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 민스 예스 룰'
'예스 민스 예스 룰'
  • 전주일보
  • 승인 2018.08.2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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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받는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다.

불행한 일이지만 이 사회에서는 더 이상 희한한 일도 아니다.

법이 짓밟히며 가해자가 보호받거나, 법의 후진성 때문에 가해자를 처벌하지 못하거나다. 경우의 수도 다양하다. 권위주의 시절 국가나 대기업 등 자본가, 권력자들이 가해자인 경우가 전자에 해당한다면 피해자가 소시민이거나, 장애인이거나, 여성인 경우 그러니까 사회적 약자인 경우가 후자에 해당한다. 사회적 약자들이 피해를 입을 경우 법으로도 보호받기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하면 과한가. 유전(권력)무죄, 무전유죄라는 괴물은 불행하게도 이 사회 '룰'로 둥지를 틀었다.

헌데 촛불혁명 이후에도 똑같은 행태를 만나게 될 줄을 짐작이나 했겠는가.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안 전지사의 무죄근거는 크게 3가지인데 그 중 두가지는 후진적이고 전근대적인 이 사회의 맨얼굴을 그대로 보여준다.

하나는 증거 부족이다. '나름대로 거절하는 태도를 보였고 내심 반항하는 상황이었다 해도 이런 사정만으로 안 전 지사의 행동을 처벌해야 할 성폭력 범죄로 볼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과거 강간범을 풀어주던 전가의 보도, '적극적으로 반항하지 않았다'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구별하기 어렵다. 이 나라는 '폭행 또는 협박이 있어야만' 강간죄를 인정한다. 가해자의 협박이나 폭행을 증명하지 못하면 강간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많은 성범죄의 경우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반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해자를 무죄 선고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았던 근거였다.

또 하나는 성폭력 처벌과 관련한 법 체계상의 문제다. 이 '폭행·협박 또는 위력'이 라는 전제조건이 문제가 된다. 1심 재판부가 판결문에서 '노 민스 노 룰(No Means No rule)'과 '예스 민스 예스 룰(Yes Means Yes rule)'을 언급한 이유다.

'노 민스 노 룰'은 상대방이 거부의사를 밝혔는데 도 성관계를 한 경우 강간으로 처벌하는 것을 말한다. '예스 민스 예스 룰'은 선진국들이 도입한 제도로 한발짝 더 나간다. 상대가 명시적이고 적극적으로 동의하지 않은 모든 성관계를 강간죄로 처벌한다. 즉, '예스'라고 말했을 때만 합의된 성관계로 인정한다. 재판부는 "두 가지 룰이 입법화되지 않은 현행 성폭력 범죄 처벌 법제하에서는 피고인의 행위를 처벌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선진국 운운할 것 까지도 없다. 성폭력은 인간의 영혼을 파괴한다는 점에서 살인에 다름없는 잔인한 범죄다. 인간 존엄성의 문제이고 나와 당신의 일이다. 여성보호는 나와 상관없는 여자들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당신의 아내 혹은 어머니, 딸, 누이의 문제다. 페미니즘이 별건가. 그것은 바로 '내 가족'을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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