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과 '채움'
'비움'과 '채움'
  • 전주일보
  • 승인 2018.10.17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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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르네상스 시대 최고의 예술가, 미켈란젤로가 '다비드(다윗)상'을 완성하던 날 수많은 사람들이 다비드상을 보기위해 피렌체로 몰려 들었다. 다비드상을 가리고 있던 천이 걷히고 5미터 높이의 다비드상이 모습을 드러내자 사람들은 일제히 탄성을 내질렀다. 도저히 인간이 만들었다고 생각할 수 없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다비드상에 압도된 대중들은 일제히 무릎을 꿇고 신에게 드리는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미켈란젤로가 다비드상을 만들기 위해 조각한 대리석은 원래 돌의 결이 특이했다. 어떤 부분은 푸석거리고 어떤 쪽은 단단해 돌을 쪼아내기가 무척 어려웠다. 그로 인해 당대의 내로라 하는 조각가들이 조각해보려고 나섰다가 포기해버리는 바람에 수십년 동안 방치된 별 볼일 없는 돌에 불과했다. 그런 대리석으로 모든 이들의 탄성을 자아내고 경외감을 금치 못할 공전의 작품을 만들어 낸 것이다.

사람들이 미켈란젤로에게 어떻게 그토록 훌륭한 조각품을 만들어 낼 수 있었냐고 물었다.

이에 대한 미켈란젤로의 답이 또한 걸작이라할 만 했다. "나는 돌 속에 갇혀있는 다비드만 보고 그를 가리고 있는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했을 뿐이오."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회사에서 쫓겨났다가 회사가 망할 위기에 처하자 다시 복귀했다. 회사에 복귀한 그가 회사를 살리고자 맨 처음 시도한 것은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었다. 불필요한 제품을 제거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수십 종류에 달하던 너절한 애플 제품을 전문가용, 일반인용, 최고 사양, 적정사양으로 분류해 4가지 상품으로 단순화했다. 물론 그 이후 출시된 제품들도 하나같이 심플한 것들이었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의사결정에 바탕해 불필요한 제품을 제거하고 제품을 단순화함으로써 다 죽어가던 회사를 살려냈다.

몸에 좋다는 보약보다는 몸에 해로운 음식을 삼가는게 낫다고 한다. 근육을 키우는 대신 불필요한 살을 빼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기에 앞서 그가 싫어하는 것을 하지 말 일이다. 행복은 욕망을 채우려 하기보다는 욕심을 버리는데서 그 모습이 보인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현명한 사람은 쾌락이 아니라 고통이 없는 상태를 추구한다"고 했다. 쾌락은 보태는 것이고 고통은 제거하는 것이다. 그래서 현명한 이는 '보탬'을 갈망하는 대신, 제거함을 지향한다고 한다. 어떤 장점을 갖출까 고민하지 말고 어떤 단점을 없앨까부터 궁리를 하라. 깊은 깨달음은 간결하다. 큰 가르침은 시대를 관통한다. 큰 가르침은 또한 사랄들의 삶의 영역에 두루 좋은 영향을 미친다.

필자의 지인이 '채움'보다는 '비움'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전해준 옛 지혜들이다. 이를 실천에 옮기기 쉽지않지만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교훈들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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