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상달이다.
10월 상달이다.
  • 전주일보
  • 승인 2018.09.30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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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 편집고문

추수의 계절이고 산하가 아름다운 색으로 물드는 계절, 가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달이다. 찬 이슬이 내린다는 한로(寒露)가 8일이고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는 상강(霜降)이 23일이다. 오는 3일부터 7일까지 열리는 세계소리축제를 비롯하여 도내 곳곳에서 가을 축제가 이어지고 있다. 새벽에는 제법 서늘한 느낌마저 드는 때이지만, 요즘이야말로 책을 읽기 좋고 일하기도 좋고 놀기도 좋은 호시절이라 할 수 있다.

벌써 설악산에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여 지금쯤 오대산이 물들기 시작하여 치악산, 계룡산을 거쳐 이달 21일께는 내장산에도 단풍이 들 것이라고 한다. 내장산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는 11월 9일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여름의 더위에 과일이 많이 상하고 일부 작물은 수확이 크게 줄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지만, 우리의 마음이 어떻든 계절은 어김없이 찾아와 다시 한 해를 마무리하게 한다. 조금 부족한 곳도 또 어디서는 조금 남는 다양함이 사람이 사는 맛이 아닐까 싶다.

사람 사는 일이 다 그렇고 복잡하고 어지럽게 마련이지만, 어려운 가운데서도 희망이라는 끈을 놓치지 않으면 스치는 작은 틈새에서 반짝하고 비춰주는 기쁨이나 행복의 실마리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동안 나라 경제가 재벌 위주의 경제 운용으로 치닫는 바람에 부의 편중이 심화하고 서민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져 어려움을 겪는 중이다.

나라 경제는 변화에 민감해야 하고 그 변화를 읽어 미리 대비해야 하는데, 사익만 추구한 대통령과 아무것도 모르고 비선의 장난에만 놀아난 대통령 덕분에 나라 꼴이 말이 아니게 되었다. 새 정부가 처방이라고 시작한 소득 주도 정책도 이미 병이 깊은 경제 상황에서 약발이 듣기는 어려워 보인다.

가장 바람직한 일은 하루빨리 한반도 평화가 이루어져서 우리가 섬나라를 면하고 북한의 노동력과 자원을 활용하여 경제적 부가가치를 높이고 러시아와 대륙으로 진출하는 북방경제의 효과를 보는 길일 것이다. 전쟁의 위험이 줄면 국방비도 줄고 남북의 경제협력은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내게 될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안정은 우리가 동북아의 중추가 되고 세계의 관심과 투자를 불러들일 수 있게 된다.

한반도 평화의 시발점은 지난 4.27 판문점 선언이었고 5월 26일 2차 회담에 이은 6월12일 북미정상회담에서 일차 방점은 찍었다. 북미회담 후에 비핵화 문제를 두고 미국은 북한의 무조건적 비핵화 이행을 선행할 것을 요구하면서 교착상태에 빠졌다. 그러다가 지난달 18일부터 20일까지 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여 3차 남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쳐 한반도 평화가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장 폐쇄를 비롯하여 영변 핵 저장시설까지 완벽하게 폐기할 용의가 있다며 그 시한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1차 임기가 끝나는 시점까지 못을 박아 성의 표시를 했다.

문 대통령은 다시 9월 23일에 유엔 총회에 참석하고 미국의 트럼프를 만나 남북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2차 북미회담을 주선하는 등 적극적으로 중재 역할에 진력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30일 유엔에서 외무상 리용호의 발언을 통해 “일방적으로 핵무장 해제를 하는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라고 말하고 “비핵화에 대한 우리의 의지는 확고하지만, 이는 미국이 우리에게 신뢰감을 갖게 해야만 실현이 가능하다.”라고 했다. 핵무장 해제를 위한 미국의 종전선언이나 안보리의 ‘제재 일부 해제’등을 선행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북미 2차 회담을 위해 폼페이오 장관의 평양 방문을 앞두고 북한이 이 같은 주장을 내놓은 속내는 미국도 성의 표시를 하고 믿을 수 있는 조치를 하라는 것이다. 이미 비핵화의 로드맵까지 밝혔음에도 미국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채 완전한 비핵화만 요구하는 데 대한 북한의 입장과 불신을 믿음으로 바꿀 조치를 해달라는 것이다.

이제 다시 공은 미국에 넘겨졌다. 미국이 이번에도 종래의 주장을 되풀이하며 핵 리스트를 공개하고 핵 폐기를 선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한반도 평화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이번에는 미국도 어느 정도 양보하고 가능한 성의 표시를 해야 한다. 이미 힘으로 북한을 겁주어 항복을 받기는 글렀다.

리용호의 연설이 보도되자 미국 상원의원들은 북한에 갈 폼페이오에게 북한에 일방적인 양보를 해서는 안 된다는 주문을 했다고 한다. 의원들은 북한이 말로만 약속했지 실제 드러난 비핵화의 증거는 없다며 북한의 성의 있는 조치를 선행하라는 주문을 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사태는 다시 평행선이다. 서로 버티기를 계속하면 사태는 교착상태에 빠져 다시 찬 바람 부는 언덕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

미국으로서는 한주먹거리도 안 되는 북한이 대등한 위치에서 얼굴을 바로 들고 대드는 게 불편하겠지만, 그들이 가진 핵 장난감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라는 걸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싱가포르에서 트럼프와 김정은이 만났고 트럼프는 김정은을 추어주며 어르고 달랬다.

이미 남북회담에서 동창리 미사일 기지를 파괴할 것이라는 약속도 들었으니, 일단 종전선언 정도를 해주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성의 표시를 하고 일을 단계별로 진행해야지, 동네 꼬마 다잡듯이 마구 누르고 협박하여 쉽게 항복할 북한은 아니다. 제발 한 발짝 서로 물러나 하루빨리 한반도에 평화가 오기를 이 좋은 가을에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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