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주년 광복절에 꾸는 꿈
73주년 광복절에 꾸는 꿈
  • 신영배
  • 승인 2018.08.15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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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신 영 배 /발행인

어제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제73주년 광복절 행사가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114년 만에 비로소 진정한 우리의 땅으로 돌아온 용산에서 광복절 행사를 거행하는 의미를 돌아보면서 감개무량함을 말했다. 왜 문 대통령이 이제야 진정한 우리땅으로 돌아왔다고 했는지 살펴보자.

노일전쟁에서 성과를 거둔 일제는 조선을 멋대로 주물러 ‘대한제국’으로 격상시키는 척하면서 본격적인 내정간섭을 시작하고 조선을 먹어치울 흉계를 꾸미기 시작했다. 그 첫 번째 단계가 의정서라는 이름으로 일본이 대한제국을 일일이 간섭할 근거를 만드는 일이었다. 일본의 도움으로 나라를 유지하는 한일의정서를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전국에서 반대 운동이 시작되고 일본 관리를 습격하는 등 저항이 거세게 일었다.

뜻있는 관리들은 사직하고 유림의 반대가 극렬하게 일어났지만, 일본은 1904년 2월 23일 외부대신 이지용에게 1만 엔을 주고 회유하여 일본공사 하야시 곤스케와 ‘한일의정서’라는 합의서를 체결했다. 5개 조항의 내용에는 일본이 우리 황실과 영토를 인정하고 보호하며 일본의 허락 없이 다른 나라와 협정 등을 체결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1905년에 ‘을사보호조약’이라는 이름으로 국권을 강탈하는 ‘을사늑약’의 전 단계 합의서였다.

의정서 체결 후 3월 17일 일본은 이토를 파견하여 한일의정서 실천을 강요하였고 일본군의 주둔을 위하여 용산의 땅 300만 평을 헐값에 강제로 매수하였다. 그 후에 용산에 정식으로 일본군이 주둔했다. 그때부터 용산은 우리 땅이 아니었다. 해방되자 미군이 진주하여 자연스럽게 일본군이 사용하던 부지에 주둔하게 되어 용산은 우리 주권이 미치지 못하는 지역이 되었다. 그리고 작년에 미군이 평택으로 주둔지를 옮겨 비로소 우리땅으로 돌아왔다. 문 대통령의 용산 광복절 기념사는 아직도 미국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는 우리의 아픈 현실을 꼬집는 의미와 함께 자주독립의 간절한 열망을 잘 에두르고 있다.

또 하나 문 대통령의 경축사에서 눈에 뜨이는 대목은 우리의 광복이 2차 세계대전이 끝나서 자동으로 광복이 온 것이 아니라, 임시정부와 독립운동가뿐만 아니라 갖은 어려움 가운데서도 조국광복을 기다리며 묵묵히 이겨내고 푼돈을 모아 독립운동에 보태며 기다려준 국민 모두의 힘으로 광복이 이루어졌음을 말하고 있다. 그 정신이 촛불혁명으로 이어져 마침내 대한민국에 정의가 바로 서기 시작했고 민족 통일의 남북화해로 풀려가는 과정도 밝혔다.

한반도 비핵화에 따른 종전선언과 평화협정까지 이루어 남북 경제협력으로 공동의 번영을 이룩할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광복을 맞을 수 있다는 대통령의 말에 동의한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점점 내셔널리즘을 강화하는 현상 속에서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의 경제구조는 어쩌면 풍전등화의 순간을 맞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외교를 잘하고 싹싹 빌어도 이해관계를 앞세우는 국제관계에서 좋은 위치를 점할 수 없다. 우리 스스로 꾸려나갈 힘을 갖지 못하면 나라 경제는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기술력과 자본력이 북한의 자원과 노동력과 결합하면 대통령의 말대로 170조 원이 아니라 그 몇 배의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남과 북은 가장 절실한 가운데 서로를 끌어당겨야 할 처지에 있다. 다행히도 북미간 실무접촉이 성과를 거두어 조만간 미 국무부 폼페이오 장관이 네 번째 북한을 방문할 것이라는 소식이 솔솔 퍼져 나오고 있다. 북미회담의 성과가 필요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가을 안에 종전선언을 결단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오는 추석에 이산가족 상봉도 이루어지고 9월에는 문 대통령의 방북 제3차 남북정상회담도 예정되어 있다. 개성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하고 전력 공급을 위한 시운전도 원활하다고 한다. 풀릴 듯 열릴 듯하면서 열리지 않는 남북관계의 핵심은 북한의 비핵화 속도에 달려있다. 언젠가 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북한의 입장은 ‘과연 미국을 믿어도 되겠느냐?’ 인듯하다. 하루아침에 협정도 폐기하고 국제기구에서도 탈퇴해버리는 트럼프의 변덕이나 향후 미국 지도자의 태도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아마도 문 대통령은 이번 9월에 방북하면 그러한 난제를 풀어갈 방안이나 담보할 수 있는 수단을 제시하여 북한이 좀 더 적극적으로 비핵화를 추진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비핵화 후에 남북이 강력한 협조체제를 구성하여 미국이 북한 문제에서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일이 우리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든다. 남북 경협이 지난 정권에서처럼 퍼주기가 아닌 상생의 길로 들어선다면 북한도 더는 경계할 필요가 없어지고 미국도 누그러질 수 있다는 말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70년 동안 우리는 북한이라는 다른 세상을 사이에 두어 섬 아닌 섬으로 대륙과 소통하지 못하는 고통을 감내해왔다. 한 민족이 갈라진 것도 억울한데 우리와 같은 민족이 가로막아 대륙에서 떨어져 나온 섬나라 신세로 어려움을 겪었던 지난 세월은 이제 잊어야 한다. 나라가 통일되기는 요원하지만, 상생의 협력으로 민족 공동 경제체제를 이루는 건 어렵지 않다. 서로 도와 잘사는 민족이 된다면 통일은 저절로 따라올 것이다.

제발 남북문제가 잘 풀려서 78주년 광복절 기념식은 통일경제특구에서 남북 공동으로 거행하는 그런 날이 오기를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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