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을 앞두고
광복절을 앞두고
  • 전주일보
  • 승인 2018.08.12 15: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편집고문

태풍 ‘야기’도 고기압 열돔을 피해 중국으로 갔다. 이 무더위가 언제 끝날지 예상조차 하지 못한다. 기상관측 이래 최고 기온 기록을 곳곳에서 경신하고 열대야는 20일 넘게 이어져 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다. 우리 기상 측정 이후 가장 더운 날씨를 기록한 올해다. 이런 날씨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유럽과 아프리카, 아메리카 등 세계 각지에서 계속되었다.

영국의 유명 일간지 ‘가디언’은 이런 현상이 지구 온난화가 임계점을 넘어서 인간이 이산화탄소를 더는 배출하지 않더라도 지구 온난화를 막을 수 없을지 모른다는 염려를 실었다. 이제는 기후협약에서 약속한 이산화탄소 줄이기 정도로는 지구가 이산화탄소 돔(Dom)으로 덮이는 온실화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아예 화석에너지를 쓰지 않아야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는 시기가 도래했음을 경고한 것이다.

또 일부 과학자는 이미 ‘핫 하우스(Hot House)’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내놨다. 핫 하우스는 이산화탄소 돔이 씌워진 안에 태양열이 가열을 거듭하는 가운데 인간들이 추가로 배출하는 열이 가세하여 극지방의 얼음이 녹고 자연 질서가 파괴되어 이제까지 볼 수 없던 현상이 발생하여 급속하게 지구 온도를 높이는 상태를 말한다.

이런 재앙 수준의 지구 온도 변화에도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기후협약에서 탈퇴하면서 온난화 따위는 걱정할 필요 없다고 큰소리쳤다. 세계인구가 다 죽어도 미국인은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인지 몰라도 에너지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는 미국이 기후협약을 탈퇴한 일은 치사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가장 심각한 원인을 제공한 나라가 뻔뻔하게 기후협약을 탈퇴한 일은 그들의 힘을 믿고 버티는 비열한 행동이고 지탄받아 마땅한 일이다.

이런 뻔뻔한 나라가 또 있다. 내일인 14일은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기림일’이다. 일본이 강제로 전장에 끌어가 군인들의 성노예로 살았던 위안부들을 기억하고 그런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기를 다지는 날이다. 1991년 8월 14일, 광복절 하루 앞에 김학순 할머니가 일본군의 만행을 공개석상에서 증언한 날이다. 김 할머니의 증언 이후에 여러 피해자가 잇따라 일본군의 더러운 만행을 생생하게 증언하여 온 세계가 분노했다.

이처럼 부끄러움을 무릅쓴 생생한 증언이 잇따라 나오고 일본군 가해자의 자백이 있었음에도 일본은 아직도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피해자들이 자발적으로 즐겼다거나 직업 삼아 종사했다는 터무니없고 파렴치한 주장을 해왔다. 그러한 정황을 잘 아는 일본군 장교 출신 박정희의 딸 박근혜는 국정농단 사건으로 지위가 흔들리자 서둘러 일본과 위안부 문제를 억지로 봉합하려 했다. 피해자들은 돈을 달라는 게 아니라 가해자의 진정 어린 사과만을 요구한다는 걸 조사를 통해 잘 알면서도 아비의 뜻을 이어 충성을 다 했다.

일본은 얼씨구나 하여 10억 엔을 내놓고 위안부 문제를 불가역(不可逆 : 되돌릴 수 없는, 확정하는)의 합의로 만들어 도장을 탕탕 찍어버렸다. 그래놓고 정권이 바뀌어 그 합의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한 것이므로 인정할 수 없다는 기류가 형성되자, 불가역적 합의를 들먹이며 뻔뻔한 주장을 되풀이했다. 정부가 피해자의 의견을 대리한 것이 아님에도 정부 차원의 합의를 들먹이며 버틴다.

2차대전 후에 독일 정부도 그들의 잘못에 대하여 처음에는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고 한다. 300만 명의 유대인과 이민족을 학살한 만행을 덮으려 했다. 그러자 국민이 나서기 시작했다. 작은 지방에서, 작은 단체가 결성되어 잘못을 반성하고 자백하기도 하면서 부끄러운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민간차원의 운동이 활발해지자 정부도 수긍하고 희생자를 추모하고 반성하는 법이 만들어지고 오늘까지도 전범에 대한 조사와 처벌이 이어지고 있다.

독일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문 근처에 ‘홀로고스트 메모리얼 광장’에는 거대한 면적에 유대인 학살을 떠올리게 하는 2,711개의 조형물이 설치되어있다. 높이가 제각각 다른 이 직사각형의 구조물은 희생자들의 높고 낮은 생을 의미하거나 슬픔을 담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스스로 이런 방대한 추모공원을 만들어 자기들의 잘못을 모든 이들에게 빌고 용서받으려 노력하고 있다.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빌 줄 모르는 집단은 결국 도태되고 만다.

일본은 패전 후에 즉시 미국에 찰싹 들러붙어 갖은 더러운 아양을 떨며 자국의 이익을 지켜냈다. 전범 처벌도 최소화하고 시대를 청산하지 않는 잔꾀를 부렸다. 한국에서 저지른 만행도 미군정 아래서 친일파들이 중용되도록 손을 쓰는 바람에 어물어물 넘어갔다. 그 친일파들이 지난 정권까지도 나라를 좌지우지하고 있었고, 지금도 그 아류들이 중요부서와 거대 언론을 장악하고 있어서 아직도 우리는 일제의 흔적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민중은 개 · 돼지라는 자의 파면이 부당하다는 판결이나 권력의 비위에 맞는 재판을 일삼아 온 대법과 사법부의 인식이 모두 지난 시대를 청산하지 않은 흔적이다. 국민 대다수는 일제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이고 일본의 눈속임에 현혹되어 그들을 좋아하기도 한다.

모레는 광복절이다. 어렵게 찾은 나라가 가까스로 묵은 적폐를 청산하고 바로 설 계기를 맞았는데, 무역분쟁 등 우리 경제에 나쁜 영향을 끼칠 일들이 발목을 잡는다. 이날 하루라도 정신을 가다듬고 마음을 다잡아보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