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보이
올드보이
  • 전주일보
  • 승인 2018.09.0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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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Old Boy)'란 말이 회자되고 있다. 올드보이는 학교 졸업생이다. 더러 나이 지긋한 남성이 다른 남자를 친근하게 부를 때 사용하기도 한다. 우리말로는 '여보시게' 쯤 된다.

올드보이란 영화도 있다. 2003년 박찬욱 감독의 작품으로 최민식, 유지태, 강혜정 등이 출연한 영화다. 영문도 모르고 납치돼 사설감옥에서 15년 동안 감금당한 샐러리맨의 복수 이야기다. 일본 만화 원작을 각색해 만들었는데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수작이다. 올드보이란 말의 뉴앙스는 다소 부정적이다. 올드라는 말 속에 나이가 들었다는 것과 낡고 구태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 물간 사람을 지칭할 때 많이 사용한다.

정치계에도 올드보이들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67) 대표, 바른미래당 손학규(71) 대표, 민주평화당 정동영(66) 대표 등이다. 60대 후반에서 70대 초반이니 적지 않은 나이다. 이들이 올드보이란 말을 듣는 이유는 따로 있다. 모두가 대통령 선거에 나섰다 실패했다는 점, 그리고 고난의 세월을 겪다 당 대표로 정치 전면에 다시 나서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들 3명은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에서 대통령 후보로 국민경선에 나섰다.

그해 10월에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자 지명대회에서 정동영 후보는 43.8%를 얻어 손학규(34.0%) 후보, 이해찬(22.2%) 후보를 제쳤다.

정동영 후보는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로 17대 대통령 선거에 나섰으나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패했다.

11년이 지난 지금 이들 3명은 당시 득표 순위와 반대의 결과를 얻었다.

경선 3등이었던 이해찬 후보는 국회 제1당이자 여당인 민주당 대표를 맡고 있다. 2위 손학규 후보는 바른미래당 대표를, 1등으로 대통령 후보가 됐던 정동영 후보는 민주평화당 대표를 맡고 있다.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정치계 올드보이가 주목받는 것은 나이나 정치적 부침 때문만이 아니다.

문제는 그들의 사고방식과 가치관이다. 그들은 우리 정치를 이끌어가고 있는 주요 정당의 대표다. 그들의 말 한마디에 국민들이 웃고 운다. 이들 3명이 주목받는 이유다.

올드보이에 어울리는 정치인이 있다. 돌아가신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DJ는 4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됐다. 만 나이로 73세였다. 당선 뒤 전 국민을 하나로 통합시켜 외환위기를 극복했다. 평양을 방문해 역사적인 6·15남북공동선언을 이끌어내면서 한반도 훈풍의 주인공이 됐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역사상 처음으로 노벨평화상도 수상했다.

변화와 개혁을 주도하는 사람에게 올드보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돌아온 올드보이들이 민생을 챙기고 정치개혁에 앞장서겠다며 작정하고 나섰다. '국민을 위한 정치'를 호언했으니 기대를 해 본다. 얼마나 민생을 챙기고 정치개혁을 할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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