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음제도 역기능을 막을 어음대체수단 마련 촉구
어음제도 역기능을 막을 어음대체수단 마련 촉구
  • 전주일보
  • 승인 2018.07.25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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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선명 중소기업중앙회 전북지역회장

최근 매출 1,000억원 규모인 현대·기아차 2차 부품사가 7월 만기가 돌아온 어음을 막지 못하고 부도 처리되었다. 과거 사드배치 문제로 인한 중국과의 갈등으로 중국시장에서 자동차판매가 급감했고, 최근 미중 무역전쟁까지 겹치면서 국내 자동차 협력업체까지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상승까지 겹치며 자동차업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대내외 어려운 상황이 지속된다면 중소기업의 폐업은 속출할 것이고, 경제에 큰 타격을 준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위의 사례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어음의 부도이다. 일반적으로 어음을 받은 중소기업은 은행에 어음 할인을 신청하여 운영자금을 현금화한다. 그러므로 받은 어음이 부도 처리 되면, 어음과 연관된 중소기업이 마치 연대보증을 선 것처럼 채무를 지게 된다. 단기 유동성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갑자기 생긴 부채를 상환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는 중소기업의 연쇄 도산을 가속화한다.

 어음은 현금 및 현금성결제와 비교했을 때 결제기일이 약 3~4배 길다. 어음을 받은 중소기업은 매출을 냈어도 당장 수중에 돈이 없는 것이기 때문에 난감하다. 직원들 월급도 줘야하고, 제품을 만들기 위해 원재료를 구입해야 한다. 어음 결제기일이 길수록 중소기업의 자금난은 가중된다.

한편, 결제기일을 초과하면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그렇지만 현실은 다르다. 중소기업중앙회의 2017년 중소제조업 하도급거래 실태조사에 따르면, 납품일 초과기간에 대한 지연이자 지급 여부에서 지연이자를 받지 못했다는 답변이 70%였다. 10개 업체 중 7개 업체가 지연이자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납품을 하는 기업이 어음을 받지 않고 현금결제를 요구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 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납품업체는 다수이고 구매업체는 소수이다. 이와 같은 시장 상황 때문에 납품업체는 거래교섭력이 낮아 먼저 현금결제를 요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어음은 중소기업 판매대금 회수를 장기화하여 자금난을 유발할 수 있으며, 어음에는 상환청구권이 있으므로 기업이 연쇄부도위험에 처할 위험이 있다. 다시 말해, 어음 발행 기업이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면 납품기업에 상환청구가 되어 정상적으로 납품해서 받은 돈이 난데없이 빛으로 바뀌는 황당한 상황이 연출된다.

어음의 역기능은 명백하지만, 어음을 당장 폐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어음제도 폐지 시 신용창출 제한으로 인해 상거래가 위축되거나 기업의 자금사정이 악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계의 현장 애로를 해소하기위해서 약속어음제도의 단계별폐지를 정부에 건의하였고, 중소벤처기업부는 건의를 받아들여 약속어음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어음폐지방안을 수립함과 동시에 어음대체수단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어음대체수단은 상환청구권 행사에 따른 중소기업의 연쇄부도를 방지해야 한다. 상환청구권만 없애도 어음할인에서 판매 기업이 부담하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이를 위해 외상매출채권담보 대출, 상생결제 시스템, 팩토링 제도 등 다양한 대체수단에 대한 분석이 진행 중이다.

중소기업중앙회의 공제사업기금 어음대출을 이용하는 업체들도 대체수단에 대한 기대가 크다. 전북에서 석재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 대표와 이야기 할 기회가 있었다. 대표는 그간 업체를 운영하면서 거래 상대방의 어음 부도로 경영상 어려움을 많이 겪어왔었다고 한다. 상환청구권이 없는 어음대체제도가 도입된다면 상대방 업체에 대한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 같아 조심스럽지만 빨리 제도가 정착되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향후 어음 대체 수단에 대한 논의가 구체적인 방안으로 결론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어음 문제 인식과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선량하고 성실한 중소기업이 타의에 의해 어려움을 겪는 일이 하루빨리 사라졌으면 좋겠다. /임선명 중소기업중앙회 전북지역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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