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 공사비 없이는 안전도 없다
적정 공사비 없이는 안전도 없다
  • 이용원
  • 승인 2018.07.25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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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건설산업 혁신’의 일환으로 내놓은 견실시공·안전강화 방안에 대해 건설업계에서는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크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미 시행에 들어간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적정 공기 및 공사비 보장방안도 없는 상황에서, 일요일 휴무제와 근로자 실명제 등 부담스러운 과제들만 더 떠안게 돼서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건설 현장의 안전을 강화하고 공사 품질을 높이기 위해 공공공사 현장에 내년부터 일요일 휴무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공공 건설공사 견실시공 및 안전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당연히 이번 방안은 안전과 품질 강화라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이번 방안은 업계가 순응, 대응할 시간이 부족하고 관련 제도적 기반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혁신은 ‘밀어붙이기’에 불과해 보인다.

현장에서 수용이 가능한 수준의 적정 공기 및 공사비 보장방안부터 마련하고 검증한 후 주말 휴무제 등 안전 및 품질 강화조치가 수반됐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앞서 혁신방안 발표 당시와 마찬가지로, 올 9월까지 적정 공사비 보장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시설물의 품질과 안전까지 강화할 수 있는 공사비 산정체계 개선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9월까지 실효성 있는 개선방안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적정 공사비는 먼저 적정 공기가 전제돼야 하는데, 정부 스스로 주52시간 및 일요일 휴무제 등을 반영한 ‘표준공기 산정지침’을 12월에야 개발, 내년 신규공사부터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물론 공사비 개선방안을 먼저 제시한 후 표준공기 산정지침에 따라 차후 수정, 보완할 수 있겠지만, 업계 입장에서는 적어도 연말까지는 적정 공기나 공사비를 보장받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해서 일부에서는 또다시 ‘수박 겉핥기’ 식의 공기 및 공사비 개편안이 나오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선례가 공기연장 간접비 문제다.

이미 십여년 전부터 간접비 논란이 시작돼 수천억원대 소송전이 벌어지는 지금까지도 정부는 제대로 된 간접비 산정 및 지급방안을 내놓지 못했다.

심지어 올 3월에는 감사원이 나서 정부의 총사업비관리지침을 포함해 불합리한 간접비 지급제도를 개선하라고 주문했지만, 제도개선 등 후속조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간접비 사태에 대입해보면, 정부가 내놓기로 한 표준공기 산정지침이나 공사비 산정체계 개선방안이 과연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게 사실이다.

만약 낙찰률 상향조정을 배제하는 등 현장이 감당할 수 없는 미미한 수준의 개편에 그친다면, 정부의 혁신방안은 되려 업계를 사지로 내몰게 될 것이다.

정부는 적정 공사비 확보가 공사현장의 안전에 직결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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