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알바
황제 알바
  • 전주일보
  • 승인 2018.06.2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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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는 "노동·업적"이라는 독일어 'Arbeit'에서 비롯된 말이다. 처음에는 학생이나 일반인이 본업 이외의 수입을 얻기 위해 하는 일을 뜻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시대 상황이 바뀌면서 주부의 시간제 근무 또는 일시적 형태의 일도 아르바이트 범주에 포함된다. 이를테면 본업 이외 하는 일은 모두 아르바이트라 할 수 있으며 보통 줄여서 '알바'로 통한다.

최근에는 아르바이트 근로자만 고용하는 사업도 생겨 났다. 대학생뿐 아니라 일반 주부나 직장인도 몇 개의 아르바이트를 뛰는 경우가 흔하다.

최근 알바몬이 20대 대학생 847명을 조사했더니 20대 알바 근로자 23%는 '투알족'이었다. 두개의 아르바이트를 뛰는 것이다. 조사 대상자들은 대부분 생계를 위해서(73.8%) 일한다고 답했다. 이들은 매장관리 등의 판매 서비스, 음식점 서비스, 사무보조, 학습지 강사 같은 알바를 뛴다. 생계를 위해 닥치는대로 여기 저기 알바를 마다하지 않는다. 인기 알바 자리는 수십대 일의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

알바 인생은 청년 실업 100만시대 우울한 우리 젊은이들의 자화상이다. 한편으로는 어느 곳에서 어떤 일을 하든 생계를 위한 숭고한 아르바이트는 절대로 비난 받을 일이 아니다.

그러나 며칠전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거론한 아르바이트론(?)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 홍 전 대표는 당을 떠나면서 마지막 막말을 남겼다. 마지막 가는 마당에 할 말은 하고 가겠다는 자못 비장감이 묻어난 막말이었다. 그는 8가지 유형의 못된 국회의원을 지목하고 청산하지 못한 후회를 소감으로 남겼다.

그가 첫째로 거론한 이들은 "고관 대작 지내고 국회의원을 아르바이트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전직 당 대표가 한 말이니 믿을 만 하다. 고관대작은 지위가 높은 벼슬을 지냈던 사람들이다. 아마도 장·차관 정도는 될거다. 이런 분들은 국회의원을 부업으로 하는가 보다. 고관대작을 지내고 하는 국회의원 정도는 아르바이트로 생각한다니 그 배짱이 부럽다. 그가 거론한 알바성 국회의원들의 세비는 매달 1천만원이 넘는다. 여기에 보좌진과 비서관을 둘수 있고 회기 때는 놀고 먹어도 꼬박 꼬박 회의 수당을 챙긴다. 홍 전 대표 말을 조금 더 빌리자면 "이 아르바이트는 공짜로 세계 일주 꿈을 꾸기도 하고, 회의 중에 술주정을 부려도 된다"고 한다. 이쯤 되면 가히'황제 알바'다.

홍 전 대표 말이 백번 옳다 해도 이 땅의 수많은 알바 인생들에게는 모욕적이다. 생계를 위해 이 알바, 저 알바를 뛰는 이들이 부지기수인데 국민이 폐기 처분한 자유한국당 의원들 일부를 빗대어 거론했다. 황제 알바 자리 하나면 수많은 생계형 알바생이 먹고 살수 있다. 제발 황제 알바 국회 의원들은 일할 의욕 꺾지 말고 다른 일자리 좀 찾아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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