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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05  15:5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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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규 원/편집고문

휴가를 받아 더위를 피해 볼까 하다가 생각을 접었다. 전국이 펄펄 끓는데 집 나가면 고생이라는 생각이 내 발을 붙잡았다. 전주 기온이 38℃를 넘어서고 서울 도심은 40℃ 이상이었던 날이 있었다. 기상대 말로는 지난주 7일이 관측 이래 가장 더웠다고 한다. 이 더위 속에서 눈에 보이고 들리는 소식이라도 좀 시원하기를 바라지만, 내 소망과는 정반대로 열나고 분통 터지는 뉴스만 연달아 나와 몸과 마음이 모두 끓는다.

이런 무지막지한 기온 속에서도 하루를 살기 위해 땡볕 아래에서 일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농촌에서는 더위에 작물이 말라비틀어지는 걸 막아보겠다고 물을 끌어대고 볕 가림막을 치는 작업을 하다가 쓰러지는 노인이 있다. 건설공사 현장에서는 사흘에 두 명꼴로 더위에 쓰러지거나 안전에 둔감해져서 안전사고가 빈발한다는 뉴스다. 이런 염천에는 작업을 쉬어야 한다고 정부와 관련 단체는 권장하지만, 그렇게 규정대로 다 쉬다가는 공기(工期)를 맞출 수 없으니 이런저런 편법을 쓰다가 인명피해가 속출한다고 한다.

그렇게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먹고살기 위해서,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이 사회는 돌아간다. 저마다 일하기 힘든 날은 쉬고 이런저런 구실을 붙여 편한 일만하려 한다면 이 사회는 멈추게 된다. 어려움을 무릅쓰고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건 애쓰다 보면 무엇인가 이룰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사회 구성원들이 정한 법이나 규칙, 도덕을 지키는 가운데 서로를 신뢰하고 각자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이 나라 최고의 법률심판기관인 대법원이 저지른 일을 살펴보면, 이 나라의 국민이라는 사실이 부끄럽기 그지없다. 대법원의 판결은 그 판결의 사례가 법으로 준용될 수 있을 만큼 권위가 있는 최종 판단이라는 점에서 가장 공정해야 할 것임에도 한동안 대법원은 정권의 하수인이 되어 권력의 입맛에 맞도록 판결을 했다. 대법원의 판결뿐 아니라, 판사들의 성향을 분석하여 정권에 유리한 판결을 할 판사들에게 중요 재판을 맡기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BH(청와대)와 사전 교감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물밑에서 예측불허의 돌출판결이 선고되지 않도록 조율하는 역할 수행” 이런 지침을 갖고 대법원을 주무른 양승태 전 대법원장, 그리고 그러한 재판에 개입하거나 동조 또는 묵인한 대법관들이 그대로 현직에 있는 대법원이다. 아울러 그러한 성향에 맞도록 길든 판사들이 오늘도 대한민국의 법복을 입고 근엄한 자세로 판사석에서 판결한다.

시내버스 요금 2,140원을 누락시켰다고 해고한 일이 정당하다고 판결하는 엄격함과 수백억 원의 부당 이익을 취한 재벌은 놓아주는 판결이 공존하는 게 우리의 사법 정의다. 대법원의 사법 농단 증거자료를 분석한 결과 그동안 판결한 이석기 통진당 의원의 판결을 비롯한 대법원판결은 언제나 정부의 입맛에 딱 들어맞았다. 보수세력과 재벌의 재판도 대법원에 가면 그들 이 원하는 판결이 나왔다.

국민이 맡긴 권력은 그녀를 지배했던 남자인 최태민의 딸에게 대부분 맡겨 멋대로 행사하게 하고 청와대 침실에서 뒹굴던 대통령, 그녀의 멋대로 정치가 흔들리지 않도록 충성한 대법원장, 수백 건의 법안이 발의 과정뿐 상정도 되어보지 못하고 스러지는 국회, 이런 마구잡이 나라의 국민이 우리였다.

이런 무법천지를 고쳐보겠다고 엄동설한에 촛불을 들어 국민은 일어섰고 마침내 무도한 대통령과 그 수하들이 감방에 들어가면서 새로운 대통령과 정부가 들어섰다. 그러나 온통 썩어버린 판에 새 대통령 혼자 곪은 자리를 도려내고 새살을 키우는 일은 지극히 어려웠다. 특히 아직도 지난날의 법관들이 건재하는 사법부에 영장을 신청하면 기각이 다반사였고 그 뒤에서 적폐세력들은 낄낄거리며 새 정부와 새 나라를 바라는 국민을 아직도 비웃고 있다.

거기다가 군대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기각될 것으로 가정하고 분노하는 국민을 빌미 삼아 쿠데타까지 계획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어쩌면 그 쿠데타 계획은 일부 실행단계에서 어떤 반발에 부딪혀 성사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짐작을 한다. 앞으로 수사가 진행되면 밝혀질 터이지만, 그 시기의 나라는 퍽 위험한 지경에 있었음을 짐작한다. 그 책임은 반드시 가려서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새 정부가 들어선 지 1년이 넘었지만, 정부의 뜻은 곳곳에서 막히고 묵은 적폐세력이 바탕에 깔려있어서 어떤 일도 쉽게 나아가지 못한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 소용돌이에서 우리 경제는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가운데, 보수세력은 이때다 싶어 정부 공격과 가짜뉴스 양산에 신바람이 났다. 남북문제와 한반도 평화라는 엄청난 난제도 아직은 우리에게 불리하다.

이럴수록 정부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선거공약을 지키느라 무리할 필요도 없고 이 어려운 판국을 뚫고 나가는 일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공약도 국민을 위해 마련한 것일 터이므로 국민에게 불리한 일이 생긴다면 철회한들 문제 될 것이 없다. 정당하고 바르게 국민을 위하는 길로 온 힘을 쏟아야 이 난국을 타개하여 비로소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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