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이대로 좋은가?
축제, 이대로 좋은가?
  • 전주일보
  • 승인 2018.10.30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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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단풍이 절정을 넘어 쌀쌀한 기온이 되었어도 여기저기서 국화와 단풍축제가 한창이다. 요즘 곳곳에서 벌어지는 국화축제만 해도 익산시와 완주군, 부안군, 이미 끝난 임실 천 만송이 국화축제까지 온통 축제마당이다. 그래도 임실군은 국화 개화기를 앞당겨 치즈 축제와 함께 여는 바람에 다른 시군과 겹치는 불상사는 면한 듯하다. 좁은 전북 도내에서 3개 시군이 동시에 국화축제를 열고 있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사실 날마다 신문을 만들면서 느끼는 건 거의 일 년 내내 도내 어디선가는 축제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고창군의 경우를 보면 대형 축제만 6번 연다. 봄에 ‘청보리밭 축제’를 시작으로 ‘복분자 · 수박 축제’, ‘갯벌 축제’, ‘모양성제’, ‘동학 무장기포 기념제’, ‘해풍 고추 축제’ 가 연이어 열린다. 다른 시군도 웬만하면 5가지 정도의 축제를 진행한다. 거기에 면, 동 단위 축제까지 합하면 얼마나 많은 축제가 열리는지 세어보기도 벅차다.

지방자치 시대가 열리면서 점차 늘기 시작한 축제는 현직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주민과 ‘눈 맞추기’에 요긴하게 쓰이기 때문에 단체장들은 다른 행사보다 축제와 체육행사 등을 자주 열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러한 행사와 축제에 드는 비용이 막대하다는 점은 별 관심이 없다. 선거운동을 하는데 내 돈이 들어가지 않으니 단체장은 축제와 행사마당이 좋다. 그 예산이면 지역의 어려운 이들이 따뜻하게 겨울을 보낼 수 있고, 평생을 논밭에 바친 노인들이 조금 덜 외롭게 지낼 수도 있다는 건 외면한다.

도내 농촌 지역의 노인 인구가 30%를 넘어선 지 오래다. 단체장들은 노인들의 표를 얻어야 다음 선거에서 다시 자리에 앉을 수 있으니, 자꾸만 축제를 연다. 축제 현장에서 노인들의 손을 잡고 그들에게 하찮은 즐거움을 주는 제스처로 마음을 훔친다. 현장의 노인들은 그 손짓에 현혹되어 훌륭한 단체장이라고 기억한다. 단체장이 흔드는 손짓과 요란한 축제를 위하여 자신들이 벌어놓은 돈이 쓰인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한다.

이렇게 누구도 말리거나 조정할 수 없는 자치단체의 축제에 얼마나 많은 예산이 드는지 집계하는 이도 없고 공표하지도 않으니 제대로 알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예산을 투자부문에 효율적으로 활용하거나 표를 준 노인들의 복지에 쓰면 그들의 노년이 훨씬 부드러워질 것이라는 짐작은 가능하다.

축제를 조정하고 간섭하는 법이라도 만들면 좋겠지만, 국회의원들도 축제가 자주 벌어지는 일이 그다지 싫지 않은 눈치다. 축제마당에서 축사도 하고 주민과 접촉할 수 있으니 말릴 까닭이 없다. 전북도에서 시군간 조정을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도 역시 간섭할 권한이 없다.

본지가 여러 차례 축제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해가 갈수록 늘면 늘었지, 줄어들지는 않는다. 아무도 말리지 못하는 축제, 너무 많고 낭비다. 조금 이성적으로 생각하여 시군간 조정이라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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