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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幸運)금요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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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25  15:3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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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광 섭 /수필가

행운, 날마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바람이다. 아가씨는 멋진 남자의 만남을 기대할 것이고, 가게 주인은 최고의 매출을 생각할 것이며, 이도 저도 없는 백수는 공돈이나 복권 당첨을 그려볼 것이다.

나는 그런 행운을 생각할 때마다 어릴 적에 공원 가는 길에서 찾던 네 잎클로버를 떠올린다. 네 잎클로버에 담긴 행운의 상징성 때문이다. 하여 아침을 맞으면, 우리 자녀들에게서 좋은 일이 있거나 반가운 소식이 왔으면 싶다는 정도의 작은 소망으로 즐거운 하루가 되기를 바라며 시작한다.

오늘은 나의 모교인 J고등학교 총동창회 ‘제99회 정기총회’에 참석했다. 모교를 빛냈거나 명예를 드높인 동문에 대한 시상과 소감, 동창회장 인사, 개교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장 축사, 도지사로 당선된 동문의 인사 순으로 1부 행사를 마쳤다. 이어 남녀 성악가 두 분의 축가가 이어졌다. 대강당을 가득 채우고 넘치는 우렁찬 톤은 신선함을 주었다. 2부는 정기총회로 사업보고, 결산보고 순으로 이어졌다. 12시를 넘긴 터라 유인물로 대체하고 서둘러 2부 행사를 마쳤다.

마지막 3부 행사로 넘어갔다. 먼저 참가상이 발표되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우리 기수 39회가 51명 참가로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1위에 올랐다. 사실은 총동창회장이 우리 동기생 이어서 회장의 사기를 돋우려는 뜻으로 대거 참여한 결과였다. 이어 경품추첨이 있었다. 6~10등까지는 기계식 추첨이라 뒤로 미루고, 5~1등까지를 임원, 최고 선배, 회장 순으로 추첨했는데, 3등인 제주 왕복항공권을 뽑는 차례였다. 추첨 결과를 발표하기 전에 평소 생각처럼 ‘나는 행운과는 거리가 멀어, 번호는 200번이라 좋은데.’라며 자신을 달래는 말을 옆자리 동기들에게 푸념처럼 말했다.

그 순간, 200번! 하는 사회자의 음성이 들렸다. 귀를 의심했다. 그리고 다시 호명하는 소리에 용수철같이 일어나 앞으로 달려 나갔다. 총동창회 참석 40년 만에 일어난 기적이었다. 비록 3등이지만, 경품행사로는 일생의 두 번째 행운이었다. 옆자리 친구들의 축하가 쏟아졌다. “신혼여행 잘 다녀와” “이참에 돈 좀 써서 각시 좀 즐겁게 해줘”라는 등 축하와 부러움이 섞인 말이 줄을 이었다. 돈으로 치자면 대략 20여만 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수백의 동문 앞에서 박수와 환호 속에서 누리는 기쁨은 액수가 문제가 아니었다. 어깨가 으쓱했다.

굳이 액수로 쳐서 최고의 행운을 누렸던 일을 거론하자면, 10여 년 전에 스카우트 전북연맹 송년 행사에서 1등에 50만원 상당의 TV가 걸린 빙고 게임에서 나왔다. 마지막이라 사실상 포기하려던 순간, 대각선으로 숫자 5개가 일치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빙고”를 외치며 뛰쳐나갔다. 한데, 그 때, 뒤쪽에서 “여기도요” 하며 어린이를 대동해 나오는 여성 지도자가 있었다. 집사람 친구인 A 유치원 Y 원장이었다. 손자 것이 당첨되었다고 했다. 나는 즉시 양보를 선언했다. 살짝 아쉽기는 했지만, 당첨의 기쁨은 살아있고, 스카우트 정신은 소년을 위해 봉사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어린이 손에 당첨권을 건네는 시상자로 변신했었다. 당첨자와 시상자로 두 가지 기쁨을 함께 누린 날이었다.

우리는 흔히 행운을 그날의 운수나 재수쯤으로 여긴다. 그러기에 운동경기에서 상대의 실수나 실격으로 어부지리를 얻는 것도 행운이라고 친다. 또한 예기치도 않았고, 노력의 대가 없이 우연히 생긴 횡재나 기회도 행운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기에 경품추첨에서는 운(運)이 절대적이다. 하지만, 운동경기와 화투놀이 등에서는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속설이 존재한다. 말하자면 운이 7할이고, 기술이 3할이라는 뜻이다. 실력이 열세라 할지라도 축구의 자살골이나 카드 게임에서 바닥 표로 이어지는 운세로 역전승하는 경우가 허다해서다.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는 ‘행운은 기회와 준비가 만났을 때’라고 설파했다. 인생이 그렇고, 전쟁을 비롯한 사업, 연구, 취업, 시험 등 모든 영역이 꾸준한 노력으로 준비하는 가운데 기회를 만나고, 행운까지 곁들여 목적이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훌륭한 성현이나 스승, 지도자, 장군, 그리고 좋은 상사, 동료, 배우자 등을 만나는 기회 또한 행운이라 하겠다. 하지만 그다음 단계로 이어갈 수 있는 능력이나 준비가 뒷받침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 감나무 밑에 가야 감을 주울 수 있는 것은 기회라는 준비고, 때마침 감이 떨어지는 일은 운(運)이라 하겠다.

나 역시 지난날을 돌아보면 후회가 막심하다. 철저한 준비를 하지 않고 요행을 바랐던 적이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대학입시다. 죽을 각오로 했던지 아니면, 분수에 맞는 선택을 해야 했다. 그다음이 관직에 있을 때 고급 간부로 승진하는 문제를 안이하게 생각했으며 운으로 돌렸다. 정치적으로 노는 것을 간과했었다. 문제는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하고,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내 인생의 전반을 고려할 때 여러 차례 행운도 누렸지만, 준비를 제대로 못 해 기회를 번번이 놓친 게 사실이다. 행운은 맞을 준비를 한 사람만 차지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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