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스스로 일어서야
법원은 스스로 일어서야
  • 전주일보
  • 승인 2018.09.12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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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영배 발행인

벌써 아침 기온이 차갑다. 새벽에는 서늘한 느낌에 이불을 끌어 올릴 정도다. 계절은 때에 맞춰 오고 갈 줄을 안다. 세상 또한 변하는 계절처럼 변화 속에서도 궤도를 이탈하지 않고 수레바퀴 돌 듯 돌아간다. 그걸 본받아 인간들은 서로를 존중하며 약속을 만들고 지키는 노력을 해왔기에 오늘의 문명사회를 이뤘다.

우리가 한낱 종이쪽에 10,000원이라고 인쇄한 것을 ‘돈’이라는 이름으로 거래수단을 삼기로 약속했다. 이 때문에 1만 원짜리 지폐를 주고 밥을 먹거나 물건을 살 수 있다. 교통 신호등이 빨간색일 때자동차가 멈추는 일도 그렇게 정했기 때문에 지켜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모든 약속을 ‘법’이라는 이름으로 정하고 그것을 잘 지키는지를 판단하는 사람이 ‘판사’다. 모두 약속을 잘 지켰더라면 경찰, 검찰, 판사라는 직업도 없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별히 판사는 법을 어겼는지를 최종 판단하는 위치이기에 누구보다 공정하고 흔들림 없는 판결이 요구된다.

그러나 대한민국 법원은 공정은커녕, 때로는 권력의 시녀가 되어 권력이 원하는 방향으로 재판을 하거나, 돈이 많은 쪽의 편을 들어주는 짓을 거듭해왔다.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인식이 일반화되고 재판이 시작되면 돈 많은 쪽이 이기는 것이 당연한 사회가 되었다.

법의 판단이 돈과 권력의 크기에 따라 달라지면서 세상의 모든 가치가 돈과 권력을 향해 치달았다. 그러한 사회 병폐는 가장 부패하고 무능한 정권인 이명박근혜 정부 시절에 절정을 이뤘다. 대법원의 수장이 ‘상고 법원’이라는 기구를 만들기 위해 믿기지 않을 정도의 무모한 술수와 판결을 자행했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엉터리 재판과 재판자료 유출, 사전 판결정보 제공 등 모든 판결은 대법원에만 가면 원심의 판결은 파기환송이나 무죄판결 등으로 결론났다. 양승태의 대법원은 스스로 법의 최후 보루이기를 포기하고 정권과 야합하고 특정세력과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는 역할에 눈이 멀었다.

그들은 정권의 눈치를 보아가며 권력이 요구하는 방향으로 재판을 이끌어가고 불법 회계방식으로 자금을 만들어 썼다. 자금을 만든 방법을 보면 과연 판사님(?)들이 한 짓인지 의심스러울 만큼 한심하기 그지없다. 2015년에 법원행정처는 지방법원 등 각급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 예산을 자잘한 가짜증빙서를 만들어 지출하게 했다.

그 현금을 모아서 비밀리에 인편으로 행정처에 가져오게 한 수억 원을 행정처 예산담당관실 금고에 두고 다양한 용도로 사용했다고 한다. 문제가 됐던 건설회사의 비자금 조성 수법을 그대로 배워서 활용한 법원이다.

거기까지는 지난 정권과 연관해 양승태 대법원장과 그 휘하의 잘못이었다고 치자. 그런데 그런 대법원의 범죄들이 현 정부 출범후 발각돼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는데도, 법원은 사흘씩이나 영장청구 내용 검토 운운하며 결론을 유보하는 등의 방식으로 검찰수사를 방해했다.

더욱이 검찰의 영장신청 내용을 빼돌려 이해당사자가 증거물을 파기하도록 하는 일이 최근들어 다시 발생했다. 그뿐 아니라, 검찰이 사법농단 수사를 위해 신청한 압수 · 수색영장의 90%가 기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법원은 외부세력(검찰)이 자기들의 성역(?)을 뒤지는 일 자체가 못마땅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7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302호 법정에서 재판 도중 때 아닌 고성이 오고 갔다. 절도 혐의로 기소된 장모(63·구속)씨의 항소심 재판이었다. 장씨는 절도 혐의로 여섯 차례 기소됐고 모두 합쳐 징역 13년형을 선고받았다.

장씨가 마지막으로 수감생활을 마친 것은 지난해 10월. 장씨는 불과 4개월여만인 올 2월 또 다시 절도 혐의로 입건됐다. 14차례에 걸쳐 3,600여만원을 절도하거나 절도를 시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장씨가 방범 창살을 절단하고 주거시설에 침입하는 등 범행수법이 매우 과감하고 불량하다."며 징역 4년을 선고했으나 장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항소심에서 장씨의 항소가 기각되자 장씨는 판사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며 판사로부터 발언을 허락받았다.

장씨는 "대법원장, 판사는 누구 하나 저거(처벌) 하는 것 없고, (검찰이) 영장 청구해서 판사 조사하려고 해도 영장전담 판사가 ‘빠꾸’(기각)시킨다"며 "죄없는 나같이 늙은 사람들만 오갈 데 없이 밥값, 약값도 못내고 산다."고 말했다. 양승태 대법원 수사에 연이은 영장기각 사실 등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자 A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14차례 절도를 저지르며 선량한 사람들의 집에 들어가 피해를 줬다"며 "본인은 그런 말 할 자격이 없다. 부끄러운 줄 알아라"고 맞받았다. 장씨는 이에 질세라 "판사들은 뭐가 다르냐"며 소리를 쳤다. 장씨는 끌려나가면서도 A 부장판사를 보며 "당신도 똑같은 사람이야"라고 말했다.

실랑이 끝에 장씨는 "당신도 똑같은 사람이라고. 여기 세 사람 판사들이요"라며 "여보세요. 나도 있잖아요. 금수저 판사로 태어났다면 (범죄 안 저지른다)"고 소리쳤다.

위 사례처럼 지금 법원은 부장판사가 피고인에게 “너나 나나 다를 게 없다.”라고 비난을 받고도 어찌하지 못할 만큼 처참한 지경에 놓여 있다. 권위가 땅에 떨어진 정도가 아니라 ‘같은 범죄자’로 몰리는 오늘의 현실을 법원은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법원은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세우고 웅크릴 게 아니라 법원 스스로 뼈를 깎는 자정(自淨)노력과 반성으로 다시 일어서야 한다. 이 일은 누가 외부에서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지금 국민은 분노를 삭이며 사법부를 지켜보고 있다. 법원은 스스로 일어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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