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에 태양광이라니...
새만금에 태양광이라니...
  • 전주일보
  • 승인 2018.10.31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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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영배 발행인

30일 문재인 대통령은 새만금을 ‘대한민국 재생에너지의 중심’으로 삼겠다고 새만금 현장에서 선언했다. 이 선언은 ‘그동안 27년간 지지부진하던 새만금에 비로소 제대로 된 사업을 시행하려나 보다.’라고 반가워해야 할 것 같지만, 그 내용을 뜯어보면 동의하기 어렵다.

정부의 계획은 여의도의 13배에 해당하는 면적에 태양광 발전패널을 깔아 3GW의 전기를 생산하고, 해상풍력발전 시설로 1GW의 전기를 생산해 원전 4기가 발전하는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전북도의 설명으로는 발전단지 외에 태양광과 풍력발전에 필요한 자재를 생산하는 공장도 함께 들여와 ‘재생에너지 클러스터’를 조성해 재생에너지 산업을 선점하겠다고 한다.

얼핏 들으면 그럴싸하다. 우리는 지난날 새만금 사업이 세계 최고의 갯벌을 포기하고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조성할 만큼 가치가 없었음을 알지 못했다. 그저 우리 국토가 그만큼 넓어지고 거대한 토지가 생기면 뭔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했다.

그렇지만 정부는 준공 27년이 지나도록 새만금을 방치했다. 물론 내부개발 계획에 따라 도로와 매립 등 나름의 노력을 했다. 하지만 아직도 새만금은 대부분 지역에 바닷물만 넘실거리고 인프라가 확보되지 않아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단순한 간척지로 남아있다.

새 정부마다 속도있는 새만금 개발을 약속했다. 하지만 어느 정부도 말만 번지르르할 뿐, 제대로 된 투자와 진척이 없었다. 문 대통령 또한 후보 시절에 새만금 개발을 약속했다. 실제로 그는 지난해 바다의 날을 맞아 새만금을 찾았다. 그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새만금을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필자도 그 현장에서 문 대통령의 당찬 약속을 분명하게 들었다. 우리 전북인들은 한결같이 현 정부와 대통령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그런데, 전북인의 성원과 믿음에 보답한다는 게 고작 태양광발전패널로 새만금의 요지를 덮어버리는 계획이라니 기가 막혀 할 말을 잊는다.

더구나 대기업이 투자해 시설한다면 시설면적보다 훨씬 많은 부지를 공여하게 될 것인데, 그렇게 되면 태양광 계획시설면적은 9.7%가 아니라 20% 이상 잠식할 것이 뻔하다. 앞으로 새만금은 태양광 패널로 덮어버려서 개발이니, 인구 70만의 거대도시 건설이니 하는 모든 꿈도 패널 밑에 사라지는 결과가 될 것이다.

더구나 이러한 계획은 최근까지도 발표한 적이 없었고 지난 토요일에 알려지고 일요일에 전격 기자회견으로 발표했다. 상식 수준에서 10조 원이 투입되는 큰 사업을 계획하게 되면 지역주민에게 알리고 공청회를 하는 등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원칙이다. 아울러 대기업들이 투자하려면 사전에 어느 정도 의사타진이라도 했음 직한데 갑작스레 이러한 발표가 나오고 선포식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된 까닭을 이해할 수 없다.

새만금에 관련된 모든 계획이나 사업 시행은 지난 2011년에 만들어지고 2014년에 최종 수정된 ‘새만금 사업 촉진법’에 따른 종합개발계획에 근거를 둔다. 지난 2016년 7월5일에 산업통상자원부가 ‘새만금 내 태양광 발전소 설치’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겠다는 지역은 ‘제조시설’ 용지로 예정된 지역이었다. 이에 따라 전북도는 정부의 방침을 분명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또 산통부 발표 당시 새만금개발청은 각종 생산시설이나 사무실 지붕을 이용한 태양광 발전시설은 가능하나 산업용지에 시설하는 것은 ‘용지 수익’ 측면에서 문제가 된다고 했다.

그럼에도 청와대와 정부는 이러한 여러 문제를 한꺼번에 싹 쓸어버리고 갑작스럽게 새만금 산업용지에 ‘태양광 발전 단지’를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선포식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왜 그랬을까. 많은 의문이 든다. 혹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힘이 작용했을 거라는 추측도 해본다.

대통령이 갑자기 그런 계획을 내놓았다면 청와대의 힘으로 밀어붙여서 가능할 터이지만, 왜 뜬금없이 이런 결정을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솔직히 우리는 지난 27년간 지지부진한 새만금의 개발과정을 지켜보면서 그 아까운 갯벌을 다 포기하고 간척사업을 반가워했던 지난 일을 크게 후회한다.

차라리 지금이라도 해수를 제대로 유통시키고 이미 간척된 지역은 농사를 짓는 농토로 쓰면서 훗날 좋은 기회가 오기를 기다리는 일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돌아올 이익이 아무것도 없었던 어리석은 사업을 보상금 몇 푼씩 받고 팔아먹은 지난날을 진심으로 후회한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신재생에너지 단지 조성사업은 정부가 새만금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정부와 대통령은 새만금을 태양광 패널로 덮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면, 즉각 이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

산업시설 용지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하겠다는 구상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새만금 개발을 위해 무려 27년 동안 보낸 시간과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인 간척지에 겨우 태양광 발전시설을 하겠다는 발상 자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결국 새만금은 황무지에 불과한 간척지임을 현 정부 스스로 입증한 셈이다. 이참에 매립지는 대규모 농업용지로 활용하고 해수유통을 늘려 방조제 내부가 죽음의 호수로 변하지 않도록 해, 훗날 그 땅이 진정한 ‘새 萬金’의 땅으로 살아날 수 있기를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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