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앞에서
태풍 앞에서
  • 신영배
  • 승인 2018.08.22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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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신영배/발행인

지독하게 덥던 긴 열대야 속에서 제발 태풍이라도 와서 더위를 몰아내 주기를 바랐다. 도대체 물러갈 줄 모르는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은 숱한 태풍에도 끄떡없이 자리를 지키며 우리를 지치게 했다.

지난 주말부터 밤 더위가 수그러들어 이제는 좀 선선해지나 싶었더니, ‘솔릭’이라는 19호 태풍이 한반도를 향해 온다는 소식이다. 이미 제주도에서는 강풍에 거대한 파도가 해안등대를 강타하는 사진을 보내왔다.

전국이 다가서는 태풍에 바짝 긴장하여 공무원들은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가고 농가와 공사현장 등에서는 강풍과 비 피해에 대비하느라 부산하다. 22일 오후 3시 현재 전주 기온이 36℃이고 대풍 때문에 일어나는 바람이지 싶은 헤어드라이어에서 나오는 바람처럼 뜨거운 열풍이 도심을 휘젓는다. 기껏 더위를 몰아낼 효자 태풍을 기대했는데 중심 최대 풍속 43m/sec의 강풍과 많은 비를 동반한 강력태풍이 온다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현재 태풍의 예상 진로를 보면 전라북도 서해안을 지나서 경기도 지역에서 육지로 진입할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 전북은 태풍의 오른쪽이 훑고 지나갈 것으로 예상한다. 더구나 태풍이 육지로 상륙하기 전에 바다를 지나면서 많은 수증기를 빨아올려 더욱 강력한 에너지를 분출할 것이고, 그 수증기가 만들어낸 구름에서 엄청난 양의 비가 뿌려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따라서 우리 전북은 강풍과 폭우 피해를 동시에 맞게 될 형편이다.

태풍을 앞두고 정부와 각 자치단체가 나름 필요한 예방조치들을 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지만, 거대한 자연의 힘 앞에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그래도 폭우를 대비한 하수구 정비나 배수시설 점검, 산사태 위험지역의 사전 예방조치 등 서두르면 큰 피해를 적은 피해로 줄일 수는 있을 것이다.

다만, 오랫동안 태풍 피해를 잊고 살았던 사람들이 얼마나 경각심을 갖고 대비를 했느냐에 따라 피해 정도가 달리 나타날 것이다. 태풍이 지나간 후에 피해 정도를 보면 각 자치단체가 얼마나 충실히 점검하고 실질적인 대비를 했는지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재해가 닥치면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다가, 지나간 뒤에 드러난 피해를 과장 보고하여 정부 지원을 한 푼이라도 더 받아내려는 등의 오래된 관행이 이번에는 또 어떻게 나타날지 두고 볼 일이다. 과거에 농가들도 마찬가지 사례가 얼마든지 있었다.

사전에 피해를 줄이는 노력은 하지 않고 재해가 닥치면 피해를 침소봉대하여 정부나 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낼 생각이나 하는 그런 사례들이 허다했다. 피해가 우려되는 시설이나 개인들의 절실한 노력이 있었는지를 살펴서 막을 수 있는 피해인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태풍의 힘이 워낙 강력하면 인간의 어설픈 대비로 막을 수 없겠지만.

오늘이 처서(處暑)다. 옛 속담에 ‘처서가 지나면 풀도 울고 돌아간다.’라는 말이 있다. 처서가 되면 풀도 성장을 멈추고 씨앗을 내는 데 힘쓴다고 한다. 가을이 오니까 이제는 자라기를 멈추고 내년을 위해 씨를 남기는 시스템으로 돌리는 자연의 흐름이다. 마찬가지로 벌레들도 더는 번식하지 않고 다가올 겨울을 넘길 알을 낳아서 단단한 곳에 붙여 놓는 일을 시작하는 때가 처서 즈음이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 아래턱이 떨어져 물지 못한다.’는 속담도 있다. 물론 모기에 위아래 턱이 있는 게 아니어서 근거 없는 속담이지만, 철이 바뀌는 때를 재미있게 표현한 옛사람들의 해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올해는 처서가 지나도 더위가 쉽게 물러갈 기색이 아니다. 기상대는 태풍 솔릭이 지나가도 더위는 물러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거기다 솔릭 뒤를 이어 발생한 20호 태풍 ‘시마론’이 뒤따라 올라오고 있다.

필리핀이 내놓은 이름으로 ‘야생 황소’를 지칭하는 이 태풍은 오끼나와 부근 해역에서 우회전하여 일본열도 앞바다를 지날 것으로 예측하나, 솔릭에 바로 뒤이어 진행하므로 한반도 동남지역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태풍 시마론은 22일 오후 현재 최대중심풍속 49m/sec의 강력한 태풍인데 앞으로 더욱 강해질 대형태풍이라고 한다.

가뜩이나 국내 경제 사정이 어려운 가운데 태풍마저 휩쓸게 되면 농수산 식품을 비롯한 물가가 뛰어오를 것이고 경기는 더욱 위축될 것이다. 그러한 모든 예상을 하면서도 어찌해볼 수 없는 게 자연의 힘이다. 올해 8월 20일 언저리에 벌써 20개의 태풍이 발생한 일이나, 연달아 5일간 태풍이 발생했던 일도 새로운 기상관측 기록이라고 한다.

학자들은 이런 기상이변이 모두 지구 온난화에 따라 북극 해빙(海氷)이 녹아 해수면이 높아지고 바닷물 온도가 높아져서 생긴 일이라고 분석한다. 우리 인간이 화석연료를 무제한으로 퍼내서 일산화탄소를 증가시키고 열대우림을 베어 일산화탄소를 흡수할 ‘지구 허파’를 갉아먹은 벌을 받고 있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화석연료사용을 줄이는 행동을 시작하고 환경을 지키는 일에 너나없이 나서야 할 때다. 연이은 태풍에도 물러가지 않는 더위를 부른 것도 바로 우리 자신이다. 결자해지(結者解之)라 하지 않던가? 우리가 뿌린 씨앗은 우리가 거두어야 한다. 그 잘못으로 황폐해진 지구를 후손에게 물려주지 않을 우리의 실천이 지금 당장 시작돼야 사람이 살 수 있는 지구로 존속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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