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채용 비리 조사에 붙여
공공부문 채용 비리 조사에 붙여
  • 전주일보
  • 승인 2018.10.24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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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신 영 배/발행인

해마다 국정감사가 시작되는 10월 중순이 되면 세월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 한해를 결산하는 일 가운데 국회가 국정의 흐름을 짚어보고 자 잘못을 가리는 일이야말로 무엇보다 중요 것이라 하겠다.

국정감사는 말 그대로 국정을 감사하는 일이므로 흠집내기에 몰두하지 말고 모든 분야의 국정을 파헤쳐서 잘못은 시정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등 전향적인 자세로 국정을 살펴야 할 것이다.

올 국정감사에서 많은 문제가 드러났지만, 공공 부분의 고용세습과 각종 채용 비리처럼 국민에게 실망을 주고 낙담하게 한 일도 없을 듯하다.

지난 23일 국회 유성엽(민주평화당. 정읍 고창) 의원은 서울 교통공사와 인천 공항공사 등 대부분 공공기관의 고용세습 의혹에 대해 “정부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격”이라며 강한 비판을 가했다. 유 의원은 이 같은 고용세습이 정부가 추진한 공공 부분 비정규직 제로화와 일자리 81만개를 만드는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한 바람에 발생한 비리라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한 이후 지난달까지 1년 4개월 만에 공공기관 853곳에서 근무하던 비정규직 근로자 41만6,000명 가운데 10만 명이 정규직으로 전환했거나 전환이 확정됐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대통령 공약을 앞세워 지나치게 무리한 일을 추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기업과 달리 “공공부문은 주인이 따로 없다는 특성상 비리와 나태를 태생적으로 갖고 있을 수밖에 없다.”고 구조적 특성도 지적했다.

유 의원의 주장대로 사실 공공부문은 항상 정권을 차지한 대통령과 여당의 논공행상처럼 낙하산 인사가 이뤄지고 그렇게 취임한 운영자는 정권의 비위에 맞는 방향으로 운영하게 마련이다. 더구나 실업률이 최고조에 이른 시점에 정권을 차지한 정부로서는 일자리를 늘리는 문제가 무엇보다 다급했을 것이다. 젊은이들의 취업을 늘리는 일과 함께 불안정한 비정규직의 일자리를 안정시키는 방법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카드가 사용됐다.

대통령의 일자리 확대 구상과 새로운 공공부문 운영자의 취임, 그리고 비정규직 정규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채용 비리가 없다면 이상할 만큼 타이밍이 절묘했다. 공기업마다 비정규직을 쓰고 있었고 비정규직은 대부분 기존 근무자들이나 기업 운영진과 관계된 가족이나 친족이 차지하고 있던 차에 그들을 정규직으로 만드는 일은 절호의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시청의 청소인력도 퇴직을 앞두고 자녀나 친척을 추천하여 임시직으로 일을 하다가 세습하는 일이 있는데, 보수 좋은 공기업의 고용세습은 말할 나위가 없다. 거기다 새로 부임한 경영진도 공기업 경영자로 온 기회에 자녀나 친인척을 기업에 채용했을 법하다. 그뿐만 아니라 공기업과 관련된 고위공무원들도 자녀나 친인척을 공기업에 채용하도록 압력을 가할 수도 있었다.

지난해 말썽을 빚은 강원랜드 채용 비리 문제도 이번에 국정조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당시 여당의 유력 국회의원들이 강원랜드에 압력을 행사하여 성적이 좋은 사람들을 밀어내고 엉터리 전형을 거쳐 입사했다가 올해 초에 집단으로 강제퇴사 조치하는 사태를 빚었다. 강원랜드 외에도 몇 개 공기업이 조사대상이 되었지만, 이번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것처럼 유사한 비리가 얼마나 있을지 모른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공공기관 일자리는 단 한자리도 피땀 흘려 노력한 취업준비생의 자리여야 한다.”라는 말처럼 모든 일자리는 열심히 노력해 정당하게 합격하는 젊은이에게 돌아가야 한다. 누구도 법과 규정이 정한 이외의 특혜를 받아 자리를 차지하는 일이 없어야 젊은이들이 바른 세상에서 일하면서 바른 나라를 만들어갈 수 있다.

고려 말기와 조선 시대에 나라에 공을 세운 공신(功臣)의 자손을 과거를 치르지 아니하고 관리를 채용하던 음서(蔭敍)제도가 있었다. 처음에는 공신의 자손이어야 이 제도의 혜택을 보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고위관리의 자제가 과거에 합격하지 못해도 아버지의 입김으로 관리로 채용되었다.

각 공기업과 직접적인 감독기관이나 협력기관의 고위공무원들이 자녀를 관련 공기업에 취업하도록 한 사례도 이번 국정감사에서 일부 드러났다고 한다. 아직도 봉건시대의 음서제도를 생각하는 고위공무원이 있다면 그는 당연히 퇴출해야 한다.

공기업들은 적자를 내는 기업도 연간 1,000여%의 상여금을 받아가고 매년 급여를 올려 받는 꿈의 직장으로 알려져 있다. 공기업이라는 특성상 적자가 불가피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상여금이라는 명목이 말하듯 성과를 냈을 때만 상여금은 지급되어야 마땅하다. 매년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비를 보조받아 운영하는 기관이 일반 공무원의 배에 이르는 상여금을 받는다니 이해부득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도대체 무엇을 하는 기업인지 알 수 없는 공기업이 부지기수다. 명칭이 비슷하고 기능도 비슷한 공기업들, 당초 공기업의 어떤 기능만을 떼어내서 새로 공기업을 만들어낸 유사 공기업은 통합해야 한다고 본다.

국회는 채용 비리를 철저히 조사하면서 853곳이나 되는 공기업의 성격과 기능을 세세히 살펴서 불필요한 공기업을 줄이는 연구도 해야 한다. 돈을 버는 기업도 아닌, 자리를 만들기 위한 위인설관(爲人設官)의 공기업은 얼마나 되는지 살펴서 정리하는 법안도 만들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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