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 가뭄에 뒷북치지 말자.
폭염 · 가뭄에 뒷북치지 말자.
  • 전주일보
  • 승인 2018.08.07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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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가 7일부터 가뭄 상황이 해소될 때까지 비상대책반을 운영하기로 하고 각 시군을 비롯한 관련 기관에 지역별 상황에 맞는 대응을 주문했다는 보도다. 전북도는 유례없는 폭염과 비가 내리지 않는 날이 계속되면서 밭의 토양 유효 수분율이 ‘가뭄 주의단계’에 해당하고 최근 2개월간의 강수량도 평년의 70% 미만으로 떨어질 것을 예상하여 이 같은 조치를 했다고 한다. 도 당국이 생각하는 가뭄은 아직 시간 여유가 있다는 듯 형식적인 조치를 한 것으로 보이지만, 농촌 현실은 훨씬 심각하다.

다행스럽게 장마가 끝나던 시점에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려 아직 저수율은 60% 이상을 기록하고 있지만, 농가의 말을 들어보면 물길이 닿지 않는 밭작물들은 가뭄과 고열이 지속하면서 성장을 멈추고 고스러질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고추밭에선 꽃이 더는 피지 않고 잎이 시들시들 말라가기 시작했고, 열린 고추는 성장을 멈추고 피가 두꺼워지지 않은 상태로 붉어져서 수확량은 예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 같다고 한다.

이 더위와 가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지금으로선 예측조차 불가능하고 다만, 예년의 사례로 보아 이달 중순께에는 더위도 수그러들 것이라는 짐작 정도가 현재의 기상전망 수준이다. 그 전망을 믿는다 하더라도 앞으로 열흘 정도는 덥고 비는 내리지 않는다는 걸 예상할 수 있다. 앞으로 열흘 동안 이런 더위와 가뭄이 이어진다면 물길이 닿지 않는 밭작물은 모두 말라 고스러지고 말 것이다.

작물들이 버틸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면, 다시 말해서 뿌리에서 빨아올린 수분이 식물을 유지할 정도 이하가 되면 모든 기능을 멈추게 되고 곧 말라버린다. 그런 뒤에는 물이 닿아도 살아날 수 없다. 지금 밭작물들은 그 한계점에 거의 도달해있다고 한다. 열흘이 아니라 하루 이틀 사이에 회생불능의 상태에 이를 형편이고, 마른 토양에 심은 식물들은 이미 다 말라 비틀어졌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제야 비상대책반을 운영하고 시군에 적절한 대응을 하라고 주문하는 건 때에 적절한 조치가 아니라는 말이다. 순창군의 경우는 이미 예비비를 써서 양수기를 대고 호스를 이용하여 물을 끌어대고 필요한 20곳에 관정을 파는가 하면, 스프링클러를 지원하고 양수장을 보수하는 등 조치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미 가뭄 피해가 시작된 지역에는 하상 굴착과 둠벙 파기 등으로 천수답과 밭작물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좋은 행정은 멋진 문구나 반드레한 겉치장에 있지 않고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에게 힘이 되는 조치들을 말한다. 순창군수는 이미 필요한 조치를 시작했는데, 전라북도는 이제야 대책반을 꾸며 공문서나 날리고 있다는 건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그나마 대책반을 구성했으면 상황실이라도 만들어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긴급한 조치들을 즉시 시행하기 바란다. 어물어물하는 사이에 농심은 까맣게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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