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서 보내온 추석 선물
평양에서 보내온 추석 선물
  • 신영배
  • 승인 2018.09.19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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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영 배/발행인

평양의 가을은 상큼했다. 단계적 비핵화와 남북 공동 번영의 약속을 담은 ‘9월 평양공동선언’은 곳곳에 드리운 어두움을 한꺼번에 날리듯 시원했다.

지난 18일 문 대통령이 무거운 표정으로 서울 공항을 떠날 때만 해도 희망보다는 걱정이 많았다. 수차례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의 조율에서 문 대통령에게 주어진 숙제가 쉽지 않은 것이었음을 짐작했기 때문이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또한 브리핑에서 시종 어두운 얼굴로 심각할 정도로 신중한 태도였다. 마치 험지로 대통령을 떠나보내야 하는 듯한 안타까움이 여실히 드러났었다.

그러나 남한의 대통령 전용기가 평양 순안공항에 내리고 마중 나온 김 위원장이 진심으로 대통령을 환영하고 대접하려 애쓰는 모습을 보며 뭔가 희망이 있음을 보았다. 이미 문 대통령과 무엇을 합의해야 하는지 잘 아는 김 위원장이 겉으로만 환영하는 정치적 제스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중계되는 장면을 보며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초청해 환대하며 북한 주민과 온 세계에 모든 장면을 생중계한 속내가 따로 있음을 엿보았다. 김 위원장은 판문점과 트럼프와의 회담에서 비핵화를 약속하고도 속도를 낼 수 없었던 속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 남한의 4대 재벌 등 경제인들 또한 한반도에 평화가 온다면 북한에 얼마든지 투자할 수 있다는 암시도 북한 측에 전달했다. 그리고 문 대통령은 군사적 충돌을 종식하는 약속에 이어 이제까지 적국이었던 남한이 한 민족으로서 북한을 도우려 한다는 메시지도 주었다.

김 위원장 특히 남북이 화합하면 서로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을 북한 주민들에게 인식시키기 위해 문 대통령 방북행사를 대대적으로 선전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9월 평양공동선언은 그렇게 준비되고 발표된 것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북한 군부와 국민의 불만을 확실하게 잠재우면서 비핵화의 단계적 실천 의지와 남북한의 화해와 평화 의지를 세계에 확실하게 보여주고 약속했다.

남은 일은 북한이 빠른 시일 안에 미국이 두려워하는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없애는 일이다. 여기에 미국의 종전선언 등의 조치가 이뤄지면 영변 핵시설까지 완벽하게 제거하여 한반도에서 영구히 핵을 없애야 한다.

공동선언에는 비핵화 외에도 남북 간에 절실한 문제들이 다 망라되어 있다. 당장에 서로 대치하는 지역에서 어떤 경우에도 무력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판문점 군사분야 이행합의서’를 공동선언의 부속합의서로 채택했다. 그러기 위해 양 정상은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가동키로 했다.

또, 남북은 올해 내에 동 · 서해선 철도와 도로연결을 위한 착공식과 조건이 마련 될 경우 개성공단 가동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우선적으로 정상화하고 서해 공동경제특구와 동해 관광특구를 조성하는 문제를 협의키로 했다.

아울러 아직도 만나지 못하고 있는 남북 이산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금강산 이산가족 상설면회소 시설을 복구하고 이산가족의 화상상봉과 영상편지 교환도 합의했다. 문화체육 분야에서는 예술 분야의 교류를 확대하고 2020년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공동 출전키로 했다. 또 2032년 하계올림픽을 공동개최 유치하는데 협력하기로 했다.

지난번 판문점 공동선언이 골격만 세워놓은 것이었다면, 이번 9월 평양공동선언은 벽을 쌓고 지붕을 덮어 ‘평화와 번영의 집’이 겉모습을 이룬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실제 평화와 번영을 이룰 수 있도록 내부를 꾸미는 실천이 진행될 차례이다. 오래지 않아 북한이 미사일 엔진시험장과 발사대를 없애면 미국이 종전과 평화협정으로 화답하여 한반도에서 영구히 핵을 제거하는 단계에 진입할 수 있다.

어제의 선언이 세계에 생중계되고 발표되자 즉각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핵사찰 합의’를 트윗에 올려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와 함께 2032년 하계올림픽 공동개최에 대하여 ‘흥미롭다’는 반응을 트윗에 올렸다. 미국도 평양공동선언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받아들이는 눈치다.

다시 지난번처럼 한꺼번에 모든 걸 다 해내라고 협박하는 무리만 없으면 일은 잘 풀려나갈 것이다. 청와대는 오는 24일 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와 만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 만남에서 북미 2차 회담이 성사될지, 문 대통령이 전하는 김정은의 메시지로 곧 시행에 들어갈 것인지 결정될 것이다. 아마도 미국의 중간선거가 촉박하므로 제2차 북미회담이 급속하게 진행되거나 이루어지지 않으리라는 예상을 해 본다.

이번 평양에서 온 추석 선물은 답답하고 앞이 보이지 않던 우리 경제와 정치에 새로운 희망과 활력을 불어넣어 조금은 더 즐거운 추석을 보낼 수 있게 됐다. 이제 남은 절차들이 무사히 진행되어 우리 대한민국이 섬나라를 면하고 대륙을 향하여 힘찬 걸음을 내 딛을 수 있기 바란다. 그리하여 이번 추석이 두고두고 잊지 못할 추억의 시간으로 기억되기를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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