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일보
  • 승인 2018.09.16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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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에서 한 젊은이가 아버지의 등을 밀어주고 있다

때밀이 타월에 때가 뭉텅뭉텅 묻어나온다
고목에도 꽃 피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한 시절 그늘을 만들었을 것이다
아버지의 등은
어린 아들의 넓은 운동장이자 쿠션 좋은 침대였다

나는 목욕탕에서 아들의 등을 찰싹찰싹 부쳐대면서
때를 밀어준 적도 없고
고추를 들여다보면서
웃은 일도 없다

나라고 하는 아버지는 권위와 명령만이 전부였다
아버지는 돌로 눌러놓아도 아버지라고 생각했다

목욕탕 구석에서 늙은 등을 내밀고 앉아 있던
아버지는 어디로 갔는가

/중앙 목욕탕  : 익산시 중앙동2가 소재

거울은 앞에 두어야 하고, 등받이는 뒤에 두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지적이나 꾸중은 앞에서 해야 하고, 칭찬이나 격려는 뒤에서 해야 한다는 뜻이다. 주먹을 앞세우면 친구가 사라지고, 미소를 앞세우면 원수가 사라진다. 미움을 앞세우면 상대편의 장점이 사라지고, 사랑을 앞세우면 상대편의 단점이 사라진다. 인간의 생김새는 앞과 뒤가 다르다. 얼굴이 있는 앞쪽은 밝고 광채가 나지만 머리가 있는 뒤쪽은 색이 어둡다. 나뭇잎도 앞면은 기름을 바른 듯 매끈거리고 반짝이지만, 뒷면은 거칠고 빛이 나지 않는다. 인간의 신체 중요 부분인 이목구비나 생식기가 몸의 앞면에 있는 것처럼 꽃은 잎의 앞에서 피고 열매 역시 잎의 앞에서 맺는다. 앞은 언제나 희망적이고 뒤는 절망적이다. 그러나 앞을 절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것은 비가시적이며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불분명한 것을 분명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동전에 앞과 뒤가 있듯이 웃음에도 앞과 뒤가 있다. 그러나 참된 우정은 앞과 뒤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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