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궁(名弓)
명궁(名弓)
  • 전주일보
  • 승인 2018.08.3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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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개봉한 김한민 감독의 영화 '활'을 보면 마지막 장면에서 인상 깊은 대사가 나온다. 영화는 주인공 남이역을 맡은 배우 박해일의 독백으로 끝난다.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청(淸)군에 잡혀간 여동생을 구출하는 얼개인 이 영화는 제목처럼 '활'로 시작해 '활'로 끝난다.

주인공 남이는 결국 자신의 활로 여동생을 사지에서 구해낸다.

역사적으로 우리 민족은 활을 잘 다뤄 '동이(東夷)'족이라 불렸다. 최초의 명궁은 고구려를 세운 주몽(朱蒙)이었다.

주몽은 많은 신화와 전설을 간직한 주인공이지만 활을 잘 다룬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주몽 다음으로 유명한 명궁은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였다. 이성계의 활 실력은 출중했다. 장거리 저격뿐 아니라 말 타고 돌격하면서 근접 백병전으로 활을 사용해 적들을 물리칠 정도로 적을 공포에 떨게 했다.

태조왕조실록에 따르면 이성계는 편전(애기살)을 이용해 항전하는 성의 병사들에게 70발을 쏴서 70명을 맞춘 것으로 기록돼 있다.

또 왜구와의 격전을 앞두고, 150보 떨어진 투구를 3번 중 3번을 다 맞춰 군사들의 사기를 드높이기도 했다. 이후 조선의 왕 중 활쏘기에 능한 것은 정조였다.

정조의 첫 활쏘기 기록은 '추행갱재첩'에서 찾을 수 있다. 정조는 숙종 탄생일을 맞아 1787년 8월 고양행궁에 행차했을 때 문무 신하와 함께 활쏘기를 했다.

이날 활쏘기는 39회에 걸쳐 진행됐는데 회당 5발의 화살이 제공됐다. 정조는 첫 번째와 38번째 사수로 나와 5발씩을 모두 명중시켰다. 정조 외에 5발을 맞힌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활쏘기는 뛰어난 체력과 집중력이 요구된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팔렘방에서 열리고 있는 2018 아시안게임에서 양궁 대표팀선수들이 연일 승전보를 전해오고 있다.

김우진은 28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 카르노(GBK) 양궁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 결승전에서 이우석을 세트스코어 6-4(27-27 26-28 27-26 29-29 27-26)로 제압했다.

앞서 양궁 여자대표팀은 양궁 리커브 여자단체전에서 6회 연속 우승의 금자탑을 세웠다.

한국 양궁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강이다.

정상은 오르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욱 어렵다. 우리 대표팀의 잇따른 승전보는 선조로부터 물려 받은 명궁 유전자가 원동력이기도 하지만 전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 대표 선수들에 대한 믿음, 피나는 연습과 훈련을 거듭한 개개인의 땀과 노력의 결실이다.

또 다른 태극전사들의 승전보를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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