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대의 길목에서
새 시대의 길목에서
  • 전주일보
  • 승인 2018.06.2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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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영배 대표이사

벌써 6.13지방선거가 끝나고 보름째 되는 날이다. 결과는 전국의 정치지도가 파랗게 변해버렸다. 언뜻 보면 세상이 바뀐 듯 보인다. 하지만 작금의 시대를 바라보는 국민은 차분하다. 이미 마음속에 정해두었던 일이기에 선거결과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전북지역은 더욱 차분하고 이변 없이 예상했던 결과가 나왔다. 어떤 이는 고창군수 선거 결과에 의아한 생각이 든다고 하지만, 고창 현지 주민들은 당연하고 매우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국민이 촛불로 ‘제멋대로 정권’을 탄핵했던 연장선상의 의미를 부여하는 게 정답일 것이다. 다음주에는 도지사를 비롯한 각 자치단체장이 취임하고 지방의회도 열릴 것이다.

이런 가운데 재선된 송하진 도지사와 일부 시장과 군수들은 자신들이 일을 잘했기 때문에 유권자로부터 다시 선택받은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선거결과는 언급한대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지지와 이명박근혜 정권의 ‘제멋대로 정치’에 대한 응징심리가 크게 작용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결코, 단체장의 탁월한 직무수행 능력에 따른 보상이 아니라는 말이다. 아울러 새롭게 당선된 단체장 또한 대부분 같은 이유로 표를 몰아준 덕분에 당선되었거나, 상대당 후보를 선택하기 싫어서 차선으로 선택되었다고 생각해야 옳을 것이다.

지방선거전에 송하진 지사가 본사에 인사차 들렀다. 그때 송 지사는 “만약 재선이 되면 평생의 행정 경험을 집약해 눈치 보지 않고 오직 도민을 위한 행정을 유감없이 쏟아 붓는 도정을 수행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그는 “다음 선거에 나서지 않을 것이니 누구의 눈치를 보거나 사적인 인연에 연연하지도 않겠다”고 했다.

필자는 송 지사의 다짐을 들으며 도내 모든 단체장과 선출직 공직자가 이런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무슨 일을 하든, 다음선거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오로지 유권자와 지역발전을 위한 행정을 하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훗날 훌륭한 지도자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도자는 모든 결정에서 공정한가, 시기적절한가, 나쁜 선례를 남기지 않는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지금 이 나라와 우리 민족은 거대한 변화의 물결에 휩싸여 있다. 오랜 냉전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남북이 화해와 평화로 손을 맞잡고 새로운 시대를 향한 걸음을 이미 시작했다.

세계의 은둔지역으로 영원히 남을듯하던 북한도 급변하는 시대의 조류에 언제까지 버틸 수 없음을 자각하고 문을 열기로 작정했다. 북측 또한 중국 경제가 용틀임하며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 되고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북한주민들이 알고 있는데, 언제까지 사상다짐으로 권좌를 지킬 수 없다는 걸 자각한 눈치다.

바야흐로 우리는 세계의 시선이 한반도로 집중하고 있는 새로운 시대로 들어서는 역사적 전환기를 맞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 우리국민의 의식을 보면 마치 조선시대에 버릇 나쁜 양반자제들이 하던 행동을 하고 있다.

법과 질서는 아랫것들이나 지키는 것이라는 듯, 나 혼자 편하면 되고, 남에게 불편을 끼치는 지, 손가락질 하는 지 따위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내 비위에 맞지 않으면 폭력을 행사하기 일쑤고 공중도덕이라는 이름은 실종한 지 오래다. 이런 사회에 국민소득 3만 불이라는 자랑은 ‘개발에 편자’와 다름 아니다.

사례를 들어보면 너도나도 자동차를 몰고 다니면서 신발짝을 아무렇게나 벗어던지듯 주차를 한다. 심지어 남의 주차공간까지 점령하기 예사다. 내가 편하자고 인도나 자전거도로 위에 버젓하게 주차한다. 분리수거해야할 쓰레기를 일반 비닐에 담아 아무데나 던지고, 공공장소에서도 큰 소리로 통화하며 거드름을 피운다.

바쁜 시대에 태어나 모유를 먹지 못하고 미국 암소가 내놓은 분유를 먹고 자란 아이들을 자유방임으로 키워서 그런지, 마치 소 새끼처럼 제멋대로다. 하고 싶은 대로 되지 않으면 흥분하고 분노조절장애라는 심리병세가 도진다.

이웃끼리도 소통하지 않고 내 비위에 거슬리면 누구든 적으로 간주하는 살벌한 인간군상의 집합체가 이 나라의 사회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문제는 바로 이러한 사회심리 현상을 개선하는 일이다. 이런 사회현상은 뱃속에서 타고난 게 아니라 ‘돈’을 최고의 가치로 삼아 돈을 위해 무엇이든 희생해 온 지난날의 과오가 만들어 낸 사회 병리현상이다.

당면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제는 지방자치단체가 발벗고 나서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지자체가 나서서 끊임없는 교육과 인성함양 프로그램 등을 통해 구성원들의 인간성을 회복하게 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인문학과 인성교육에 나설 강사를 양성하고 지난날 가난했던 상황에서도 ‘콩 한쪽을 나눠먹던’ 전통을 되살려 이웃과 소통하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

혼밥, 혼술의 1인가구가 날로 늘어나는 현실에서 이웃과 만나면서 나만 편한 행위가 남에게는 어떤 불편을 끼치는지에 대해 깨닫게 하는 일에 이제는 행정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시기임을 재선을 했거나 새 단체장들이 깨닫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다./신영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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