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과 월드컵, 그리고 문대통령
태풍과 월드컵, 그리고 문대통령
  • 전주일보
  • 승인 2018.07.0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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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편집고문

달력에 빨간 공휴일이 단 하루도 없는 7월이 되었다. 덥고 습기가 많아 짜증나는 날씨에 빨간 날도 없어 퍽 지루한 나날이 될 것이다. 장마전선이 오르락내리락하더니 태풍과 합세하여 제법 강한 바람과 비를 퍼붓고 있다. 중소형 태풍 ‘쁘라삐룬’이 오늘 아침에 제주해상에 진입하면서 거센 바람과 함께 동이로 퍼 붓 듯 비를 쏟아놓는다.

서쪽 해안을 지나 중부지역에서 우회전할 것으로 전망하는 태풍의 예상 경로에 2일 취임식을 가지려던 지자체장들이 취임식을 취소하고 태풍에 대비한다는 소식이다. 당연한 일이다. 한 가지 반가운 일은 태풍 덕분에 대기질이 ‘좋음’으로 나타나 요즘 며칠간 창문을 열어놓고 지냈다. 몸 구석구석이 청량해지는 기분이다. 세상사는 이렇듯 한 편이 좋으면 다른 한 편엔 좋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비바람이 치는 때에는 TV로 월드컵 경기를 되돌려 보며 시간을 죽이는 것도 꽤 괜찮은 생각이다. 월드컵에서 우리가 늦바람을 내는 통에 독일이 16강 잔치에 탈락한 걸 두고 이변이라고 말하지만, 누구 말대로 축구공은 둥근 것이어서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16강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강팀으로 지목되던 나라들이 나가떨어지는 걸 보며 8강 잔치에 초대될 팀을 꼽아보기도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호날두’의 포르투갈이 ‘가바니’가 멀티 골을 기록한 우르과이에 1:2로 져서 탈락했고, ‘메시’가 이끄는 아르헨티나도 현란한 팀워크를 자랑하는 프랑스에 3:4로 패해 짐을 쌌다. 월드컵 팬이 기대하던 호날두와 메시의 대결은 ‘라리가’에서나 볼 수 있게 됐다.

세상만사가 그렇지만, 영원한 승자도 절대 강자도 없는 것이 스포츠 세계이고 매력이다. 우리가 독일을 확실하게 침몰시킬 것을 예상한 사람이 없었듯이, 스포츠의 결과는 항상 의외성을 보여주기에 관중은 열광한다. 만일 스포츠가 객관적 전력대로 승패가 갈린다면 관중은 사라지고 스포츠 흥행도 없어질 것이다. 우리 대표팀의 경기를 본 뒤에 어떤 이는 “왜 처음부터 독일전과 같은 사즉생의 결기로 나서지 않았나”라고 입을 댔다. 스포츠라는 게 바로 그런 재미로 보는 것이고 어떤 계기가 만들어지면 없던 힘도 솟아나게 된다.

월드컵이니 태풍이니 우리의 관심을 끄는 일이 많지만, 필자는 지난 주일에 갑자기 일정을 중지했던 문 대통령 일에 가장 마음이 쏠린다. 결국, 감기몸살에 주말까지 몸조리한다는 발표로 대통령의 거취가 뉴스에서 사라진 동안 내내 불안했다. 지난해 5월 10일 갑작스런 선거로 즉시 업무에 돌입한 문 대통령이 지난 1년 남짓 기간에 우리에게 보여준 활동은 눈부셨다. 아마 우리 역사에 한 해 동안 문 대통령만큼 해외 정상을 많이 만나 정상외교에 힘을 쏟고, 많은 시민을 만나 함께 즐기고 위로하며 보듬었던 대통령은 단언코 없었다.

무엇보다 일촉즉발의 전쟁위험 속에서도 끊임없이 북한에 메시지를 보내서 문을 열고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였고, 마침내 평창 겨울올림픽에 북한을 끌어내서 한반도 평화에 새 바람을 물어넣은 일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한 없이 고마운 마음을 갖는다. 두 번이나 김정은을 만나 설득하거나 조언을 하고 마침내 남북협력의 물꼬가 터져 우리 모두가 평화의 꿈을 꾸게 한 문대통령의 건강에 다른 이상이 없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빈다.

다행히도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기력을 회복하고 오늘부터는 업무에 복귀하여 국내외 현안을 챙긴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무엇보다 반가운 일이다. 당장 챙겨야 할 비핵화의 구체적 실행문제에서 북미간에 이견이 나올 수도 있으므로 문대통령이 중재자로써 해야 할 일이 막중하고, 국내문제도 어제부터 시행하는 주 52시간 근로가 경제계와 국민들이 모두 불편하지 않도록 연착륙 시켜야 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세상에서 그 변화의 중심점에 놓여있는 한반도 문제는 자칫 미끄러지면 전쟁이나 갈등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므로 지금 이 다급한 변화의 방향을 어떻게 조절하느냐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중심을 잡아 운전해나가야 하는 문 대통령의 행보는 한반도 뿐 아니라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지난 대선에서 문대통령을 선택한 일은 말 그대로 ‘신의 한 수’였다. ‘그때 선거에서 홍준표나 안철수가 당선되었더라면’하는 생각을 하면 정말 아찔하다.

우리 국민은 그때에 비로소 ‘누가 되면 뭐하냐?’는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깨달았다. 그래서 지난 지방선거에서 나름대로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본다. 문 대통령은 하반기에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9월에 열리는 ‘동방포럼’에 김정은과 함께 초청되어 참석을 약속하였기 때문에 또 한 번의 남북 정상회담이 예약되어 있고 많은 대외 일정이 잡혀있다. 판문점 선언대로 연내에 종전선언과 한반도 평화협정이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

문대통령이 러시아 방문 중에 멕시코와 월드컵 축구 예선경기를 관람했다. 아쉬운 판정이 개입하여 졌지만, 대통령 부부는 라커룸까지 내려가 눈물 흘리는 손흥민과 선수들을 위로했다. 아마도 그때 선수들은 새로운 용기를 얻어, 마침내 세계최강이라는 전년도 챔피언 독일을 2:0이라는 현란한 스코어로 격침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문재인의 위로는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었고, 은둔의 김정은도 불러냈다. 그가 나라와 민족의 내일에 빛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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