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러'와 '정시러'
'수시러'와 '정시러'
  • 전주일보
  • 승인 2018.11.14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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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게 지내는 선배의 고3 딸이 2019학년 수능 수시 1차에 합격, 면접을 준비하고 있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다. 그 선배는 딸이 6개 대학에 수시를 지원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원했던 국립대학에 떡하니 합격했다며 입이 귀에 걸렸다. 내년에 고3 부모가 되는 필자 입장에서 선배의 기쁨이 더더욱 좋아보이고, 선배 딸이 장하게만 느껴졌다.

선배 딸은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두달여 가까이 골머리를 앓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지난달 14일 수시 원서 접수를 끝낸 후 공부를 하지 않아 선배는 다소 불안했었다고 말했다. "공부 안하니?"라고 물으면 "공부할 필요가 없어요. 수능 점수가 필요 없어요"라는 뜻밖의 대답만 들었다고 한다. 학력고사 세대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무식한 아빠'로 찍힐까봐 꾹 참았단다.

고교 3학년들은 '수시러'(정시를 포기하고 수시에 올인하는 학생)가 대세를 이뤄 수능을 준비하는 '정시러'(수시를 포기하고 정시에 올인)들이 확연하게 적다. 대입 선발인원의 76%가 수시모집인데다, 내년에는 더 확대되면서 수능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능 성적을 거의 100% 가까이 반영하는 정시 전형은 점점 기회가 좁아지고 있는 추세다.

대학 입학을 위해 국가가 관장한 고사는 대입연합고사-국가고사-예비고사-학력고사-수학능력고사(수능)로 이름이 여러차례 바뀌었다.

수능은 1994학년도, 수시모집은 1996학년도부터 처음 도입됐다. '학생들이 한 가지만 잘해도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전형을 만들겠다'는 명분으로 수시가 시작됐다.

하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전형종류가 너무 많아 담임선생님조차 다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수험생은 모든 것을 다 잘해야 했고, 엄마의 '정보력'은 필수가 됐다. 특히 수시전형 합격 여부에 큰 역할을 하는 학교생활기록부는 담임선생님이 작성하기 때문에 담임을 잘 만나면 '로또에 당첨됐다'는 비유의 말까지 나돌 정도다. 학생 종합전형은 합격과 불합격의 이유를 전혀 알 수 없는 깜깜이 전형이고, 자기소개서는 자소설로 비꼬아 부르고 있을 정도다.

수시가 여러가지 장점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공부뿐만 아니라 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은 게 사실이다. 학생부·자기소개서 없이 단순하게 점수만 잘 받아 대학 원서를 썼던 단순한 학력고사 시절이 생각난 이유이기도 하다.

'수시러'든 '정시러'든 대학이라는 '결승점'을 향해 12년동안 달려온 대장정을 마무리하고 최종 관문에 서는 수능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수능시험장 정보 확인은 기본이고 차분하게 마지막 총정리를 잘하고, 자극적인 음식은 피하고, 잠도 충분히 자고, 수능 가방을 잘 챙겨서 15일 수능 당일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도록 유의하고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길 바란다. 대학 합격의 당락을 떠나, 수험생 모두에게 수고했다는 격려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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