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PINK)
핑크(PINK)
  • 전주일보
  • 승인 2018.06.27 16: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분홍색인 '핑크(Pink)'는 오늘날 여성의 성(性)을 가장 크게 대변하는 색이다. 심지어 갓 태어난 아기의 성별을 구분할 때 남성은 블루(파랑), 여성은 핑크(분홍)로 규정지을 정도로 일상 생활 속 '핑크=여성'이라는 고정관념과 편견이 뿌리깊게 박혀 있다.

하지만 색의 역사를 들춰 보면 본래 핑크는 남성의 것이었다. 실제 서양에서는 1940년대까지 남자 아기는 분홍색 옷을, 여자 아기는 파란색 옷을 선택해 사용했다. 당시에는 유행을 결정하는 사람들이 분홍을 좀 더 '결단력 있는' 색으로 간주했고, 그래서 남자 아기에게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반면, 파랑은 좀 더 '우아한' 색이어서 여자 아이에게 잘 맞는다고 봤다. 18세기 유럽에서도 핑크는 주로 상류층의 권력을 나타내는 색으로 사용됐다. 소설 '위대한 개츠비'에서도 소설 속 개츠비가 입은 핑크 슈트는 그의 꿈과 야망을 상징하고 있다.

이는 핑크가 지닌 색채의 의미가 깃들어 있는 것이다. 색채학자들이 얘기하는 핑크는 부드러움과 행복, 귀여움의 대명사로 공격적인 감정을 진정시키고 정서를 안정시키는 의미가 있다. 또 활기와 책임, 애정 등 상징적 의미가 담겨져 있다. 핑크가 권력과 공격성, 꿈과 야망을 드러낼 때 표현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색이 지닌 이같은 상징적 의미와 달리 언제부턴가 핑크는 여자만의 전유물로 바뀌기 시작했다. 또 핑크가 일상적이지 않은 탈규범화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일부 역사학자들은 동성연애자들을 낙인찍기 위해 분홍색을 사용한 것이 그 원인일 것이라고 추측한다. 분홍색을 좋아한다는 것은 동성연애자들과 취향이 같은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사람들이 분홍색을 남자답지 못하고 유약한 색으로 생각하게 됐다는 것이다.

최근 '탈 코르셋 운동'에 이어 '핑크 택스(Pink Tax)' 등에 이르기까지 각 세대 여성들 사이에서 성차별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다양한 형태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여성에게 과도하게 부과되는 미용실 컷트 비용 등 핑크 택스에 대한 논란은 여성들조차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성차별로 더욱 가속화될 조짐을 보인다. '여성은 꼭 아름다워야 하는가'로 시작된 의문은 여성의 결혼과 육아에 대한 제도와 관습에 대한 도전으로 이어진다. '아름다움'이라는 미명 하에 꾸밈과 결혼, 육아 등 사회가 암묵적으로 강요해 온 행동양식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핑크는 어느 특정 성을 지칭하는 것이 아닌 그저 단순한 색일 뿐이다. 핑크가 여성의 색상이라는 생각은 성차별적인 편견에 불과하다. 핑크색 옷을 입은 남성을 비하하는 것 역시 잘못된 가치관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남성도 여성도 아닌, 색을 있는 본연의 색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진정한 평등이 있다. 남녀 차별의 의미를 담는다면 논쟁만 키울 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