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평양회담에 기대하는 마음
다시 평양회담에 기대하는 마음
  • 전주일보
  • 승인 2018.09.16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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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편집고문

4.27 남북정상회담으로 발길이 터진 남북 정상의 만남은 5.26 두 번째 회담에 이어 내일 3번째 얼굴을 마주한다. 이번 회담은 지난 4.27 회담에서 약속한 평양방문을 이행하는 의미와 북미회담 이후 교착상태에 있는 비핵화와 종전선언의 진전을 위한 대좌라고 볼 수 있다.

내일 양 정상의 만남은 과거 김대중, 노무현 두 전 대통령의 방북과는 여러모로 다르다. 지난 두 번의 방북은 남쪽의 경제력으로 북한을 달래면서 남북대치 상황의 긴장도를 낮추고 경협을 통해 북쪽의 발전을 도와 한반도 평화와 발전을 도모한다는 명분이었다. 그러나 북한 김정일이 소심한 성격인 데다 주변의 여건도 조성되지 않아 회담은 형식적 명분 쌓기에 그치고 말았다. 개성공단 설치와 금강산 관광 등 왕래가 이어지다가 보수 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은 가장 먼 나라로 등을 돌렸다.

2017년 5월 9일 선거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베를린 선언 등을 통해 남북협력과 평화를 구축할 뜻을 밝혔다. 그러나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ICBM 발사실험 등으로 경색된 한반도 정세는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대북 규제 등에 막혀 손을 쓸 수 없었다. 그러다가 작년 가을에 문 대통령이 평창올림픽에 북한을 초청하고 남북단일팀 구성을 제안하자 북한의 김정은이 화답하면서 남북화해는 급물살을 탔다.

핵무기와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갖춘 김정은은 미국의 강력한 제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핵과 미사일을 활용하여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국가로 발돋움하고 경제적 이익까지 챙기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그런 김정은에게 과거 남북화해와 평화를 논의했던 진보성향의 문재인 정부는 큰 의지처가 되었다. 미국이나 일본에는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남쪽의 한국 정부와는 최대한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두 정상이 두 번 만난 이후 남북은 서로 비방과 대립 관계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상당한 진전을 보였다. 평창 이후에 아시안 게임에서도 일부 종목이 단일팀을 구성하여 메달을 따기도 했고, 지난 14일에는 개성공단 사무실에 남북 공동사무소를 정식으로 개설했다.

지금 남북협력과 경제공동체 구상은 서로에게 절실하다. 북한의 경제가 상당 부분 시장경제를 받아들여 공식적인 시장이 482개에 달하고 곳곳에 비공식 시장인 장마당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북한의 공식적인 가구소득은 1.3%에 불과하고 비공식 수입이 63%에 이른다고 한다. 가구마다 식량의 60%와 소비재의 67%를 시장에서 조달한다고 한다.

아울러 ‘돈주’라는 이름의 자본가가 등장하여 사경제를 위한 생산 활동이 당국의 묵인하에 이루어져 생필품을 공급하여 이익을 취하는 세력이 만들어져 있다는 것이다. 이미 자본주의 물결이 둑을 넘어 들어간 증거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중국식이든 베트남식이든 경제개방 조치는 불가피하다. 아직 막대한 지하자원이 있고 값싼 노동력이 있는 북한이 돌파구를 찾는 남한과 경제적 협력을 하는 일은 ‘누이 좋고 매부 좋은’일이다.

우리는 미국 트럼프의 ‘미국 국익 우선주의’ 정책에 우리 수출이 곳곳에서 암초를 만나듯 어려움을 당한 데다, 사드로 인한 중국의 반한 감정으로 대중국 수출이 급격히 줄어든 후유증이 이어져 지금 우리 경제는 대단히 어렵다. 조선과 자동차 등 지난날 우리 경제에 효자 노릇을 하던 중공업 분야가 쇠퇴하면서 실업자가 양산되고 국내소비가 움츠러들어 빈 점포만 자꾸 늘어가는 게 현실이다.

정부가 경제회복을 위해 이런저런 대책을 내놓아도 효과는 미미하다. 급기야 나랏돈으로 영세사업자를 일으켜 세우려 하지만 그도 국고만 탕진할 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미 나라 경제는 대기업 위주의 성장을 추구하는 동안 대부분 중소기업이나 소기업은 자생력을 잃어갔다. 지금 우리가 살길은 북한과 손을 잡아 철도와 육로를 연결하여 북한과 러시아의 자원을 들여와 북한의 노동력으로 생산하여 싸고 질 좋은 상품을 만들어 파는 방법밖에 없다. 그러려면 어서 한반도 평화가 정착되어 경제협력이 긴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내일 남북 정상이 만나지만, 두 정상이 논의 할 수 있는 한계가 있어서 4.27 판문점 선언의 내용에서 크게 더해질 것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평양회담을 앞두고 여러 차례 트럼프와 통화하고 조율하면서 충분한 교감을 했을 터이므로 빈손으로 돌아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어쩌다 우리 민족은 우리 일을 남의 뜻에 따라 정해야 하는지….

문 대통령이 평양방문에 앞서 트럼프와 사전교감을 한 내용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다. 다만, 트럼프가 11월 중간선거 이전에 대북 성과를 선전할 수 있는 무엇인가 작은 양보라도 내놓았을 것이라는 막연한 짐작을 해본다. 그래야 문 대통령이 김정은을 만나서 설득할 수 있고 미국과 2차 북미회담에서 조금 더 구체적인 진도를 보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일 문 대통령의 평양행은 한반도 평화와 우리 경제가 다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하는데 중대한 발걸음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대통령들의 평양행과는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닌 회담이 되어야 나라와 민족이 산다. 가장 실질적이고 막힌 실타래를 푸는 멋진 성과를 들고 돌아오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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