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경기장 문제, '시민이 나서지 않기를...'
종합경기장 문제, '시민이 나서지 않기를...'
  • 전주일보
  • 승인 2018.10.17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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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영배 대표

어제 본지 1면 머릿기사에 전주종합경기장을 양여했던 전라북도가 양여를 취소하고 환수할 수 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 참으로 우려수러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전북도에서 20년 전에 전주종합경기장을 넘겨받을 때 첨단 쇼핑몰과 컨벤션 센터를 신축하는 것을 조건으로 설정한 MOU를 체결했다.

하지만 전주시가 훗날 이 계획을 백지화하고 그 자리에 미국의 ‘센트럴 파크’ 수준의 공원을 만들겠다고 나서면서 전북도와 전주시의 갈등은 노골화 됐다. 당초 전주종합경기장을 주고받은 전라북도 지사는 강현욱이었고 전주시장은 김완주였다. 그 후에 김완주 지사, 송하진 시장을 거쳐 지금은 송하진 지사, 김승수 시장으로 20년 동안 여러 차례 사업추진 단체장이 바뀌었다.

그러나 사업이 구체적으로 집행된 것은 송하진 지사가 전주시장으로 재임하던 2012년이었다. 당시 송 시장은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경기장 이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롯데에 부지의 절반을 주고 그 대신 롯데가 경기장을 따로 신축해서 전주시에 공여하는 ‘기부와 양여’ 방식을 선택했다. 전주시 재정상태로서는 나름의 고육책으로 보였다.

그렇지만 사업추진이 시작되는 즈음에 송하진 전주시장은 전라북도 지사에 전주시장은 김승수 시장이 새로 부임하면서 이 사업을 전면 재검토했다. 지역 상인들이 전주에 대형 쇼핑몰이 들어서면 지역경기가 더욱 침체할 것이고 지역자본이 역외로 유출된다는 주장을 하며 대형 쇼핑몰 건립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김승수 시장은 롯데 측에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전임 송 시장 때 계획했던 호텔과 컨벤션 센터를 짓는 사업도 보류했다. 그리고 12만㎡의 부지에 미국 뉴욕의 센트럴 파크처럼 멋진 시민공원을 신축하겠다고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전라북도가 즉각 반대했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공원 조성사업을 전주시가 감당할 능력이 없고 전북도가 승인하지 않으면 국비 지원도 받을 수 없다는 이유였다.

결국 전주시의 공원 계획은 말만 무성하다 슬그머니 중단된 상태다. 종합경기장 이전 개발 사업은 송하진 지사와 김승수 시장 사이에 깊은 골만 파놓고 한치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 문제를 두고 필자는 지방선거 수일전인 지난 5월30일자 본지 발행인 칼럼 <갈등은 털고 가야 한다.>라는 글을 통해 두 단체장 사이의 갈등이 풀려야 원만한 지역발전을 이룰 수 있음을 지적했다.

그 글에서 “어떤 이는 ‘이번 선거에서 둘 중 한 사람은 낙선돼야 전북과 전주가 발전할 수 있다’고 할 정도로 두 사람의 갈등은 알려진 비밀이다. 따라서 무엇을 하든 지사와 시장이 머리를 맞대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종합경기장 부지에 대한 활용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몇몇 시민의 편파적이거나 이해가 수반된 견해가 아닌 전문가들을 초빙해 치밀하고 건설적인 의견을 종합해서 가장 건설적인 방안을 도민과 시민의 이름으로 추진해야 한다.”라고 했었다.

이어 “그러기 위해서는 송하진 도지사 후보와 김승수 전주시장 후보는 6.13. 지방선거 이전에 겉으로 화해가 아닌 진심에서 그동안의 잘못을 서로 용서하기 바란다. 아울러 이제까지의 갈등을 푸는 의미에서 종합경기장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방침을 합의하여 공동의 공약으로 제시할 것을 제안한다. 어떤 사업을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화하기 어렵다면 사업추진을 위임할 기구라도 구성하는데 합의한 다음에 공동공약으로 제시한다면 도민들이 안도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충언했다.

필자의 지적에 당시 두 후보자는 “전혀 갈등이 없다.”라며 악수하고 화해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있다. 그러면서도 경기장 문제는 서로 입도 벙긋하지 않았다. 진심으로 화해가 되었다면 처음 갈등을 빚은 경기장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이라고 도민 앞에 약속하는 것이 도리였다. 그렇게 선거가 끝나고 두 사람은 공공장소에서 여러 번 화해한 듯한 태도를 보였기에 필자를 비롯한 도민들은 퍽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그제 16일 열린 전라북도의회 제357회 임시회의에서 최영일(민주. 순창) 도의원이 의정 질의를 통해 “전주종합경기장에 대한 전북도와 전주시의 양여 계약 체결 후 20년이 지났으나, 지금까지도 아무런 진척이 없고 도민의 피로감만 극대화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최 의원은 “양여 계약서에 10년간 체육시설로 활용되지 않거나 용도폐기하면 해지 가능하다.”라며 송 지사에게 당초 계약대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답변에 나선 송지사는 “전주종합경기장은 도의회의 의결을 거쳐 무상 양여됐고 대체시설 이행각서대로 이행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현재까지 이를 추진하지 않는 것은 도민에 대한 법적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송 지사는 “전주시가 양여조건에 맞는 방향으로 간다면 만나서 협의하고 지원할 용의가 있지만, 전혀 다른 계획을 세운다면 만날 수 없다.”라고 못을 박았다.

사실 송 지사와 김 시장의 갈등은 전혀 봉합되지 않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음이 명확하다. 그뿐만 아니라, 20년 동안 표류해온 종합경기장 문제도 앞으로 4년간 먼지만 풀풀 날리는 폐허로 남아 도민들을 불편하게 할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하다. 종합경기장을 전북도가 환수한다 해도 전주시와 협의하지 않고는 전북도가 직접 사업을 집행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같은 민주당 소속이고 사실은 서로 견제하거나 갈등할 이유가 전혀 없는 두 단체장이 반목하면서 그 손해는 도민들이 고스란히 보고 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될 경우 시민들이 직접 나서게 될지도 모를 사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사실을 두 단체장은 명심해야 한다. 지금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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