어서 어디 쓰겠나, 미련 없으니 다른데 가서 알아보시오"하는 게 삶의 지혜다. 예나 지금이나 자기 분수를 지키면서 살라는 것이 선현들의 가르침이다. '자기 분수껏 살기'! 사기 공화국에서 비할데 없는 금과옥조(金科玉條)다.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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